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인간 위픽
김성중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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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에 사무친 인간의 연속되는 최악의 선택.

한 사람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자원인 가족에서 경험하지 못한 안정감을 사회에서 찾으려면 종교라는 대체재가 거의 유일한 것일까?
직장이든 친구든 결국 인간은 홀로 서야 하는 존재이니, 심리적인 공허함을 종교에서 찾는 게 어쩌면 당연한 과정일지도.

종교에 딱히 흥미를 느껴본 적이 없어서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다.

그리고 위안이 되는 애착을 결국 찾지 못하고, 자신이 받지 못한 것을 결국 타인에게도 줄 수 없는 인간으로 드러날 수 없다는 점이 비극.

김성중의 이야기는 기묘한 불유쾌함을 환기시키는 경우가 많고, 그게 특유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 불편한 느낌이 무척 시각적이라는 부분까지.

- 그러나 죄에 비해 벌을 적게 받으면 다른 값을 치러야 하는 법이다. 무신론자들의 신, 양심이란 벌 떼가 귓가에서 윙윙대기 때문이다. - 9

- 어떤 아이가 사랑이 없는 곳에서 자라야 한다면, 그 아이에게 아무도 모르는 내면이 있고 거기에 자신이 통과한 세계를 옮겨 놓는다면 10대의 내 일기장과 비슷하지 않을까? 모든 문장에 날이 서 있었다. 분노와 서글픔, 자기 영역을 갖지 못한 야생동물의 조심스러운 보폭과 경계심이 느껴졌다. '자기영역'이란 한 존재가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장소와도 같은 것이다. - 12

- 환상적인 사람들, 정확히는 '환상 속에 고립되는 사람들'은 언제나 제가 매혹되는 타입인데요. 이들은 '환상을 발명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가난이나 폭력처럼 메울 수 없는 결여뿐만 아니라 부족한 애정이나 인정을 자기 힘으로 채울 수 없을 때, 어떤 이들은 자기만의 환상을 만들어 몰두하는 것 같아요. 제가 인간에게 경이를 느끼는 지점이 이것입니다. 어떤 인간도 텅 비어 있지 않아요. 빈자리를 폭력이든 중독이든 뭐로든 채워 넣습니다. 메울 수 없는 공허함을 가진 사람에게 '캠프'의 '교수'같은 사람들이 나와서 어떤 '환상'을 제시해 주면 채택하기가 쉬워지는 거지요. 사이비 종교를 소재로 삼았지만 제가 정말 들여다보고 싶던 것은 그런 사람 안에 뚫려 있는 터널 같은 마음이에요. - 작가 인터뷰 중

2025. jan.

#두더지인간 #김성중 #위픽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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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경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김선영 옮김 / 엘릭시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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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단편들.

음험한 인간상들이 펼쳐지는데, 이 사람은 나쁘다라는 감각보다는 뭐 이런 기분 나쁜 인간이 있나... 싶은 감각이다.

오래전에 사둔 책이고(어느 책이 안 그럴까 싶....) 단편집인지 몰랐다.

첫 편의 경찰 이야기가 그래서인지(장편은 초반 설정을 세밀하게 봐둬야 하기 때문에) 흥미로웠다.
그런데 단편이었네? 흠... 하면서 다음 편, 다음 편으로 넘어간 점이 좀 김빠지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전반적인 일본 무드랄까. 그런게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못했는데, 그건 이야기 자체도, 캐릭터들도 음울하기 때문인 듯 하다.

어쨌거나 책표지의 미스터리 단편집에서 느낄 수 있는 카타르시스의 정점...이라는 광고 문구는 너무 과장이다.

2025. jan.

#야경 #요네자와호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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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스페셜 에디션 앤디 위어 우주 3부작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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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인륜적 전쟁이 크게 두 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국가 간의 극한의 경제적 이익 추구로 인한 반목이 어느 때보다 노골적인 시대에 이 이야기만 한 판타지가 있을지.

한 사람의 생명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이익을 뒤로 하는 집단이라니.

일단 워낙의 베스트셀러인데다 영화까지 성공한 소설인데, 사두고 이제야 읽었다.

기술적인 묘사가 상당 부분을 차지함에도 지루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점이랄까.
공들여 읽지 않아도 대략 흐름만 인지하고 넘어가면 되는 부담감 없는 과학적 사실들.

