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의 심장 가까이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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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하고 강렬한 문장.

- 그는 혼자였다. 그는 주목받지 못했으며, 행복했고, 삶의 야성적 핵심 가까이에 있었다. He was alone. He was unheeded,happy, and near to the wild heart of life. - 제임스 조이스

- 연민은 내 방식의 사랑이다. 내 방식의 증오이고 소통이다. 어떤 사람은 욕망으로 살고 또 어떤 사람은 두려움으로 살아가듯, 세상 속의 나를 지탱해 주는 건 연민이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한 연민. - 28

- 이상적인 인간이라는 건, 다른 사람들에게 더 가치 있는 존재를 뜻하는 게 아니야. 자기 안에서 더 가치 있는 존재를 뜻하는 거지. 내 말 이해하겠니, 주아나? - 78

- 세상에서 누가 제일 위대한 사람인지는 몰라도 된다. 그럴 만한 인물들을 많이 알고 있더라도 말이야. 하지만 네 자신이 무엇을 느끼는지 모른다는 건 마음에 걸리는구나. - 81

- 그동안 행복이나 불행은 늘 부질없었다. 심지어 사랑했던 것들조차 그랬다. 행복하지 않음, 혹은 불행은 너무 강력해서 그녀를 물질적으로 구성하는 원소들을 변형시켜 버렸으며, 진실을 향한 여정이 늘 그래야하듯 그녀에게 단 하나의 길만을 제시했다. 난 계속해서 삶의 고리들을 열고 닫으며, 그것들을 내던지고, 시들고, 과거로 가득 채워진 채, 새로 시작한다. 그것들은 어째서 하나의 덩어리로 합쳐져 인생의 바닥짐이 되어 주지 않고 저렇게 각자 외따로 존재하고 있을까? 그것들은 각자인 채로도 너무 온전했다. 하나하나의 순간들은 너무도 강렬했고, 붉었고, 단단히 응축되어 있어서 존재하기 위해 과거나 미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 160

- 나는 무언가를 조용히 극복한다...... - 278

2023. jun.

#야생의심장가까이 #클라리시리스팩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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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롱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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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아이여서 숙수는 될 수 없을 거라고 의문없이 당연히 생각해온 오린의 요릿집에는 귀신들이 기거한다.
그 귀신들은 오린의 눈에만 보이고 들리고 오린을 돕는 고마운 귀신들이다.

그러나 귀신들이 태평하게 그 집에 머무는 것은 아니고, 나름의 사연이 있는 것.

이런 내용의 미미여사 에도 기담.
재미져.. 아주 재미져.

- 누구야?
마음속의 물음에 대답하듯 그림자가 한층 더 깊이 몸을 숙이고 오린의 눈앞에 얼굴을 내밀었다. 오린은 그것을 정면에서 보았다.
작은 여자아이였다. 오린보다 더 작다, 게다가 그 아이는..., 메롱을 하고 있었다. - 26

- 아니, 사실 나는 무언가에 홀린게 아닐까? 귀신이 이렇게 느긋하게 어슬렁어슬렁 헤매고 다니면서 조잘조잘 이야기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잖아. 귀신이라는 것은 좀 더 - 그, 뭐라고 할까 - 사연이 있어 보이고 슬퍼 보이고, 말이 없어야 하는 게 아닐까?
이 사람, 정말 귀신이 맞을까?
갑자기 오린이 외쳤다.
“나무아미타불!”
겐노스케는 눈을 부릅뜨더니 그대로 몸을 움직이지 못한다., 오린은 그의 얼굴에 검지를 들이대면서 계속해서 외쳤다.
“나무묘법연화경!”
한두 번 숨을 쉴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한 사람은 팔짱을 끼고 한 사람은 검지를 들이댄 자세로 굳어 있었다.
겐노스케가 실실 웃기 시작했다. - 99

- 어차피 피할 수 없는 소문이라면, 귀신을 보고 싶어 하는 손님을 모으는 편이 장사가 된다. 울적하게 사는 것보다는 명랑한 편이 좋다. 게다가 후네야에 살고 있는 유령이 모두 그런 나쁜 짓을 하는 유령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 131

- “저 아이는 야무지니까요.”
오미쓰가 그렇게 말하며 목덜미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나긋나긋한 손놀림으로 다듬었다.
“여자는 어려워요. 야무진 사람은 야무진 사람대로 주위의 어려움을 내버려두지 못하고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려고 무엇이든지 받아들이는 바람에 스스로 자신을 고생시키지요. 그렇다고 멍청한 사람이 행복한가 하면 또 그렇지 않거든요. 그런 여자에게는 그 멍청한 머리에 남자가 파고들어 제대로 고생을 가져다준다고요.”
“이봐, 이봐, 너무 비꼬는데.”
겐노스케는 목을 움츠렸다.
“뭐, 비꼬는 게 아니에요. 여자의 불행 이야기를 했을 뿐이지요.” - 351

- “사람이란 어째서 이렇게 더러운 걸까. 어째서 좀 더 미련을 버지리 못하는 걸까?”
“그걸 알면 고생도 안 하겠지.” - 413

2023. jan.

