ZOOM 거의 모든 것의 속도
밥 버먼 지음, 김종명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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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자연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맞다. 더불어 나도 멈추지 않고 나이 먹고 있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여러가지 현상의 속도를 이야기한다. 거대한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에서부터 우리 주변의 자연의 속도까지 말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는 빠르고 느린 것의 기준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떤 것이 빠르고, 또 어떤 정도의 속력이어야 느린 것일까?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달렸던 남자, 우사인 볼트는 100m를 9.58초에 주파했다. 10.43m/s이다. 이 속도는 빠른 것일까? 우리가 느끼지는 못하지만 우리는 지구와 함께 자전(?)하고 있다. 지구가 약간 둥글어서 위도에 따라 회전속도가 차이가 있긴 하지만, 적도에서는 1,670km/hr이다. 환산하면 464m/s이다. 밤하늘의 별들을 우사인 볼트보다 44배정도 빠르게 이동하며 바라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우사인 볼트보다 우리가 더 빨리 움직인다는 것은 인지하지 못한다. 그럼 박테리아는 어떤가, 가장 박테리아는 1초 동안 인간의 머리카락 두께 정도를 이동한다고 한다. 이것은 분명 느리다. 하지만, 자신의 몸길이의 100배를 움직이는 것이라 한다.

도대체 빠르다와 느리다와의 기준은 무엇일까? 속도라 함은 절대적이라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봐야 맞는것 같다. 그리고 약간의 지식, 아니 "앎"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적당한 용어는 떠오르지는 않지만 "아는만큼 보인다"라는 말처럼 '아는만큼 속도가 보인다'라고 해야할것만 같다. 요즘 수업하는 한팀의 아이들에게 우주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다. 혜성에 대해 이야기 했는데, 왜 혜성은 느리냐고 묻는다. 이제 혜성에 대해서 배우는 아이들과 여러 책들과 뭐... 혜성을 접한 차이랄까. 참 빠르게 움직이고도 있는데 우주가 광활하다 보니 마치 정지해있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우주에 대해 조금만 더 알게된다면 속도뿐 아니라 많은 것을 알게 될것이다. 그러니 독서를 하고 연륜이 쌓여야 하는 것인가보다.


이 책은 그리 쉽지많은 않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 너무 전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서 중고등시절 배운 과학이야기만 조금 상기한다면 어렵진 않다. 다만 과학에 흥미가 있느냐 없느냐가 책장을 넘기는 속도에 살짝 영향을 주는 것뿐이다. 예로 '푸코의 진자'라는 쳅터를 보고, 움베르트 에코의 <푸코의 진자>를 생각하느냐, 아니면 지구가 자전하는 결정적인 증거를 떠올리느냐의 차이랄까. 물론 나도 후자의 푸코의 진자를 생각하고 움베르트 에코의 책을 구입했다가 스타일이 전혀 맞지 않기에 읽는 속도가 거의 0m/s에 근접했다가 포기했기에 과연 그 책에 실제 푸코의 진자 실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지 아닌지는 잘은 모르겠지만서도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은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리고 각자의 기준은 항상 변한다. 어렸을때는 그렇게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여전히 난 청소년이었는데, 지금은 속도가 너무나도 빠르다.


자연은 결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멈추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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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지는 중입니다
안송이 지음 / 문학테라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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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떤 일은 시간과 함께 지나가기도 하지만 어떤 일은 지나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글이 참 맘에 든다. 저자는 22년째 스웨덴에 살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후 스웨덴으로 갔다 하니 얼핏 나와 연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서 공감하기도 이해하기도 또 위안받기도 하는 책인것만 같다. 유독 눈길을 끌었던 이야기는 저자의 딸 선물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선물이는 자폐진단을 받았지만 아빠와 함께 한 모습과 엄마와 함께 한 모습에서 의사는 극명한 차이를 느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마주하는 태도가 정말로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평소에 딸아이는 내게 껌딱지처럼 달라붙는다. 내가 일을 하다 보니 유독 더 내 뒤만 졸졸졸 따라다니는 아이인데, 내 자신이 힘들고 지치니까 괜시리 짜증이나서 얼마전에 아이에게 화를 내버렸다. 처음으로 내게 말걸기기 무서웠다고 우는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했던지 말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내 자신의 삶은 없어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20대 대학생이었던 시절, 사회초년생으로의 삶, 30대 때 회복할수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좌절감도 있었고, 40대를 접어들면서 나이를 받아들이기도 겁나고, 뭔가 나를 찾고 싶은 마음도 들기도 하고 정말로 견뎌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삶인것 같다. 과연 나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삶을 다시 찾을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 절대로 시간은 약이 될수 없다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어쩌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이 정답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달전쯤 일하던 곳에서 아르바이트 하는 대학생을 만났다. 참 좋을때다 했었다. 난 언제 대학생었던지.. 길거리에서 아가들을 보면 귀엽다 하지만 다시 키우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한다. 내 키보다 살짝 더 큰 아이를 보면서 그동안 전쟁 치르듯 치열했던 삶은 한번이면 족하다고 생각한다. 어쩜 그 치열했던 삶 속에서 이제는 연룬(?)도 쌓이고 괜찮아지는 중인것만 같다. 앞으로 내 삶에 또 무슨 힘든 일들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슬기롭게 살아가지 않을까 싶다. 맞서 싸우기보다 살짝 비켜서서 어서 지나가거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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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슬픔이 아름다워 나는 편지를 썼다
와카마쓰 에이스케 지음, 나지윤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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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에는 슬픔을 구원할 힘이 있다."