홀로 생존 난이도가 극악인 곳에 떨궈진 낙관적이고 건강한 식물학자 겸 기계공학자인 주인공은.
비관 없이 하루하루를 충분히 살아가는데, 그 점이 독자인 나를 매우 고무적으로 만드는 부분이다. ㅋㅋ

- "어떤 기분일까?"
그는 잠시 생각한 뒤 다시 말을 이었다.
"저 먼 곳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으니. 자기가 온전히 혼자이고 우리 모두가 자기를 포기했다고 생각하겠지. 그런 것들이 한 사람의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는 벤카트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지금 마크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하군."
<일지 기록 : 61화성일째>
아쿠아맨은 어떻게 고래들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을까? 고래도 포유류가 아닌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 98

- 집에 돌아온 후 한동안 의기소침해 있었다. 그토록 멋진 나의 모든 계획이 열역학 때문에 좌절되다니. 빌어먹을 엔트로피! - 109

- 덕트 테이프는 거의 진공에 가까운 대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덕트 테이프는 어디서든 사용이 가능하다. 덕트 테이프는 마법이며 숭배해야 마땅하다. - 331

- 나를 살리기 위해 들어간 비용은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괴상한 식물학자 한 명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많은 것을 쏟아 붓다니. 대체 왜 그랬을까?
그렇다. 나는 그 답을 알고 있다. 어느 정도는 내가 진보와 과학 그리고 우리가 수 세기 동안 꿈꾼 행성 간 교류의 미래를 표상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모든 인간이 기본적으로 타인을 도우려는 본능을 갖고 있어서다. 가끔은 그렇지 않은 듯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렇다.
등산객이 산에서 길을 잃으면 사람들이 협력하여 수색 작업을 펼친다. 열차 사고가 나면 사람들은 줄을 서서 헌혈을 한다. 한 도시가 지진으로 무너지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구호품을 보낸다. 이것은 어떤 문화권에서든 예외 없이 찾아볼 수 있는 인간의 본성이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신경 쓰지 않는 나쁜 놈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 덕분에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내 편이 되어주었다.
멋지지 않은가? - 549

2024. nov.

#마션 #앤디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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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 길을 잃다
앤드루 숀 그리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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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을 꽤 흥미롭게 읽은 기억에 바로 구매했는데...

아무래도 국난 앞에서는 이런 한가한 이야기가 안 먹히는 건지, 뭐든 어렵사리 행하는 레스의 여정을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볼 수 없었다. 십여 년을 전 연인의 집에서 집세 걱정 없이 살아온 나이브함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늘 여행길에 올라 있는 레스라는 인물은 사실 그 여행을 정말로 즐기고 있는지도 아리송하다.

몹시 더디고 정체되었다는 느낌의 아이러니한 여행.

삶의 경이로움을 이야기하지만 이번에는 와닿지 않았다.

- "미국 작가들의 문제가 뭔지 알아?"
"쉼표요." - 65

- 집세니 유언 검인이니 세월의 흐름 같은 것에 대한 레스의 순진무구함은 당연하게도 아서 레스의 매력에 포함된다. 그는 모든 하루가 그다음 하루보다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틀린 생각이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 다시 그 생각을 한다. 그것도 틀린 생각이다. 그는 우리가 자유롭게 진정한 우리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우리는 선택하는 대로 자유롭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도 미합중국인 같은 정신 상태라, 케첩을 곁들여 내놓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친구들, 케첩만 먹고 살 수는 없다. - 74

- 세상의 문제는 우리가 서로에게 친절하지 않다는 거야. 우리를 움직이는 건 친절함과 인간적인 영혼이거든. 우리에겐 서로가 있어. 우리에게 있는 건 그게 전부야. 그걸 기념해야 해. 기억하게. 자네가 누굴 사랑하든 상관하지 않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매일 사랑해야 해. 매일 그들을 선택해야 해. - 177

2025. jan.

#레스길을잃다 #앤드루숀그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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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15 - 4부 3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15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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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찌할 것인가 싶기만 한 망국의 백성들.

초반 인물들 다수는 이미 저 세상 사람들이고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로 흘러가고 있으나
미래는 여전히 암울하기만 하다.

강점기의 기간을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의 생의 반 가까이이니...

상상하기 쉽지 않고 애써 상상해도 슬픔과 분노로 가슴이 답답하다.

- 오나가나 조선의 얘기, 일본에 관한 얘기, 사상의 동향, 세계정세, 이제 신물이 났고 심각해지는 애정문제는 입 밖에 내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들은 모두 쓸쓸했다. 외톨이 같았고 외딴섬에 유배당한 느낌이었지만 한편 신물 나는 얘기, 그 신물 나는 얘기에 열중하는 각계 각층의 군상, 그 군상 속에서 떠밀려 나와 쓸쓸해하고 있는 자신들이기 때문에 더욱 외톨이 같고 유배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는지 모른다. - 10

2024. oct.

#토지 #4부3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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