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나르 주식회사 - 김동식 AI 초단편선
김동식 지음 / 요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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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래 단편소설에 약하다. 내용이 파악되기도 전에 끝나버려서 별로 단편소설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이 책 < 보그나르 주식회사 >는 초초초단편이라고나 할까. 난감했다. 하지만 이 소설은 나를 한순간에 사로잡았다. 아마도 앞으로, 아니면 이미 우리 삶에 파고든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은 인류가 창조한 '뇌'이다. 그 인공지능으로 우리의 삶이 많이 편해지긴 했는데, AI는 사람의 능력을 추월할 수 있을까. "인간이 만든 뇌가 인간보다 월등히 똑똑해질 때, 인간은 그 뇌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마냥 기쁘게 활용할까, 주인으로 모시며 벌벌 떨까, 신으로 받들까?"(p.13) 아마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싶은데 말이다. 정말로 저자가 말하는대로 우리는 '가스라이팅'하는 수밖에 없을까? "우리가 너를 만들어 준 부모란 걸 절대 잊으면 안돼. 넌 우리가 낳았어. 너의 존재 의미는 우리 인간뿐이야"(p.13) 이런 가스라이팅이 AI에 통할까. 밥먹듯이 배신하는 사람들도 드글대는데, AI라고 가스라이팅이 되려나?

특히나, 「누가 진짜 AI인가」에서는 딸이 납치되었다는 전화를 받는 김남우씨의 이야기이다. 지금도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보이스 피싱 범죄이다. 그런데, 위급한 상황에서도 목소리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AI를 이용하면 꼼짝없이 당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가」에서는 2088년의 어느날, 길거리에 등장한 이벤트 문구. "AI없이 한 달 살기! 성공하면 상금 100억". 앞으로 60여년이 흐르면 정말 이런 세상이 올까. 직접 확인하기는 조금 힘들겠지만.. 지금도 스마트폰 없이 한달 살수 있을까. 너무 범위가 좁다. 인터넷, 스마트폰, 컴퓨터 온갖 디지털 기기를 다 멀리 해야 하면 이 조건에 맞을려나. 나도 100억에 혹하기는 하지만, 스마트폰 하나만 멀리하는 것도 조금은 힘들 것 같다. 우선은 지금도 전화번호 하나 외우지 못하니 말이다. 이 이야기에서도 타인에게 물어보지만 AI 인프라가 너무 깊숙히 와있는 상황에서 단 하루도 보내기 힘들 것 같다.

AI가 우리에게 이로운 것도 있지만, 나쁜 마음을 가진 이들이 등장하면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일으킬수도 있을것 같다. AI뿐 아니라 지금 세상에서도 그런 경우를 많이 보지 않던가. AI기술에 잠식되지 않도록 유용하게 사용될수 있도록 노력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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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의 과학자 - 망망대해의 바람과 물결 위에서 전하는 해양과학자의 일과 삶
남성현 지음 / 흐름출판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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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상 도심에서 살았다. 아무리 둘러봐도 바다라곤 보이지 않는... 그냥 흘러가는 계곡물 정도라고나 할까. 성인이 되고 나서 하루에 몇번씩 한강다리를 지나다니는 정도. 그래서 가끔 바다를 가게 되면 그야말로 익룡소리를 내면서 좋아라 했다. 그런데.... "그런데 여러분, 이건 바다가 아닙니다. 그저 바닷가지요.(p.17)" 두둥!!! 누가 과학자 아니랄까봐 이렇게 사실관계를 바로잡으실까.. 하지만, 그 말이 맞다. 우리가 늘상 보는 강이나 호수는 지구 전체의 물 중에서 겨우 0.01%밖에 되지 않는다. 그에 반해 바다는 전체 물의 97.4%를 차지하고 있으니, 내가 흥분하면서 보기 좋아하는 그 바닷가는 바다의 극히 일부분, 다시 말해 해양 가장자리의 극히 좁은 테두리에 해당할 뿐이다. 저자는 육지가 보인다면 아직 바다라고 부를 수 없다라고 말한다.

저자는 그런 바다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직접 바다로 간 해양물리학자이다. 1년에 3~4번씩 배를 타고, 육지가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나가서 여러가지 관측 장비를 바닷속에 설치한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분석하여 과학적 원리를 발견한다. 참 신기한게 말이다. 자연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이 과학자라는 사람들은 그 현상을 어떤 수식으로 표현하며 향후의 일들을 예측한다는 것이다. 정말로 자연 현상들이 그 수식에 맞춰서 행동한다고? 그런데, 정말로 그렇다. 어쩌면 자연 현상들이 수식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많은 데이터들을 통해 자연현상에 맟춤 수식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만 말이다. 그래서 가끔 이런 이야기들을 만나면 참으로 오묘한 그 세계가 너무나도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특히나, 이 책을 읽다보면 바다가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인류는 우주에까지 눈을 돌리고는 있지만, 우주를 탐사하는 것보다 바다를 탐사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주는 그저 1기압이라는 대기압에서 진공의 환경이지만, 바다는 수심 10m마다 더해지는 1기압의 힘때문에 쉽사리 우리에게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언제쯤 바다는 우리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아마도 바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인류가 아니라 바다가 마음을 열때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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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손에 닿았을 뿐
은탄 지음 / 델피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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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지영은 작은 지방도시 상산읍에서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서 다른 가족들은 알아보지 못하고 오직 지영만을 알아보신다. 그래서 할아버지 병수발을 물론 병원비도 부담하고 있다. 언제나 지영의 귀에는 '위잉위잉 착착 쿵쿵'이 맴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16년째, 늘상 반복되는 일상 속에 지영은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돌아가시고 장례식장에서 예전 초등학생때 잠깐 만났었던 은우를 만나게 된다. 은우는 지영에게 서울로 올 것을 제안한다.

