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죽었다 생각학교 클클문고
정해연 지음 / 생각학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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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밌지. 이런 제목의 책을 읽는다는 것이... 엄마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찾으려고 투쟁이라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씩을 하게 된다. 하지만 투쟁을 할 수가 없었다. 민우와 같은 이유는 아니었으니.. 민우는 세상을 향해 투쟁하지만, 나는 나를 향해 투쟁한다. 왜 그렇게 밖에 하지 못했냐면서. 보통때와는 다르게 민우에게 엄청난 감정이입을 하면서 읽은것 같다. 엄마를 잃는다는 느낌을 아니까. 2년전 아빠의 죽음으로 세상에 홀로 남을 민우를 위해서라도 엄마는 죽을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엄마는 민우 앞에서 몸을 던져 버리고 말았다.

코로나가 세상을 휩쓸고 지나가고 새로운 전염병이 생겼다. 이번에는 고양이 열병인 CIF(Cat Infectivity Fever)가 세계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CIF가 확인된 고양이는 살처분된다. 예전에 구제역으로 돼지를 생매장 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방역을 하던 공무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었다. 엄마는 그렇게 생매장되는 것을 항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생매장은 안락사 방법으로 바뀌었고, 엄마는 포획팀에서 살처분으로 자리 이동이 있었다. 민우는 이대로 가만히 있을수 없었다. 엄마는 나를 홀로 남겨두고 자살을 선택할 사람이 아니었다. 진실을 알기 위한 민우의 투쟁이 시작된다.

이 이야기는 청소년 문학이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의 불행따위는 신경쓰지 않는다라는 사회에 만연한 문제점을 깊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갈수록 생각은 얕아지고 정의를 외면하려 한다. 더군나다 권력을 위해 거짓에 동조하고 은폐하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엄마의 억울한 죽음을 위해, 그리고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기 위해 나아가는 민우를 보고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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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 대로 낭만적인 -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황찬주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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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는대로 낭만적인 스물여섯, 그림으로 남긴 207일의 세계여행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부럽다... "라는 말밖에 할 수가 없었다. 207일동안 긴 여행을 한다는 것은 내 인생에서는 없었기 때문이다. 긴여행이라고 해봤자 일주일을 넘기지 않았으니까. 나는 왜 젊을때 그러지 못했을까 생각해봤는데, 여러가지 이유도 있었겠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나는 '되는대로'가 안된다는 것이다. 사정에 따라 여건이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나는 가는 거리, 시간까지 체크하면서 계획을 짜기 때문에 200여일이라는 장기간 여행을 생각해보면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 10여년전쯤 엄마와 배낭여행을 떠난 이의 에세이를 읽고는 오래 걷지 못하는 엄마와 나는 이런 세계여행을 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무릎이 아파서....ㅜㅜ(하지만 체력은 좋으니 한번 도전해볼까나? 마음만.. 마음만이다... 이제는 동적인 일을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역시,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더니....^^;;)

군대에서 만난 후임병 K와 배낭하나 덜렁 메고 여행을 떠났다. 아시아, 유럽, 남미 3개 대륙의 18개국 50여개의 도시다. 물론 여행을 갈거야라는 선언을 하고 경비를 모았다. 그리고 최저예산을 계획하고 드디어 출발이다. 에세이를 읽는 내내 정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떠나는 이 청년들 모습에 나도 긴장을 하고 있었다. 낯선 땅에서 기다리고 있는 일들이 궁금해진다. (이럴거면, 나도 떠나도 될 것 같은데 말이다.) 버스에도 입석표가 있는지 모르고 구입했다가 오랜시간 울퉁불퉁한 길을 서서 갔던일, 한산한 기차에서 슬쩍 잘못 찾아온 듯 들어간 에어컨이 시원하게 가동되던 방. 뭐.. 직원이 여기가 아니라는 안내에 자리를 옮기려다 직원의 제안에 시원하고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었던 것은 무계획 여행을 하면서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아닐까. 그 직원은 그렇게 협상한 돈을 어떻게 했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배탈이 났는지, 식중독이었을지 타국에서 몸이 아픈 것은 정말 난감하다. 설상가상 피라미드를 보기 위해 갔던 곳에서 탔던 말이 넘어지면서 다쳤을 때는 얼마나 당황했었을까. 약간 삐긋한 다리에 의사는 쉬라고 했지만 어찌 편안하게 쉴수만 있을까. 아마도 나여도 그랬을 것 같다. 그리고 낯선 곳에서 만난 친구들.. 청춘이 있어 가능한 일들일 것만 같다.

