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 위험한 것이 온다 오늘의 젊은 작가 33
김희선 지음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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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설정은 흥미롭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같은 장면의 반복이고 딱히 더 나아가는 이야기가 없어 지루해진 이야기.

영생에 미친 자가 주변인들의 영혼을 잡아먹는? 이야기는 영상으로 만들면 뭔가 흥미진진할 법도 한데.

끝까지 읽고 나선 이대로 만들면 그냥 망작 소리나 들을 법 싶다.

영혼을 자유자재로 옮기는 연구를 하지만, 딱히 흥미롭게 설명되지도 않고
화성을 표방한 마을 발전 사업이란 것도 딱히... 마을 주민들이 조종되는 좀비처럼 변하는 것도.
빌런의 부가 증조부가 일본에 협력해 채굴권을 얻은 광산업자라는 사실도...
진부한 이야기들이다.


- 영혼도 없는 껍데기의 머리를 뚫은 게, 그렇게 큰 잘못인가? 만약 그냥 뒀다면, 저것들은 이 마을, 아니 세상을 집어 삼켰을 거야. 자네들까지도 모두 다 말이야. - 145

- 무엇보다도 영혼은, 결코 소멸되거나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이리저리 옮겨 다닐 뿐. - 237


2024. jun.


#무언가위험한것이온다 #김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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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시시한 기분은 없다
허연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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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들로 쓰인 산문.

허무주의자의 건조한 시선이 느껴지는데, 사제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냉소적인 무신론자 같은 아이러니한 사제가 되었을 것만 같다.

빗나가고 싶었지만, 끝내 현실에서 직시하는 법을 택한 시인이 된 것일까.

짧은 글들의 묶음이라 시간을 오래 들이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책을 덮으며 나도 더불어 조금 더 허무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 같다.

- 나는 노동에 투여하는 시간 이외의 시간을 최대한 내 식대로 살았다. 내 방식대로 세상을 읽었고, 즐겼으며, 사랑을 했고, 우정을 지켰고, 나누는 삶을 위해 애썼고, 자주 아팠으며, 때로는 분노를 했다. 그러다 보니 어쩌다 지금의 내가 되어 있었다. - 9

- 실패한 생이 오히려 밀도가 더 높듯
쇠락한 바다가 더 가슴에 깊게 남는다.
바다는 망했어도 여전히 바다다
자신감 넘치던 빛나는 시간들 모두 뒤로하고
누구라 할 것 없이 결국 평범하고 초라해지는 것
그것이 인생이고 그것이 바다다.
보석 같은 푸른 파도와
재잘거리는 유희가 없어서 더 바다 같은 바다
모든 것 내려놓고 평민이 되어 버린 바다
그 서해 바다에 다시 가고 싶다.- 68

- 생은 숙연한 벌이다.
인생에 환희는 없다.
정해진 약속도 없다.
그냥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내다가
아주 가끔 뜻밖의 일을 겪는 것일 뿐. - 83

-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존중해야 한다. 타인의 아픔을 분류하거나 그 아픔에 대해 무게를 가늠하는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해 아프고 있다. 우리가 타인의 아픔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다. - 85

- 세상엔 어둠에 기대어 존재하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어둠이 고마웠다. - 97

- 나는 고통받는 삶의 형식으로 시를 택했다. 고통을 자처하는 무엇인가가 있어야 그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다.
시는 내게 밥도 돈도 직업도 계급도 환희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한참을 도망치다가 문득 돌아보면 시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언제나 섬뜩하게 날 지켜보던 영물. 그것이 시였다. - 120

- 결국 우리는 이토록 혼자여서 아찔하고 아름답다. - 182

- 신념이니 의리니 하는 것들은 허세다.
인간은 또 얼마나 상황일 뿐인가.
상황을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 243

- 질문은 근본적이어야 한다. 왜 사는지, 공동체란 무엇인지, 예술은 왜 필요한지, 왜 권력은 선해야 하는지. 뭐 이런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의 답을 고민하는 사회가 훨씬 두껍고 단단하다. - 261

- 불온한 시를 위하여 살았다.
빗나가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에 대해 노래하고 싶었고, 빗나간 것들을 증거하고 싶었다.
시를 만나는 일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세상과 친해지는 일이라고 믿었다. - 294

2024. jun.

#너에게시시한기분은없다 #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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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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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을 말살한 존재 범람체.
지상의 거의 대부분을 잠식해버린 미지의 존재로 지하세계로 떠밀려 들어온 생존 인류들의 이야기 인줄만 알았는데,
범람체로 인해 실재한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지상을 갈망하다 파견자의 길을 걷게 되는 주인공 태린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 일부만 남아있고, 뒤늦게 한 뉴로브릭 시술에도 적응을 실패했지만 뛰어난 광증 저항성을 가진 소녀.

파견자 테스트에 합격한 후 불완전하게 연결되어 있는 줄로만 알았던 뉴로브릭의 폭주로 추방형에 다름없는 임무를 맡아 지상으로 나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과거의 청산기.

동경하며 같은 곳을 바라보고 싶었던 이제프와의 인연은 사랑이었을까,
다음 세대의 생존방식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 너무 늦어지고 있는 것 아닐까...
이런 저런 상념들이 생겨난다.