#메롱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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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작가 생활
존 스칼지 지음, 정세윤 옮김 / 구픽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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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의 미리보기를 봤는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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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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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기록 남길 때마다 얘기하는데 리베카 솔닛은 정말 취향은 아닌데,
자꾸 읽게 된다.
뭐지? 왤까?

이번엔 조지 오웰의 가드닝에서 시작되는 사유들.

한 남자가 장미를 심었다. 로 변주되는 각 장의 이야기들은 조지 오웰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애정하므로 비판도 자유롭다.

장미가 드러내는 미적 측면과 그 이면의 어두운 진실들을 끊임없이 교차하며 이야기한다. 환경과 정치와 계급, 여성주의, 노동권에 대한 이야기들.

솔닛의 다른 저서들 보다 훨씬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던 건 아무래도 조지 오웰이 주제여서였을까.

콜롬비아의 화훼 산업이 코카인을 대체하기 위한 정책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흠...

- 만일 전쟁과 정반대되는 것이 있다면 때로는 정원이 그에 해당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숲과 초원과 공원과 정원에서 독특한 평화를 누려왔다. - 14

- 그는 이렇게 제안한다. 나무를 심는 것, 특히 오래가는 단단한 나무를 심는 것은 돈도 수고도 별로 들이지 않고 후세에 해줄 수 있는 선물이다. 만일 나무가 뿌리를 내리면, 당신이 선악 간에 행한 다른 어떤 일이 갖는 가시적 효과보다도 훨씬 오래갈 것이다. - 18

- 장미를 심고 정원을 가꾸는 행위는 수많은 것을 의미할 수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그것이 식물 세계 및 식물이 하는 일과의 협동을 의미하도록 내버려두자. 얼마간 더 탄소를 격리하고 산소를 생산하는 유기체들을 심고 돌보는 것, 정착하여 농사를 짓고 싶다는 욕망, 장미와 유실수가 장차 여러 해 동안 꽃 피우고 유실수들은 수십 년 후, 어쩌면 한 세기 후까지도 열매 맺을 미래에 투자하려는 욕망을 의미하도록 말이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이미 산산이 부서진 것을 다시금 온전하게 만드는 것이다.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가 되는 관계, 땅의 풍요로움을 직접 거두며 무엇인가가 어떻게 하여 존재하게 되는가를 온전히 이해하게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일은 규모는 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설령 고작 도시의 고층건물 창턱에 제라늄을 가꾸는 것이라 해도, 의미에 있어서는 중요할 수 있다. - 104

- 전쟁에서 가장 먼저 희생되는 것은 진실이라는 옛말이 있다. 진실에 대한 상시적인 전쟁은 국내적으로나 전 지구적으로나 모든 권위주의의 기반이다. 따지고 보면, 모든 권위주의는 우생학과 마찬가지로, 권력은 불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로 하는 일종의 엘리트주의이다. - 199

- 정원은 당신이 원하는 (그리고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무엇이고,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는 곧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말해주며,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은 항상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질문이다. - 203

- 나는 라틴계 벽화가 후아나 알리시아로부터 그점을 배웠다. 그녀는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 전설적인 인물로, 내가 일찍이 맡았던 최초의 강의를 수강했다. 당시 나는 20대였고, 강의는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열렸던 풍경 및 재현에 관한 대학원 세미나였다. 후아나는 마친 나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고 가끔 집에 오는 길에 자기 차에 태워주곤 했는데, 강의가 중반에 접어들었을 무렵, 자신이 어린아이였을 때 또 젊은 여성이었을 때 캘리포니아에서 농장 노동자였다는 사실을 말해주었다. 임신 중에 상추 따는 일을 할 때는 농약을 온몸에 살포당했으며, 내가 보여주는 모든 농촌 풍경이 그때 일을 생각나게 한다고 말이다. 그것은 가장 친절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인 비판이었다. - 212

- 오웰은 남의 땅과 노동을 착취하여 살아가는 제국의 하수인 및 식민자들의 후손이었다. 그의 모친 아이더 메이블 리무쟁 블레어는 버마에서 자랐는데, 그녀의 프랑스인 아버지는 티크 상인이자 조선업자였다. 해안 인근의 티크 숲, 섬의 사탕수수밭, 대륙 중앙의 양귀비밭, 그런 것이 전 세계로 펼쳐져나간 노동과 착취의 풍경이었지만, 멀리 떨어져서 그 혜택을 보는 이들에게는 그런 풍경이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나는 조상의 죄가 후대로 세습된다고는 믿지 않지만, 유산은 분명히 세습된다. 오웰은 제국주의 사업과 국내의 계급 사회에서 혜택을 누렸던, 그리고 때로 실제 권력을 지녔던 사람들의 후손이었다. - 229

