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골드러시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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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고호 작가!!

우연스레 고호작가님의 책을 읽고 딱, 내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버릇대로 출간된 고호 작가의 책을 다 찾아 읽었다. 그리고 접한 또하나의 신간 소식. 이 책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할머니의 고향은 평안남도다. 만석꾼 집안의 3남 1녀의 막내딸. 눈에 안 넣어도 예쁠 딸이었을텐데, 이름은 김사끝이다. 딸은 그걸로 끝이라는 뜻이라는.. 이런.. 증조부는 자칭 혁명군이라는 사람들에게 두들겨 맞아 돌아가셨다. 증조부는 이럴때를 미리 예상을 하셨던지 금괴를 땅에 묻으셨단다. 할머니는 그 금괴를 찾으라고 하셨다. 인찬과 인지의 가문(?)의 숨겨진 재산 찾기 프로젝트의 여정이 시작한다.

사실, 지금 우리가 북한을 합법적으로 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안그래도 첫머리에 "대한민국 국민의 정부의 허가 없이 입북을 시도할 경우 처벌을 받습니다"라는 문구도 있다. 근데 만약.. 112억 정도에 상응하는 금괴가 있다면.. 처벌을 받더라도 갈 것 같은데...^^;; 인찬과 인지가 금괴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금시세에 관련된 뉴스. 참 절묘하게 연결되는 것이 고호 작가의 이야기에 매력인 것 같다. 과연 이 최씨 남매는 금괴를 찾을 수 있을까.

이 최씨 남매들은 정말로 중국을 통해 북한으로 잠입(?)을 한다. 그들과 동행하는 브로커와 꽃제비. 그런데, 마치 정말 북한의 모습을 보는 것마냥 치밀하게 묘사되고 있다. 작가의 < 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를 읽었을 때도 어쩜 이렇게 북한의 묘사가 뛰어날까 생각했었다. 또한 5년전의 시간에서 등장하는 리손향이라는 인물이 있다. 혁명열사 집안에서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그녀의 등장이 꽤 생소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그녀의 정체와 이 소설의 등장인물 등의 관계를 보면 정말로 기가 막히게 놀랍다. 정말 고호 작가의 책은 마지막 한줄을 다 읽을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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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중의 정원
김다은 지음 / 무블출판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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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을 읽을 때, 맨 앞의 작가의 말을 읽지 않았었는데, 소설을 다 읽고나서 읽어보니 꽤 독특한 이력이 있었다. 2010년 < 모반의 연애 편지 >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었는데, 아쉽게도 출판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출간되지 1년만에 판매가 중지 되었다고 한다. 10년이 지난 후 한 독자가 '훈민정음 언해본'에 관한 자료를 찾다가 < 모반의 연애 편지 >가 이를 다룬 대표적인 소설로 등재되었는데, 도무지 구할수가 없다고 토로했다는 것이다. 그 독자가 아니었다면 이 소설을 정말로 만날 수 없을 뻔했다. 당시 < 모반의 연애편지 >는 84통의 서찰로만 진행되는 서간체 소설이었는데, < 덕중의 정원 > 이라는 새 이름으로 출간될 때는 24통의 편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산문체로 구성했다고 한다.(작가의 말(p.4,5) 참고)

중간 중간에 등장인물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으면서 사건의 내막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꽤 쏠쏠한 재미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내가 예전에 읽었던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이 이렇게 편지와 메모로만 이루어진 책이었는데, 꽤 형식이 독특했다고 생각했는데, 우리나라 소설에서도 이런 형식의 이야기를 만나 반가웠다. 다만, 전부 편지로만 구성되었다면 내 특성상 조금 힘들었을 텐데 중간중간 산문체로 구성되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이야기는 세조의 후궁 소용 박씨(덕중)가 임영대군의 아들 귀성군에게 보낸 연서에서 시작된다. 궁에 있는 여인들은 모두 왕의 여인들이다. 게다가 소용 박씨는 첩지를 받은 후궁이 아니던가. 그런 여인이 궐 밖의 다른 남자에게 연서를 보내다니. 그것도 왕의 조카인 왕족에게 말이다. 선찰을 전달한 환관들은 물론 소용도 죽음을 면치는 못했다. 이때 마지막으로 덕중이 남긴 한마디. "백팔장"