'해야할 것'도 '먹어야할 것'도 '가야할 곳'도 정하지 않고 발길이 가는대로, 해보고 싶은대로 하는 이 낭만적인 여행이 참 부럽다. 아마 남들 다 하는대로, 남들이 먹는대로, 남들이 가는 대로 했던 여행이라면 그다지 기억에 오래 남지도 않을테고,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의 입장에서도 식상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 발 길 닿는대로는 아니어도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을 바라보며 책을 읽다 풍경을 바라보다 하는 나 나름대로의 낭만적인 여행이 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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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마동주 지음 / 닥터지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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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약이 든 음료수를 먹고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났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인지하지도 못했다. 하혈을 하고 나서야 몹쓸짓을 당했다는 것을 알았다. CCTV 영상도 없고, 정확한 물증 또한 없다. 사건 조사는 지지부진했고, 가해자는 변호단을 꾸려 대응했다. 결국, 그는 뉘우치지도 않고 집행유예를 받아냈다. 사실상 면죄부를 받은 것이다. 하지만 딸은 우울증에 빠졌고, 좋아하는 인형을 안고 아파트 발코니에서 몸을 던졌다. 그렇게 아빠는 딸을 잃었다. 엄마는 딸을 잃은 날 심장이 멈춰버렸다. 아빠는 복수를 결심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이 책의 부모 입장이 되었을 때, 가해자가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받는다면 나의 고통과 분노에 대한 보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엄마와 긴 이별을 했다. 그 전에는 몰랐는데, 내가 엄마를 잃고 나니 그동안 내가 했던 위로가 얼마나 얕았는지 알게되었다. 실제로 경험하지 못했을 때는 그 심정을 어찌 알까. 나는 범죄의 피해자가 혹은 가족이 한번도 되어 본 적이 없다. 내가 어찌 이 소설 속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과연 우리의 법에 의한 형벌이, 피해자가 겪는 심신의 고통을 위로해줄 수 있을까. 늘상 이런 이야기를 읽다보면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과거의 법들이 더욱더 피해자를 생각해주고 사소한 범죄라도 엄벌을 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날이 갈수록 범죄는 잔악해지고, 촉법이라는 제도 때문에 그것을 악용하는 아이들을 볼 때면 정말로 심각하게 이 솜방망이같은 처벌의 법에 의한 집행을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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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 도쿄 하우스
마리 유키코 지음, 김현화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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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는 관찰 예능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다. 연예인이든 일반인이든... 지상파, 종편, 유투브 채널까지.. 예전에는 가끔 연예인들의 일상은 본 적이 있었으나, 할 일없이 남의 일상을 왜 지켜보나라는 생각때문에 잘 보지 않는편이다. 아기판다 푸바오의 일상이면 또 모를까.. 게다가 일반인이 예능에 출연하고, 그들의 가십거리 기사까지 접해야 하는 일상이 참으로 난감스럽다. 다만, 그런 관찰예능이라도 책 속 이야기라면 매우 관심있게 봐줄 수 있다.

G방송국 개국 60주년 맞이하여 독특한 프로그램을 기획한다. 바로 현대 가족들이 1961년의 단지를 재현한 곳에서 3개월간 생활을 하는 것이다. 물론, 생활은 모두 당시 1961년과 똑같은 상황인 것이다. 3개월간 체험에 성공하면 500만엔의 출연료를 준다고 한다. 이 얼마나 매력적인 제안인가. 그야말로 나의 생활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다만, 현재처럼 편리하지 않겠지만서도.. 잠시 여행을 떠났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서류 및 면접 전형까지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두 가족이 선발된다. 두 딸과 함게 알뜰살뜰 살고 있는 나카하라네와 전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이와 지금 남편사이에서 낳은 아이가 있는 고이케네이다. 두 가족은 다른 가명들과 함께 주어진 설정을 수행하면서 생활을 하면 된다.