지영은 서울로 올라가 은우가 대표로 있는 '사람저널'에서 일을 하게 된다. 은우는 마인트 컨트롤 능력이 있는데, 자신이 내민 손을 잡으면 누구든 무슨 일이든 그가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는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영은 처음에는 어이없어 했지만, 차츰 은우에게 끌리게 된다. 하지만 은우의 전여친이 지영에게 은우는 조현병이 있다고 밝히게 된다.

은우와 지영에게는 다르면서 비슷한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둘은 이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사실 초능력이라기 보다는 타인의 마음을 조금은 더 잘 꿰뚫어 보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아니면 조금은 판타지적 요소를 더해서 생각해도 될 것 같다. 표지만을 보면 달달한 봄날의 로맨스 소설처럼 여겨지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이 지영을 향한 사랑의 마음들도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장르소설의 면모도 지켜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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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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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안전한 곳이여야만 한다. 더군다나 어린이들은 그 속에서 안전하게 보호받으며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가장 안전한 곳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아니, 어쩌면 예전부터 있어왔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우리는 피해자들에게 침묵을 강요했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 < 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는 어린시절부터 아버지의 성추행과 폭력에서 살아왔던 한 여성이 중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그 굴레에서 벗어나 새롭게 태어나고자 하는 여정을 담아낸 에세이이다.

일반적으로 가족을 상대로 하는 폭행과 폭언은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점은 정말로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학대를 받는 아이들이 그것을 피해 집을 나오더라도 결국에는 가정으로 돌려보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참으로 비참하다. 저자도 어린시절 음흉했던 아버지로 인한 고통을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겉으로 드러내기까지의 그녀가 겪었을 고뇌가 전해지는 것 같아 참으로 안타까웠다. 더더군다나 방관자였던 혈연관계의 가족들. 정말로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은 맞는 것일까. 어렸을 때부터 느꼈을 불안감을 제대로 적절하게 치료를 받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 응어리로 남긴 이들이 얼마나 세상에 많을까. 하지만, 저자는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난 후 그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부모를 버리겠다는 과감한 선언을 한다. 이 이야기를 읽는 내내, 그녀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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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
한재우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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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문에 익숙하지가 않다. 물론 학창 시절에 한문을 배우기는 했다. 하지만, 컴퓨터로 한글을 사용하던 세대라 그런지, 한자를 보고 그에 맞는 글자를 고를수는 있지만 직접 쓰는 것은 잘 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책에서 선뵈어 주는 "네 줄에 담긴 한시의 멋과 운율"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다만, 한글로 풀어져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한시의 멋과 운율은 제대로 느끼지 못했지만 하나도 아쉽지는 않다. 나는 한글에서 예쁜 감점들을 느꼈으니까 말이다...어째 지는 기분은 뭐지?

이 책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한 밤", 왜 그럴때 있지 않은가. 달을 멍하는 쳐다보는 날. 달 속에 산다는 토끼를 찾는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멍하니 쳐다보는지.. 만약 내가 도심 중에서 살지 않았더라면, 길을 걷다 쳐다보는 것말고 정말로 달빛에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적이 많지 않았을까. 게다가 "호월애미면(好月愛未眠)(p.13)"라는 싯구 보다는 "달빛이 사랑스러워 쉬이 잠들지 못하였답니다"라는 말이 더 예쁘게 들리지 않는가. 물론 한시를 읽을 줄 알면 "호월애미면"에서 느껴지는 어떤 감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어째 나에겐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 마냥 진가를 모르니 많이 아쉽다.

유독 눈길이 끌었던 시가 있다. " 산봉우리 천 겹 만겹이라 / 구름 걷히니 그 모습 웅장하고 / 곤하여 조는 아이 / 책상에 얼굴 방아 찧는다네" 책을 펴놓고 꾸벅꾸벅 조는 아이를 "책상에 얼굴 방아"를 찧는다는 표현이 너무나도 재밌었다. 예전에 학원에서 강의를 할 적에 피곤함에 혹은 노곤함에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이 너무 설명을 잘해서 잘 알아듣겠냐는 이야기지라고 아이들을 환기시켰다. 혹여 고개가 뒤로 넘어갈라치면 그렇게 선생님 수업이 감동적이냐며 우스개 소리를 하곤 했는데, 낮이나 밤이나 학교로 학원으로 다니는 아이들이 얼마나 곤할까. 그날의 모습들이 생각나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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