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홍 - 彩虹 : 무지개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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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요한 8,8)

크리스찬은 아니지만 문득 이 말이 먼저 떠올랐다.

누가 그녀에게 손가락질을 하는가? 그녀는 왜 손가락질을 받아야 하는가?

문종의 두번째 세자빈이었던 순빈 봉씨, 그녀는 궁녀와의 '동성애 스캔들' 때문에 폐빈이 되고 만다. 궐에서 쫓겨난 폐서인의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수 없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는 집으로 쫓겨난 그녀가 오라비의 칼에 죽는 것으로 나온다. 만약 그녀가 실제로 죽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과연 그녀를 체면을 중시했던 조선사회에서 아무리 가족이더라도 받아들일수 있었을까? 그야말로 조선판 '명예살인'이 아닐런지 모르겠다.

 

솔직히 이 소설을 읽으면서 어디까지가 팩트이고, 또 어디까지가 허구인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저 깊은 궁궐에서 외로이 홀로 맞섰을 그녀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만 같다. 왜 그녀는 동성애를 선택해야만 했을까? 아마도 역사의 기록이라는 것은 당시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폐위를 당한 세자빈을 그리 곱게 쓰지는 않았을것 같다. 더군다나 앞으로 제왕이 될 세자의 비였으니 세자를 깎아내린다기 보다는 세자빈을 더욱더 악녀로서 표현하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그녀는 세자의 사랑을 얻고 싶고, 후사를 이어야만 한다는 생각에 정말로 상상임신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역사는 권승휘(후의 현덕왕후)가 먼저 회임을 한것을 질투해 가짜 임신 소동을 벌였다고 한다. 낮에도 술에 취해 패악을 벌이기 일쑤였고, 궁녀들과 동성애를 가졌다고도 기록한다.

 

한나라의 국모의 자리에 오를 세자빈을 간택함에 있어서 과연 흠이 있는 사람을 골랐을까? 하지만 역사에 서술되는 그녀의 평가는 패악하기 그지없다. 세월에 흘러 후손에게 '궁중 동성애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알려지는 그녀가 애처롭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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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손가락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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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작품에서는 우리는 범인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그렇치 않은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이 '붉은 손가락'에서도 우리는 이미 범인을 알고 읽어나가게 된다.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알고도 이렇게 재미있게 쓰는 작가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추리소설의 긴장감이라든지 사건을 어떻게 푸는가라는 호기심보다 새로운 것을 보게되었다. 그것은 바로 자식을 키우는 두 엄마였다. 자식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 애쓰는 엄마와, 자식의 미래를 위한다면서 그를 더욱더 타락의 길로 인도하는 엄마.. 나는 과연 어떤 엄마일까하는 생각도 더불어 해보게하는 그런 이야기이다.

 

요즘 들어 가장 문제시 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성인범죄를 뛰어넘는 청소년 범죄일듯 싶다. 더군다나 학교폭력! 내일 딸아이가 중학생이 되는 내 입장에서도 학교폭력이라는 것은 간과하고 넘어갈수만은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 가해학생들의 부모를 보면 많은수가 '그럼 그렇치..'라는 말이 나올수 있도록 그런 환경이 자리잡고 있다.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뇌리에 자리잡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소설속 중학생인 나오미도 부모님이 조부모님에게 하는 행동을 닮아 부모에게 막대하며 죄의식이란 전혀 없는듯 보이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이야기를 접할때마다 내 자세를 먼저 바로잡고 딸아이에게 모범이 되어 보이려고 노력은 하는데 과연 내가 잘 하고 있는가 의문이 들때도 한두번이 아닌것 같다. 갈수록 사회는 각박해져만 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보여야 할 예절은 없어지고, 위험에 빠져 있는 사람을 보고도 못본체 하고, 우리 사회가 너무나도 메말라 가고만 있다. 그것은 아마도 현대의 가족들이 상식의 선 밖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비뚤어진 상식의 선.. 옮긴이의 말을 빌어보면 "이 세상에는 '평범한' 가정이라는 건 없는지도 모른다. 저마다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그 중요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혹은 대충 얼버무리고 뒤로 미루면서 생활이라는 나름한 마비의 흐름에 휩쓸려 하루하루를 쌓아나간다. 그 속에서 문제점은 곪고 곪아 끔찍한 괴물의 모습으로 커나간다. 상식의 선 안에서 살고 있다고 굳게 믿으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과연 내 가족도 그렇치 않을까 싶다. 근데 한가지 위안이 되는건 우리는 그다지 평범하지 않다는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평범하지 않기에 아마도 곪아터진 상처를 도려내고 상식의 선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 이 이야기는 나를 한번더 뒤돌아보게 하는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만약 그럴리는 없겠지만 내게도 이런 일이 닥친다면 나는 냉정할수 있을까? 그래서 상식의 선을 벗어나지 않는 그런 행동을 할수 있을까?