아내를 잃은 저자의 고백, 그리고 이어지는 그의 편지들. 비슷한 경험을 가진 이들이 서로 위로하는데는 아마도 다 이유가 있는듯 하다.

그 마음을 아니까 말이다.

예전에 큰 사고가 나면 안타까운 사연들에 마음을 아파해도 돌아서면 끝일뿐이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 당시 딸아이가 중3이었다.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어서였는지 한동안 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볼수도 들을수도 없었다. 눈물부터 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를 처음 보게 되었을 때 작년 생각이 났다. 투병중인 엄마가 상황이 조금 안좋아져 여러 검사를 받게 되었을 때, 이제 엄마도 나이가 드셔서 그런 상황이 되었다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힘이 들었더니. 엄마가 나의 보호자에서 어느 순간 내가 보호자가 되면서 나이 들어가시는 엄마의 모습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그리고 언젠가 저자가 아내를 떠나 보낸것처럼 나도 그렇게 엄마와 이별을 하게 될 미래에 대한 동변상련의 느낌이 들었다.


"슬픔은 우리의 힘을 벗어난 우연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그로부터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슬픔은 내면의 가장 낮은 곳에 우리의 시작을 축복해줍니다.(글을 마치며 中 p.201)"


삶이 지치고 힘든 이들에게 저자의 말을 전하고 싶다. 슬픔속에서 또다른 살아가는 힘을 얻길.

그래서 행복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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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이지만 정말 너무해! - 새내기 아빠의 좌충우돌 폭풍 육아
란셩지에 지음, 남은숙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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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도 공감! 그림에도 공감하는 그런 책이다.

그런데, 나는 아이가 하나라 첫애든 둘째애든 공감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지만 나도 늘상 달고 사는 말이 하나 있다.

"저거 내 새끼니까 키우지 남이면 키우겠어!!"

가끔 어처구니가 없지만 침대위에 빨래를 잔뜩 올려놓고 요리조리 피해가며 잘때나, 방청소라는 걸 하는지 안하는지 항상 청소해줘하고 먹고 싶다는걸 군소리 하며 또 만들고 있는 나를 보게된다.

하지만 꼭 내 자식이지만 너무한다는 날만 있을까

태어나서 처음 소리내서 웃던날, 처음 걷게 되었던 날, 나를 위해 처음으로 커피를 타오던날, 엄마주겠다며 족발하나 꼭꼭 호일에 싸서 들고오던 모습이 지금도 나를 피식 웃게 만든다.

아마도 저자도 제목처럼 "내 아들이지만 정말 너무헤"라고 외치지만 그 말보다 아이도 인해 웃음짓는 날들이 많을꺼라 장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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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반시연 지음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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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갱 : 여러 종교에서 등장하는 '바닥이 없는 깊은 구덩이'로 지하 세계나 지옥 따위로 연결되는 곳이다.

 

도무지 처음에는 이 '무저갱'이라는 낯선 단어때문에 이 책에 정체를 알수가 없었다.

그저 띠지에 '죄 지은 자가 제대로 된 형벌을 받지 않는 이 사회에 작가가 던지는 차갑고도 뜨거운 돌직구'라는 말로 책의 내용을 짐작해 볼뿐이었다. 그런데 무저갱이라는 본뜻을 찾고 보니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잘 압축했다는 느낌이 든다. 오늘 또 하나의 단어를 알게 되었다.

 

'제대로 된 형벌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 라는 이 질문을 정말이지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것만 같다. 요즘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여고생이 실종이 되었다. 용의자로 지목된 학생 아버지의 친구는 자살을 했다. 실종된 여고생의 생사도 모르는 이 시점에서 과연 진실은 무엇이고 벌받는 이는 누구일까. 수차례 갑질에 불법을 자행한 대기업 사모님은 오늘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과연 누군가가 "네 죄를 말해"라고 하면 이 사모님은 미지의 공포를 느끼면 죄를 말할수 있을까? 어린 초등생을 유린했던 조두순은 술을 마셔 심신미약상태라 감형을 받고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과연 이런 사회에서 우리는 맘편하게 살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래서 어쩌면 더 잔인해보일지 모르지만 공감을 하며 또 응원을 하면서 이 소설을 읽었다. 가해자의 인권만 있고, 피해자의 인권은 없는 이 사회는 언제쯤 정신을 차릴수 있을까.

 

이번 도서는 반전이 생명이니 가급적 책내용 스포는 삼가해 달라는 쪽지를 받았다. 또한 책도 비닐에 쌓인채로 받았다. 아마도 반전이 공개되면 재미가 반감될까 꽤 신경을 쓴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비닐로 쌓인 책은 아비코 다케마루의 <살육에 이르는 병>을 본 이후 처음이었다. 이 책을 마칠때쯤 "반전이 생명"이라는 말에 공감했다. 수없이 "대~박~"을 외치며 생각지도 못했던 치밀함과 반전에 나 홀로 기립박수로 작가님에게 환호를 보냈다. 얼마전 공지에서 봤던 부산이었더라면 쓰레빠 북토크에 참가해 작가님의 필력에 감동한 이 마음을 고스란히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을 주체할수가 없을 정도의 올해 내가 읽었던 책중에 최고의 반전이었던것 같다.

 

올 한해 독자들을 충격에 몰아넣을 최고의 스릴러!!

 

그래, 자격이 된다고 본다. 스릴러를 좋아라하는 분들이라면 난 이책을 적극 추천한다. 마지막의 그 짜릿함을 아직도 잊지를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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