공존이 전 지구적 위기의 상황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 오류에 이름을 붙이니, 어쩐지 그 문제가 좀 더 실체를 지닌 것처럼 느껴졌다. 그전까지는 문제가 무엇인지조차 알 수 없었고, 그저 불가해한 재난에 휘말린 것 같았다면 지금은 적어도 문제의 형태를 파악할 수는 있었다. 곤란한 문제 덩어리라는 것 자체는 변하지 않았지만. - 77

- 잘 생각해 봐. 네가 정말로 하나의 존재인지... - 183

- 어떤 사람들은 눈빛이 반짝이고, 얼마 후 자스완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묻기도 한다. 지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특별한 조건이 있냐고. 그러면 자스완은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그야 당신이 오직 당신 만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환상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가능하지요." - 420


2024. may.

#파견자들 #김초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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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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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한 신형철 평론가와 글항아리 출판사를 믿고 고른 책.

금서에 대한 이야기들.

아는 책, 읽은 책이 많았고, 엄청 새로운 시각이 담겨있지는 않다.

술술 읽혔다.

- 금서는 세상이 온통 뿌연 땡 뜻밖의 색조를 띠며 세상의 불온함을 고발하는 초월적 문장의 합이었다. 그 책들은 한 시대와 불화했다. 금서라는 나침반이 가리키는 불화의 방향은 소수의 권력자가 탈취한 이념이었다. 금서의 작가들은 복종하지 않음으로써 세ㅖ와 독자에게 자유를 선물하고자 했다. 독자는 문장으로 적힌 지옥의 창문을 열어보면서 자유의 물결 속에 자신을 위치시킬 수 있다. 편협한 생각, 작가에 대한 권능자의 질투와 조바심이 금서를 만든다. 금서의 작가는 현실의 경계를 넘어서고자 힘썼던 초극적인 존재들이다. 그들은 안전하지 못한 책으로 안전한 사회를 만들었다. 금서를 읽으며 여행하는 일은 곤경에 처했던 책들의 광휘 가득한 복권이다. 금서를 선택하여 읽는 다는 것은 잊힐 뻔했던 인류의 가치와 미래 지향적인 진의를 제자리에 위치시키는 독자적 행위다. 독자는 망각의 물결에서 의식적으로 책의 불온함을 제거해 준다. 이 위대한 일은 독자만이 해낼 수 있는 과업이다. 이제 우리는 이렇게 결론 지을 수 있다. '위험한 책만이 위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한 책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우위에 서서 교훈처럼 자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14

2024. may.

#나쁜책 #김유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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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앨러스데어 그레이 지음, 이운경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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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읽을 접점이 없는 책이었는데, 영화리뷰를 보다가 관심이 생겼다.
프랑켄슈타인의 여성 버전인가? 하는 궁금증에 읽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메리 셰리의 영향을 엄청나게 흡수한 이야기이고, 학습하고 발전하는 인류애를 지닌 프랑켄슈타인 시점의 이야기다.

인간의 유해를 사용하여 25세의 여성을 재생? 한다는 설정부터, 죽음 이전의 삶과 이어지는 이야기 등등 흥미로운 지점이 많다.

벨라는 자신의 창조주를 갓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실상 그 갓은 벨라가 하는 어떤 행동에도 제재를 가하지 않는 완벽한 관찰자와 지지자의 입장을 보여주어, 벨라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과, 벨라가 던지는 어려운 질문들, 삶에 대한 질문들에 진지하게 대면하는 점이 함부로 시신을 되살린 죄?를 어느 정도 감면해주는 느낌.

세상을 만나고 삶을 직시한 벨라가 기생하는 삶이 아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부분은 인류가 지향할 지점을 말해주며, 결국 벨라가 가난한 여성들을 위한 의사의 삶을 살아가는 점이 인상깊다.

이야기 속 완벽한 셔터맨 역할의 맥캔들리스 박사도 재밌는 캐릭터... 역시 남성 캐릭터는 유하고 순종적이어야 호감인가 생각해 본다. ㅋ


- 잠을 자는 벨라를 보면 왜 그런지 알게 될 걸세. 잠든 벨라의 얼굴은 시체안치소 판자 위에 누워 있던 열정적이고 지혜롭고 비탄에 잠긴 여인의 얼굴이야. 나는 그녀가 버린 삶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다네. 그녀가 영원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선택할 만큼 그 삶을 증오했다는 것 외엔! - 74

- 나는 어떤 똑똑한 남자와 이에 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가 그러는데 그 소중한 것은 많은 이름으로 불린대요.
가난한 사람은 그것을 돈이라고 부르고, 성직자는 영혼이라고 불러요.
독일인은 그것을 의지라고 부르고, 시인은 사랑이라고 부르죠. 그는 그것을 자유라고 불렀어요. - 199

- 그들은 무력하고 병들고 작은 사람들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어요. 종교와 정치를 이용하여 아주 수월하게 그 모든 고통에 대한 우월함을 유지해요. 그들은 종교와 정치를 불과 칼을 이용해 고통을 퍼뜨린 구실로 삼죠. 이 모든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요?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 276


2024. apr.

#가여운것들 #앨러스데어그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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