 

이 책은 나에게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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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을 훔치다
조완선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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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낡고 오래된 신문에서 뜻하지 않았던 기사에서 시작된 소설..

서울의 문화재 밀매 시장에서 초조대장경 인쇄본이 은밀하게 유통된다. 초조대장경은 팔만대장경의 큰형뻘인데, 한국의 전설적인 도굴꾼이 일본 안국사에서 초조대장경 인쇄본을 훔쳐와서 그것이 한국의 국보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이에 일본정부는 한국 도굴꾼을 수사하라고 한국정부를 압박했고, 한국정보는 개인소장품이라는 이유를 들어 일본 정부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2001년 공소 시효가 끝나버렸다고 한다.

 

이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약탈한 문화재를 당당하게 우리것이니 수사를 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본정부!!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이 아닐수 없다. 비단, 일본의 이야기뿐만은 아니다. 우리가 약했기에 우리의 문화를 많은 곳에 빼앗기지 않았던가.. 그것을 적법한 절차를 거치면서 반환되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것이 너무나도 많음이 속상할 따름이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이 소설에서는 한국인 도굴꾼 장재석과 일본인 도굴꾼 하야코가 등장하게 된다. 둘은 천년의 세월을 간직한 '초조대장경'을 찾아 나서는데 아무래도 재석의 편에 서서 소설을 읽어 나간것 같기도 하다.

 

또한 이 소설에서 '초조대장경'의 인쇄본이 아닌 그 경판을 쫓는 과정을 보면서 초조대장경에 담겨져 있는 그 영험함은 느낄수 있었다. 천년의 세월동안 간직한 조국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절절히 담겨져 있는 귀중한 물건들.. 그리고 임진왜란 당시 일어났던 승병들의 이야기도 얽히면서 왜 이민족이 우리나라를 침범하면서 대장경을 불태우려했는지 짐작할수 있다. 아마도 그들은 그 보물들을 통해서 우리가 하나로 단결하는 것을 두려워했을것이 분명하다.

 

결국 아무에게도 허락하지 않았던 초조대장경이 편안한 안식처를 찾기를 바라는 맘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아마도 우리가 흔히 방문했던 이 땅의 수많은 사찰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들이 많이 숨겨져 있을것이다. 화마를 피하기 위해서 경회루 앞 연못에서 발견된 용처럼 우리나라의 복을 바라는 많은 유물들이 어딘가에 많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자기 자신을 보호하고 후손들의 영원한 안녕을 바랬던 우리 조상들의 위대함이 또 한번 맘으로 느낄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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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자가 우리 엄마야 놀 청소년문학 14
로즈 임피 지음, 서민아 옮김 / 놀(다산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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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책 제목을 만났을때는 좀 주책맞은 엄마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자꾸만 황당한 일을 꾸미는 엄마덕(?)에 남모를 고민이 있는 아이의 이야기쯤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가끔은 코드가 잘맞는다며 좋아하거나, 때로는 내가 못살아 하면서 나를 챙기는 딸아이와 같은 아이가 나올꺼라 생각했지만 좀 뜻밖이라고나 할까??

 

조던의 기억속에 엄마가 잠깐 나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엄마 데비는 땅속에 있다. 땅속에 조금 넓은 공간을 만들어놓고 지상에서 생활하듯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앉아있기도 약간 불편한 관과 같은 상자에서 엄마는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150일을 지낼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우리 조던은 13살로 괜한 엄마의 계획으로 누나는 집을 나가고 자신은 강아지가 생겼지만 왠지 모를 우울함을 갖고 있다.