입에서 입으로 전달되는 "백팔장"의 의문점. 그리고 서서히 밝혀지는 진실들... 세조가 왕위에 오르는 과정은 그렇게 순탄하지는 않았다. 12살의 어린 왕에게 왕위를 찬탈한 것이 아니라 훨씬 더 이전에 모종의 세력과 결탁한 일이라면... 이 소설이 다시 독자들의 앞에 나타난 것처럼 숨겨졌던 진실이 사소한 실수로 인해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꽤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실제로 소용 박씨는 귀성군에게 편지 한통을 썼다가 목숨을 잃었던 실제 인물이다라는 말 때문에 검색을 해봤다. 실제 그녀는 덕중이라는 이름을 가진 후궁이었고, 이 소설은 재탄생 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역사속에 사건은 자세한 내막은 모르겠지만, 이 소설에서는 덕중만 죽임을 당하고 귀성군은 살아남은 것은 그가 왕족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혹은 이 사건은 그 속에 숨겨진 모반의 흔적을 감추기 위해 그저 연서로 끝나야만 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덕중은 진실을 알지 못한채 눈감은 것이 다행이다 싶었다. 사실을 알았다면 얼마나 원통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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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위한 변론
송시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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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는 「인어의 소송」, 「선녀를 위한 변론」,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 「모서리의 메리」, 「알렉산드리아의 겨울」 5편이 실려있다. 처음 두 이야기인 「인어의 소송」과 「선녀를 위한 변론」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를 기반으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인어공주와 선녀가 바로 왕자와 나뭇꾼을 죽인 혐의를 받게 되면서 벌어지는 법정 미스터리이다. 「인어의 소송」에서는 등장인물들의 이름도 위트있게 지어서, 이야기를 읽으면서 자꾸만 맥주 생각이 난다는 거^^;; 게다가 인어공주는 카스공주에게 '위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사실 어렸을 때 읽었을 때는 자신의 은인을 알아보지 못하고, 자신을 구해줬다고 믿은 공주와 결혼하는 왕자로 인해.. 인어공주가 참으로 불쌍했다. 목소리를 잃고 다리를 얻었지만 사랑을 얻지 못하고 물거품이 되지 않던가. 그런데 이제 보니, 가장 악인은 목소리를 빼앗은 마녀가 아니라, 자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왕자와 결혼하는 공주였다.(자신이 아니라고 말을 했던가..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선녀를 위한 변론」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이제사 생각해 보면 선녀의 옷을 훔친 나뭇꾼은 절도범에다가 집에도 못 가게 하니 납치범 아닌가..(너무 극단적인가...) 선녀가 날개옷을 입고 하늘로 올라갔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이해할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는 더 나아가 나뭇꾼이 죽고 말았다. 선녀는 죽이지 않았다 주장했지만, 분명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과연 진실은 밝혀질 것인가.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와 「모서리의 메리」에서는 서행물산 직원인 '임기숙'과 반려견 '타미'가 등장한다. 뛰어난 관찰력과 통찰력을 발휘하는 기숙은 송시우 작가의 첫 번째 소설집에서 등장했던 캐릭터라고 한다. 「누구의 편도 아닌 타미」에서 뜻하지 않게 사건을 해결하는 기숙의 모습을 보고 감탄했는데, 「모서리의 메리」에서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고 예사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아마도 작가님도 그래서 여러 단편들에 등장시키고 있으신데, 나중에 기숙이 활약한 이야기가 한권으로 묶여 나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알렉산드리아의 겨울」은 미성년자인 윤주가 8살 어린이를 유괴해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이야기는 읽다보면 떠오르는 사건이 있다. 작가님도 실제로 일어났던 범죄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하지만 창작이라는 과정을 통해 재편성했다고 한다.

"아무리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정말 별짓을 다 해도 행복해지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쎄. 어떻게 해야 하는데?"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돼요."(p.237)

마지막에 말이 참 섬뜩했다. 소통없이 개인주의로 사는 것도 참 각박하다 할 수 있지만 남들에게 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요즘의 일련의 사건들을 바라볼 때 이런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그런 범죄들이 일어나는게 아닌가 싶다.

