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이면 - 1993 제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 개정판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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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이 지난 작품같은데, 의외로? 90년대 작품이다.

자기안으로 침잠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읽을 때 언제나 조금은 서글퍼진다.

- 지상의 모든 눈물겨운 것들에게 이 작품을 바친다. - 작가의 말

- 마을로 길이 뚫린다는 소리는 선거철이 되어도 들려오지 않았고, 아무도 그런 희망을 품지 않았다. 불행에 익숙해진 사람은 쉽게 운명의 무게를 받아들인다. 그런 점에서 내 고향 마을 사람들은 모두들 운명론자들이었다. 그들은 도대체 진보라고 하는 것을 믿지 않았다. 내 유년의 고향 마을은 물처럼 고여 있었다. 운명은 방죽에 고인 물과 같은 것이었다. - 19

- 금령은 권고가 아니라 유혹이다. 사람들이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금령이 생긴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금령이 있기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 사람이 에덴의 선악과를 따먹었기 때문에 야훼가 금령을 준 것이 아니다. 야훼가 금령을 주었기 때문에 사람은 그것을 따먹었다. 금령이 없으면 범함도 없다. - 33

- 도대체 그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도대체 납득할 수가 없었다. 삶은, 그에게, 훨씬 전부터 혼란이었다. 해독 불가였다. - 63

-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사람은 현실에 대해 절망하면 신화에 기대고 싶어한다. 신화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라 현실의 부드러운 왜곡이다. 반영이라면 왜곡의 반영이다. 개별적인 무의식의 꿈을 공식화함으로써 현실을 넘어가려는 욕망, 그것이 신화를 탄생시키고, 신화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 84

- 사람이야말로 모든 불화의 주체이고 조건이다.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천적이다. 그러나 나의 참 세상은 또 얼마나 작고 위태롭고 엉성한지. 모든 소중한 것들이 그러한 것처럼, 아주 조그만 자극에도 금세 흔들리지 않는가. 그것까지도 나는 알고 있었고, 그 때문에 외부로 향한 감각을 최대한으로 잠재우지 않을 수 없었다. - 122

- 거듭 말하지만, 내가 참으로 원했던 것은 나와 같은 세계에 사는 동질의 원형질을 가진 단 한 사람의 동료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를 만나 이 껍데기의, 그림자만의 세계를 성토하는 것이었다. - 125

2023. apr.

#생의이면 #이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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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나라에선 누구도 시들지 않기 때문, 문학동네 시인선 146
김희준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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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에 있어 시가 너무나 당연했던 시인.

- 올리브 동산에서 만나요 - 시인의 말

2023. apr.

#언니의나라에선누구도시들지않기때문 #김희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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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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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소심한 듯도 하고 그리 영민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인간 기타이치.
그러나 선한 품성과 정의를 믿는 순진한 면모가 사건을 해결하고 주변인과 화합하는 이야기다.

나쁜 놈일지 모르지만, 어울리다 보면 착한 놈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요즘 시대에는 좀 한심한듯 보이는 눈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매력인 기타기타 시리즈.

유아 사망율이 높던 시절의 일이기에 변재천이라는 선신의 그림으로 위안을 삼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못된 장난이랄까.

- 기타이치는 타계한 센키치 대장이 하던 말을 문득 떠올렸다.
어떤 일이든 일손이 필요해서 사람을 불렀으면 먼저 음식과 뒷간부터 챙겨라. 그 밖의 일은 그 다음이다. - 83

- 센키치 대장이 하던 말이 떠올랐다. 이봐, 기타이치. 사람 마음은 밭 같은 거다. 밭에는 씨앗이 수없이 떨어져 있지. 그중에는 네가 뿌린 적이 없는 씨앗도 있어. 그러니 부지런히 잡초를 없애는게 중요해. - 94

2023. apr.

#아기를부르는그림 #미야베미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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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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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읽은것 같은데 기록이 안남아 있어서....

- 내 삶에 들러붙어 있던 이 모든 것들, 그러니까 물건, 약정, 계약, 자동이체, 그리고 이런저런 의무사항들을 털어내면서 나는 이제는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을 정말이지 너무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들로부터 도움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그것들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읽지 않는 책들, 보지 않은 DVD들, 듣지 않는 CD들이 너무 많았다. 인터넷서점에서 습관적으로 사들인 책들이 왜 자기를 읽어주지 않느냐고 일제히 나를 비난하고 있었다. 그런 비난이 두려워 우리는 후회의 순간을 미래로 이월해버린다. 나중에는 보겠지. 언젠가 들을 날이 있을 거야. 그러나 그런 날은 여간해서 오지 않는다. 새로운 물건들이 계속 도착하기 때문이다. 나는 한순간의 만족을 위해 사들인, ‘너무 오래 존재하는 것들’과 결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사서 축적하는 살밍 아니라 모든 게 왔다가 그대로 가도록 하는 삶, 시냇물이 그러하듯 잠시 머물다 다시 제 길을 찾아 흘러가는 삶. 음악이, 영화가, 소설이, 내게로 와서 잠시 머물다 다시 떠나가는 삶. 어차피 모든 것을 기억하고 간직할수는 없는 일이 아니냐. - 35

2023. apr.

#오래준비해온대답 #김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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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노 도미노
온다 리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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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직원들과, 추리동호회 대학생, 노년의 하이쿠 동호회, 애정관계를 정리하려는 사람들, 오디션에 참가하는 아역배우들과 보호자....

여러 인간의 군집들이 도미노처럼 얽혀서 폭탄테러 사건에 휘말리는 이야기.

전직 폭주족인 보험사 직원들이 조금 귀여웠다.

얽힌 그들의 동선이 결국은 하나로 모아지고 무겁지 않은 유쾌한 느낌의 패닉 코미디.

온다 리쿠의 여러 작품을 읽었는데, 사실 어떤 작가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점. 그 점이 매력일까 싶기도.

- 에리코가..... 누구지? 지사 직원? 아니면 어디 영업 직원인가?
“누님이 은퇴하실 땐 간토 연합 산하에 있는 500명이 모두 엉엉 울었습죠. 그렇지만 물러날 때를 아는 게 또 누님다워요. 지금은 성실하게 보험 계약서를 관리하고 계신다지요. 아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남자의 목소리에서는 그리움이 묻어났다.
계약서? 설마 가토 에리코?
지사에서 일하는 침착하고 말수 적은 가토 에리코의 모습이 떠올랐다. - 117

- 할아버지는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강하다는 건 언제나 주변을 똑바로 살피며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아는 걸 뜻하는 거란다. 유코는 조금 더 주변을 살펴야 해. 자기보다 약한 사람을 도와주려무나. - 140

2023. apr.

#도미노 #온다리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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