- 노동자들은 구호를 갖고 있다. “연인들은 장미를 얻고, 우리는 가시를 얻는다”라고 말이다. 장미는 아름답지만, 수천수만 송이 장미가 있는 온실, 매년 수백만 송이의 장미를 생산하며 줄기와 잎사귀와 꽃잎을이 바닥에 널리고 산더미 같은 부산물로 쓰레기통에 쌓이는 현장은 그렇지 않다. 그 장미들이 아름답다고 해도, 그 아름다움은 다른 대륙의 다른 곳을, 다른 누군가를 위한 것이다. - 272

- 오웰의 가장 의미심장한 맹점 중 하나는 젠더에 관해, 결혼과 가정이 어떻게 권위주의 체제의 축소판이 될 수 있는지, 진실을 탄압하고 강자를 보호하는 거짓을 선포하기에 이르는지에 관한 것이다. 이런 관행은 일터와 학교에서, 공적 생활에서, 그리고 사생활에서는 법과 관습과 문화에 의해 강화되는 부분들에서 복제된다. 그는 그런 불평등을 전략적으로 망각했던 세대에 속했다. - 297

2023. may.

#오웰의장미 #리베카솔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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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이렇게 웃긴가
이반지하 지음 / 이야기장수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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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깔 대며 웃기는건 아니고,
그저 작가와 한자리에 있게되면 끊임없이 즐거울 것만 같은 그런 사람의 에세이다.

그걸 그냥 웃긴애. 라고 구분하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싶다.

끊임없이 사유한 사람이 뱉어낼 수 있는 냉소와 자학의 유머.

- 복싱을 시작하자, 길지 않은 한세월을 살아오는 동안 얼마나 많은 이들을 쥐어패고 싶었는지 깨달았다. 그냥 다 대놓고 쥐어팰 수만 있었다면 모든 것은 차라리 깨끗하고 선명했을는지 모른다. 그간의 삶에서 채워지지 못했던 욕망 하나가 위험한 고개를 들려하고 있었다. 관장과 코치가 미트를 끼고 주먹을 받아줄 때마다 그 욕망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더, 더, 더, 때리고 싶다, 또, 또, 또, 때리고 싶다. 그저 세상의 대부분을 다 쥐어패버리고 싶다.
관장은 나에게 처음 오셨는데도 참 잘한다며 길에서 많이 싸워보고 오셨나봐요, 농을 쳤다. 마스크 밖으로 드러난 두 눈을 동시에 적당히 반달 모양으로 감아주며 아무렴, 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쥐어패지 못했을 뿐이다. 다만 아무도 쥐어패주지 못했을 뿐이다.
(...)
그러다 결국 깊은 깨달음에 다다른다.
나,
복서 될 수 없다.
나,
조금도 맞고 싶지 않다.
나,
오로지 패고만 싶다.
그저 때리고 또 때리고,
그러고도 또 때리고만 싶다.
모두를 쥐어팰 수만 있다면,
한 대도 맞지 않고 그런 것이 허락되는 지금이 오늘 내게 와준다면.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만의 쨉쨉 유토피아를 꿈꾼다.- 18

-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만사가 힘들어진다.
(...)
살아 있는 상태를 잊어야 자연스럽게 살아진다. - 36

- 분명 누구에게나 위험하고 어려운 자리에 적어도 나보단 앞서서 방패막이가 되어주길 기대하며 그들의 옆구리를 습관처럼 찔러댔다.
물론 그 모든 것은 너무나 온당하고 그럴 법한 일이었다. 어느 커뮤니티에나 있을 법한 흔하디흔한 세대와 마음의 역동이었다. 하지만 가끔 우리는 우리 모두가 평생토록 온당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을 잊는 듯했다. - 45

- 제법 다수의 남들이 하는 고생을 안 했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라도 고통의 개수를 줄여냈다는 것이 무척 뿌듯했다. - 93

- 나는 그의 작품을 만날 때마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작품이나 전시에 덧붙여진 갖가지 수사와 설명을 어떻게든 무시하고 읽지 않으려 애써왔다. 세상에는 가능한 한 가장 무식한 상태에서 즐기고 싶은 작품이란 게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 어떤 세상도 맥락도, 심지어 삶까지도 없기를 바라게 만드는 작품. 그런 거짓말을 믿고 싶게 하는 작품들은 관객이 그만큼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흠모를 이어가게 한다. 어떤 경우에도 이 작품을 향한 마음을 멈추지 않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 그저 칼더가 웬만한 그 시대 아트 마스터들이 했을 만한 대중적 나쁜 짓 외에 크게 뭘 안 하고 살았기를 진심으로 바라며, 여전히 그에 대해 알고 싶지만 깊이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가득 안고 미술관을 나섰다. - 260

- 앞으로도 계속 웃기게 될 것이다. 그것이 이 삶의 근본이고 라이프스타일이며 젠더이고 섹슈얼리티이자 커뮤니티이다. - 289

2023. may.

#나는왜이렇게웃긴가 #이반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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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john 2024-11-25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헬피토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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