첫 두편을 읽으면서 옛 전래동화 속의 사건을 토대로 법정 미스터리를 다룬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또 다른 형태의 이야기가 등장하게 된다. 마치 종합선물세트를 선물받은 듯한 기분으로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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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궁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시공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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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23년 에드거 앨런 포 수상작(최우수 펑소년 소설)이다. 에드거상은 미국의 문학상으로 미국에서 출판하거나 방영된 미스터리, 범죄, 서스펜스 등의 추리 장르 작품들을 대상으로 한다. 요즘 세상 지구촌이라고 할만큼 좁아졌지만, 우리나라 역사를 배경으로 한 팩션 소설이 미국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이 어쩐지 낯설다. 하지만 많은 문화콘텐츠에서 우리의 위상이 높은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소개되서 우리의 역사도 관심의 대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특히나 이 소설은 조선왕조의 역사에서 가장 큰 비극으로 알려진 사도세자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어릴적에는 그저 뒤주 속에 갇혀 죽은 가련한 세자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조금씩 역사를 알게되면서 왜 부왕 영조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 무더운 날 뒤주 속에서 사도세자는 또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눈앞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한 아들 정조는 얼마나 그를 그리워했을지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당시 상황이 꽤 급박하게 돌아갔던 만큼 여전히 우리는 진실이 궁금했고, 또 많은 이야기들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 작가는 내의녀 '백현'과 종사관 '의진'을 주인공으로 왕세자와 관련된 사건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추리'를 탄생시켰다.

궁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었다. 세자가 노론 손에든, 아버지의 손에든 곧 죽게되리라는... 세자는 나라의 국본이다. 그런데 감히 어떻게 이런 소문이 돌 수 있을까. 게다가 그 밤.. 세자는 동궁전에 없었다. 세자빈에게 불려간 백현은 '전하가 저하를 부르시면 몸져 누워계시다고 고하라'라는 은밀한 명령을 받게된다. 그런데 그 밤... 왕세자가 사라진 밤..혜민서에서 여인 넷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백현의 스승인 정수 의녀가 용의자로 잡히게 된다. 얼마후, 살인사건이 세자의 소행이라는 괘서가 나붙기 시작한다. 우연히 사건현장에서 만난 백현과 신임 종사관 의진은 이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과연 이 사건은 정말 세자의 소행인 것일까, 아니면 세자를 음해하려는 이들의 모략일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가운데 또 다른 의녀들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정수의녀를 살인자로 몰아가는 포도대장. 세자를 끌어내리려는 세력들. 예사롭지 않은 시체의 상흔. 이 자체만으로도 긴장감을 느낄 수 있지만, 당시의 시대적인 배경을 안다면 긴장감을 더 끌어올릴수 있을 것 같다. 게다가 작가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과 필력으로 정신없이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작가는 연산군을 소재로 한 차기작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다음 작품까지 기대감을 끌어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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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 대여점 - 무엇이든 빌려드립니다
이시카와 히로치카 지음, 양지윤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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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대여점 변신 가면'

찾는 외모가 있다면 외모까지 빌려주는 "외모 대여점'이다. 원하는 그 어떤 외모라도 하루동안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단다. 단, 범죄 행위에 이용하지 말 것. 혼이 뒤바뀐 상태에서는 서로 가까이 있을 것이라는 조건만 지킨다면 말이다. 처음엔 외모를 대여해준다고 해서 혹시 영화 "페이스 오프"처럼 얼굴을 갈아 엎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혼을 바꾸는 것이다.

대여점 주인장 안지는 할아버지 소노지에게 사람으로 둔갑하는 여우를 부려 외모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능력을 물려받는다. 하지만, 여우술사의 능력을 물려받으면 궁합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불행을 몰고 올 수 있기 때문에 안지는 외톨이의 삶을 선택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도 벽을 칠수밖에 없었다. 딸들에게는 이어지지 않고 아들에게만 물려받는 이 능력때문에 엄마는 아빠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 놓았다고 한다. 혹여 아들을 낳았다가 위험해 질 수 있다고, 하지만 아빠는 자신은 심장이 나빠 일찍 죽을 운명이기에, 태어난 아이가 남자아이여도 괜찮다고 했단다. 그래서 엄마는 아이를 낳을 결심을 했다고 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났다. 그녀는 꽤 난산이었다고 했다. 더군다나 아이는 목에서 걸려 더이상 세상에 나오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커멓게 아이 얼굴을 죽어가고 둘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했을때 여자는 모두가 포기했던 아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마음들이 부모의 마음들일까..아, 물론 여자와 아이는 모두 살았다.

그런데 외모를 바꾼다고 정말 인생이 바뀔까... 그 이야기의 정답은 이미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다 나온 것 같다. 귀여운 구석이 하나도 없는 사쓰키는 미소녀의 외모를 대여해 옷가게로 간다. 미소녀로 변한 자신에게 눈길이 쏟아질 줄 알았는데, 점원은 자신의 모습을 한 호노카(여우)에게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수줍게 웃는 모습이 어쩐지 달라 보인다. 항상 상대방의 무례한 태도에 체념했기에 사쓰키는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었던 탓이다. 타인의 외모만을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딱 그 정도의 수준이지 그런 사람들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그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화이팅 하며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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