 

엄마가 일을 하기때문에 어렸을적에는 오히려 할머니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우리딸, 그리고 7살에 학교에 들어간탓에 이제 중학생이 되지만 지금 13살이 되는 우리딸을 생각해봤다. 딸아이는 어렸을적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를 쫓아다니며 의지했지만 학교를 들어가면서부터는 학교에 할머니가 오시는것을 매우 싫어했고, 더이상 할아버지 할머니와 여행가는 것을 싫어하고 엄마하고만 쑥덕쑥덕 이야기를 한다. 중학생이 되지만 아직도 밤에 무섭다고 전등을 키고 자는 우리딸을 보면서 조던의 마음을 헤아려 보았다. 어쩌면 엄마의 입장보다 조던이 더 이해가 가고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13살, 어린이와 청소년의 경계에 있는 나이이고 아직은 엄마의 손길이 더 필요할텐데..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조금씩 친구의 문제와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조던을 더 성숙하게 만드는 것만 같아 흐뭇하기도 했다. 물론 가끔은 나도 일을 그만두고 전적으로 아이 옆에 있고싶기도 하다. 하지만 가족에게 묻혀 엄마 스스로를 지워가는 것도 그다지 좋은 것만은 아닌것 같다. 언젠가는 아이도 엄마의 도움이 필요치 않을 날이 올테고 너무나 가족에게만 매달리고 있다가 문득 자신을 잃어버릴지도 모를 엄마의 삶이 불안할지도 모르지 않을까...

 

조금씩 조던이 어른이 되어가는 성장기를 거치면서 어떠한 기록을 가지고 있고, 또 그것이 결국엔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할망정 엄마도 무언가를 해냈다던 자신감이 있다면 가족 모두가 행복한것 아닌지 모르겠다. 문득 조던이 엄마의 기록이 기네스북에 오르지 못할찌도 모르는 상황을 알고 엄마의 지금 도전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형에게 물은적이 있다. 그때 형은 "엄마가 그렇게 하기로 목표를 세웠다는 데 의미가 있는거야"라고 답한다. 우리는 항상 누군가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누군가가 알아주는것만이 중요하지 않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고 그렇게 하기로 목표를 세웠다는데 의미가 있는것이다.

 

아직은 어리고 엄마품이 그리운 조던이지만 그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한층 성숙해진 조던을 보면 엄마도 대견스러우면서도 한켠으로 섭섭한 모습이 생길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게 흘러가는 세월을 누가 막을수 있으랴.. 나는 그렇게 오늘도 어른이 되어가는 조던처럼 또 부쩍 자란 딸아이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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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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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척이나 커피를 좋아라하는 편인데 이렇게 많은 종류가 있는지는 몰랐다. 아마도 나는 종류를 떠나서 그저 마시는 것만을 좋아라하는 것같다. 이 책은 커피와 함께 세사람의 친구들이 기억속에 있던 이야기를 꺼내어 풀어나가는 사랑에 대한 옴니버스 에세이이다.

 

한 잔에 커피와 그 향과 함께 피어나는 이야기들....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사랑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글이 있었다.

항상 알람처럼 모닝콜을 해주던 사람. 그리고 그가 있어 독립적인 내가 매우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 갔는데, 어느날 내일부터는 깨워줄수 없기에 알람 맞춰놓고 자라는 말한마디와 함께 그저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남자...

그리고 후에 알게된 소식! 여자친구와 어학연수를 갔다는...

물론 그에게도 사정이 없진 않았을것이다. 그녀를 떠나는 것이 맘에 걸려 마지막까지 잘해주려 애를 썼다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연이 제일 맘에 아팠던 것은 무책임했던 '그'때문이었다. 홀연히 사라지고 다른이에게서 들었던 소식에 의하면 그는 양다리였을까? 아니면 피치못할 집안의 정략결혼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녀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혼자 감당하려 했다고 변명이라도 그녀에게 했어야 했다. 후에 알게되더라도 그녀는 황당함에 배신감에 분노에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을까? 그녀가 사실을 받아들임에 있어 아파하더라도 차라리 정확한 이유를 알아야만 그녀의 회복의 시간도 더 빠르지 않았을까 싶다. 어쨌든 그가 이별을 통보하고 사라졌든 그냥 사라졌든 그녀는 상처를 받았을테니까 말이다...

 

"그의 존재를 지울 수는 없겠지만 한대 그가 나의 남자였다는 것을 좋은 추억으로 담아두고 싶다. 내가 그의 여자였었다는 것을 그도 후회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라고 글은 마감하고 있지만 더불어 '그래도 그건 사랑이었다. 사랑했으니까 괜찮다'라고 했지만 사랑했기에 시작과 끝은 더욱더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의를 갖추지 않았기에 이별의 아픔에서 쉽사리 헤어나지 않는거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커피는 사랑과 닮은것 같다. 때론 달콤하기도 하지만 때론 씁쓸하기만 해서 그런가...

그래서 그런 말도 있는 것 같다.

"커피의 맛을 알게되면 그때는 어른이 되는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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