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 시큰둥해 보이는 독설할매 시인 루스가 최애 캐릭터다. 마을 사람들 자체가 조금씩 이상한 점이 있고 그게 잘 어우러져서교령회를 통한 살인사건이 일어나도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는게 스리파인즈의 매력. 감정을 모으고 정서를 수집하는 아르망 가마슈의 사건해결 과정도 매력적이다. 점점 그와 그의 부관들의 캐릭터에 동화되어 이제껏 읽은 시리즈 물 중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가 되었다. 심지어 니콜 형사 마저 이해할 수 있는 지경. :)타인의 행복에서 불행을 느끼는 일은 비참하다. 그런 말들이 떠오르는 사건. -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기억과 욕망을 뒤섞네...... - t. s. 엘리엇. 황무지- 상실감이란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일만이 아니다. 심장을, 기억의, 웃음을, 두뇌를, 심지어는 뼈까지 잃게 된다. 잃어버린 것들은 결국 모두 제자리로 돌아오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재조정된다. - 140- 작고 가엾은 것. 그토록 사랑을 받았으니 운이 좋았죠. 사랑이 그 애를 죽였지. 루스가 말했다. 사랑이 그 애를 지탱한 겁니다. 가마슈가 대꾸했다. - 5262022. jul. #가장잔인한달 #루이즈페니
어차피 잘 안되는 것들은 늘 있다. 그 안되는 것들이 나를 감정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게 한다면, 얼른 털고 돌아서 다른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 낫다.일종의 회피와 포기가 삶을 더 긍정하게 해줄 동력이 된다는 제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늘 다정하게 말걸어주는 작가라서 나 혼자 친근한 마음으로 읽는다.- 불안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데려다주리라 믿는다. 더 멀리 보고 더 예민하게 듣고 더 빨리 반응하게 도와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을 완전히 떨쳐버릴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고 나서 오히려 어떤 방식으로는 삶이 한결 더 편안해졌다. 포기할 것은 빠르게 포기하고,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그렇게 오늘도 나는 나와 내 불안에 대해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 15- 이기적이고 위선적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더 쉽게 쟁취한다는 사실을 마주할 때마다 좋은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에는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인류애를 상실케 하는 소식, 매일같이 접하는 나쁜 이야기에 마음이 모조리 지배당하지 않기 위해 세상의 친절함과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마다 더 열심히 마음에 저장한다. - 2292022. aug. #불안이나를더좋은곳으로데려다주리라 #임이랑
김수영의 산문 선집.김수영 전집을 읽은 게 그러니까 대략 십년도 훨씬 더 전인데.. 아직도 생생한 심상이 남는 시들이 있다.그런 반가움으로 읽었다.시인이 죽어가는 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글이 있는데, 상당수가 현재 잘 쓰이는 말이라 다행이다 생각했다. 그러나 드문드문 보이는 이제는 받아들일수 없는 지점들이 있다.- 시작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 10- 시 무용론은 시인의 최고의 혐오인 동시에 최고의 목표이기도 한 것이다. 그리고 진지한 시인은 언제나 이 양극의 마찰 사이에 몸을 놓고 균형을 취하려고 애를 쓴다. 여기에 정치가에게 허용되지 않는 시인만의 모럴과 프라이드가 있다. 그가 사랑하는 것은 ‘불가능‘이다. 연애에 있어서나 정치에 있어서나 마찬가지. 말하자면 진정한 시인이란 선천적인 혁명가인 것이다. - 18- 오늘날의 시가 골몰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인간의 회복이다. 오늘날 우리들은 인간의 상실이라는 가장 큰 비극으로 통일되어 있고, 이 비참의 통일을 영광의 통일로 이끌고 나가야 하는 것이 시인의 임무다. - 36- 시인의 스승은 현실이다. 나는 우리의 현실이 시대에 뒤떨어진 것을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은 이 뒤떨어진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시인의 태도이다. 오늘날의 우리의 현대시의 양심과 작업은 이 뒤떨어진 현실에 대한 자각이 모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 2262022. aug. #시여침을뱉어라 #김수영
수감자를 현미경으로 들여다 보는 듯한 소설이다. 일찌감치 생의 희망을 잃어버린 자들의 목소리. 그 안의 막막함과 제각기의 감정들이 수긍되면서도 어쨌든 그들이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라는 바뀌지 않는 사실때문에 완벽한 이입은 어렵다. 내가 좋아하는 여러 작가들의 추천의 이유는 왜인지 잘 알겠지만, 어떤 서사가 두드러지지 않는 이 소설이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았다. 그나저나 미국인 작가들은 소로를 상당히 좋아한다고 느꼈다. - 오래 살 계획은 없다. 그렇다고 짧게 살겠다는 것도 아니다. 내게는 그런 계획이라는 게 전혀 없다. 문제는 계획이 있든 없군 사람은 존재하지 않을 때까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계획 따윈 무의미하다. - 26- 메데이아는 그 인간에게 고통을 줘야만 했어. 그도 메데이아의 고통을 알 수 있게. 역사에 나와있는 얘기야. 실화라고. 남한테 그런 짓을 할 땐 자기도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법이지. 그 남자는 메데이아의 삶을 갈가리 찢어버렦고, 그래서 메데이아도 똑같이 되갚아줄 방법을 찾은 거야. 그랬다는 게 내 유일한 위안이야. 너무 너무 너무 작은 위안이지. 너무도 작아서 평소엔 있는지도 모르고 살아. - 125- 세상사는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복잡하다. 인간은 우리가 기꺼이 인정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멍청하고 덜 사악하다. - 266- 내가 나의 길 위에 있듯 그애는 그애의 길 위에 있다. 세상은 오래, 아주 오래 지속되어왔다. 나는 그애에게 삶을 주었다. 그토록 큰 것을 주었다. 무와는 정반대다. 무의 반대는 무언가가 아니다. 무의 반대는 전부다. - 5172022. aug. #마스룸 #레이철쿠시너
길 위에서. 연작이 좋았다. - 시를 후회하는 용도로 쓰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 현실에 이토록이나 완벽하게 투항했는데, 무릎 꿇고 빌고 있는 주제에, 도가니와 손모가지의 멋진 각도를 계산하는 것이다. - 시인의 말 중. -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해다행스러웠다아무것고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서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서 - 육교에서의 친구들 중- 바깥은 평온하다, 그것이 나를 더 미치게 하는 줄도 모르고 - 로맨스 중- 이기를 위해 사는 삶, 내 신을 위해 사는 삶, 시를 쓰고 시를 위해 사는 삶, 결국 다 이기적이고 비겁한 일 아닐까? 삶을 움켜쥔다는 건 많은 이들을 손에서 놓아야 한다는 변명 아닐지. 왜 손은 두 개밖에 없나. 하루를 마감하는 깨끗한 빈 손. 왜 떨리는지. 왜 저리는지. - 정용준 발문 중2022. jun. #나는나를사랑해서나를혐오하고 #서효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