하지만 생각만큼 체험은 그다지 쉽지는 않았다. 비교적 부유한 집 설정인 고이케네와 부족한 것이 많은 나카하라네. 며칠이 지나 안정을 취해가자 식상함에 제작진은 두 집의 부부들에게 "체험을 중도에 그만두면 출연료 지급이 없다"라는 계약서를 내밀며 불륜을 연기하도록 종용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이 리얼리티를 내세우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본이 있다는 것을 이해는 하겠지만, 불륜은 좀 심한 것이 아닐까. 자극적인 소재를 일반인 출연자에게 출연료를 빌미로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단순하게 소설속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에서 소설보다도 과한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급기야 코히키네 맏딸이 실종되었다가 살해된 채 발견되고야 만다. 살인사건까지 접한 스탭들이나 출연자들은 모두 혼란스러워진다. 설상가상 이 단지에 1961년 발생했던 살인사건과 유사한점이 밝혀지면서 어디까지가 실제상황이고, 어디까지가 시나리오인지 모호하게 된다.

언젠가 마리 유키코의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이야미스'라는 장르를 개척했다고 했는데, 이 < 1961 도쿄 하우스 >도 그런 장르일려나. 이야미스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불쾌하고 찜찜한 이야기를 파고듦으로써 읽는 사람의 기분까지 나락으로 끌어내리는 추리 소설 장르라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어차피 장르소설이라는 것이 잔혹한 사건들이 많아 불쾌하고 찜찜한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가족을 잃은 슬픔은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 사건과 관련없는 사람들을 도구로 이용하는 것이 옳은가는 곰곰히 생각해봐야 겠다. 타인의 아픔까지 끌어내서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것일까. '리얼 관찰 예능'이라는 이름아래 우리는 타인의 삶을 어디까지 파헤쳐야 하는지 의문이 들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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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 불완전한 우리 삶을 채우고 완성하는 것
티아 루 지음,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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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국 dPICTUS 심사위원이 뽑은 최고작 선정. 영국 세바스탄 워커 어워드 수상. 2023년 골든 핀휠 젊은 일러스트레이터 50인 선정 작가

짧은 그림책이지만 이 안에 담긴 이야기는 참 많은 것 같다. 게다가 이렇게 찬사를 받고 있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여기 머무는 사람이 있다. 바닷가 작은 카페를 운영하는 댄이다. 그는 늘 말한다. "난 여기 있을테니 언제나 들려".

대학을 졸업하고 한참이 흐른뒤 모교를 찾은적이 있었다. 공대 특성상 당시는 여학생들이 적었고, 지도교수님을 제외하고 다른 교수님들이 이름도 가물가물해질 즈음이었다. 풋풋했던 20대가 아닌 이제는 나이가 든 제자를 본 교수님들은 얼굴은 낯이 익으나 이름이 가물가물해서 " OO학번 OO예요"라고 말했을때, 한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래 오랜만이다. 언제라도 오렴, 나는 항상 여기에 있으니까". 댄의 이야기를 보자마자 그때 그 교수님이 기억났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마음이 든든해졌는지 모른다.

그리고 떠나는 사람이 있다. 보트를 몰고 세계 이곳 저곳을 누비는 아키이다. 그는 늘 말한다. "있잖아, 내가 그리로 갈 게!"

이런 친구가 있으면 참 마음 든든할 것 같다. 괜찮아 내가 있잖아. 네가 어디에 있는 내가 갈게. 걱정하지 말아.. 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이 완전한 삶은 사람은 없다. 항상 기다려준다라며 머물고 있어도 때론 다른 사람들이 삶이 궁금하기도 하고, 언제가 그 곳으로 갈거라다며 세상을 누비고 다녀도, 때론 누가 함께 있었으면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신들의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 타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요즘엔 너무나도 혼자만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별반 신경쓰지 않는..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내 행동이 남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을 알텔데.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는 조금씩 채워주면서 양보하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말이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담고 있는 메세지는 크다. 그런 메세지를 이렇게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작가의 능력 또한 대단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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