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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 - 1부 3권 ㅣ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3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살인죄로 가문의 명예가 땅에 떨어진 김평산의 집안.
그에 수치심을 느낀 음전한 함안댁의 죽음에, 마을 사람들의 반응이 참으로 매정하달까.
목맨 나무부터 새끼줄 하나까지 몽당 몽당 부적으로 나누어 가지는 메마른 민심.
시절이 하수상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씁쓸한 마음이 드는 장면이고, 인상에 깊이 남는 장면이다.
그렇게 몰락한 집안의 심성이 곧은 아들 한복이의 미래도 몹시 기대되는 점이고.
'사람 병신쯤이야 가문 병신보다는 나을 테니'라는 구절에서 보이듯,
가문의 명예와 지위가 아직은 중요한 사회라는 인식이 일제강점기 하에서 점차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것도 흥미롭다.
거의 십 년 전쯤 읽다 만 토지를 나이를 먹고 다시 도전해 읽으면서, 그때도 느낀 점이긴 한데, 보이는 점 느끼는 점이 나이에 따라 이렇게나 달라지는구나 하는 것은 재독으로 느끼는 재밌는 지점이다.
그리고 억척스럽고 질투만 가득한 여인으로 그려지던 강청댁의 시집오던 날의 스케치는.... 사람 사는 일에 대한 덧없음이 느껴지는 쓸쓸한 장면으로 남았다.
- 쓴웃음을 띠고 윤씨 부인은 햇빛이 튀고 있는 강변을 바라본다. 머지않은 날 최 참판댁의 그 기나긴 역사는 끝이 날 것이요 양반계급이 무너질 것을 예감하는 것이다. 기골이 좋았던 시할머님, 시할머님은 생산을 많이 했으나 자식들을 다 기르진 못했다고 했다. 참판부인이던 증조할머니, 참판의 모친이던 고조할머니. 그러니까 타성의 여인들 오 대가 최참판댁을 이룩하였고 지켜왔으며 마지막 최씨의 피를 받은 서희로써 끝이 난다. 다른 핏줄의 여인들이 지켜 내려온 가문은 제 핏줄의 여인으로 하여금 막을 내려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어쩌면 야릇한 운명 같기도 했다. - 124
- 일반 서민들 역시 권위는 두려운 것이며 피하는 것이 상수라 생각한다. 없는 사람들은 언제나 가진 자들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있는 것이다. 그만큼 수탈만 당해온 역사였으니까. - 381
2024. apr.
#토지 #박경리 #1부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