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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평점 :
되는대로 낭만적인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부럽다...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207일동안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긴여행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으니까. 나는 왜 젊을때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나는 '되는대로'가 안된다는 것이다. 사정에 따라 여건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는 거리,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계획을 짜기 때문에 200여일이라는 장기간 여행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10여년전쯤 엄마와 배낭여행을 떠난 이의 에세이를 읽고는 오래 걷지 못하는 엄마와 나는 이런 세계여행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무릎이 아파서....ㅜㅜ(하지만 체력은 좋으니 한번 도전해볼까나? 마음만.. 마음만이다... 이제는 동적인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역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더니....^^;;)
군대에서 만난 후임병 K와 배낭하나 덜렁 메고 여행을 떠났다. 아시아, 유럽, 남미 3개 대륙의 18개국 50여개의 도시다. 물론 여행을 갈거야라는 선언을 하고 경비를 모았다. 그리고 최저예산을 계획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떠나는 이 청년들 모습에 나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진다. (이럴거면, 나도 떠나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버스에도 입석표가 있는지 모르고 구입했다가 오랜시간 울퉁불퉁한 길을 서서 갔던일, 한산한 기차에서 슬쩍 잘못 찾아온 듯 들어간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던 방. 뭐.. 직원이 여기가 아니라는 안내에 자리를 옮기려다 직원의 제안에 시원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계획 여행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그 직원은 그렇게 협상한 돈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배탈이 났는지, 식중독이었을지 타국에서 몸이 아픈 것은 정말 난감하다. 설상가상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갔던 곳에서 탔던 말이 넘어지면서 다쳤을 때는 얼마나 당황했었을까. 약간 삐긋한 다리에 의사는 쉬라고 했지만 어찌 편안하게 쉴수만 있을까. 아마도 나여도 그랬을 것 같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들.. 청춘이 있어 가능한 일들일 것만 같다.
'해야할 것'도 '먹어야할 것'도 '가야할 곳'도 정하지 않고 발길이 가는대로, 해보고 싶은대로 하는 이 낭만적인 여행이 참 부럽다. 아마 남들 다 하는대로, 남들이 먹는대로, 남들이 가는 대로 했던 여행이라면 그다지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을테고,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식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발 길 닿는대로는 아니어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풍경을 바라보다 하는 나 나름대로의 낭만적인 여행이 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