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밭 걷기 문학동네 시인선 214
안희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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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가 아닌 흐름에 흘러가고 있는 '이' 삶에 대해.
휩쓸리지 않으려 순리대로 최대한 무탈하게 생존하고 싶다라는 마음이 보인다.

무덤덤하게 시작한 독서지만, 조금 마음의 위안을 받은 것 같기도 한 다독이는 시들.

슬픔과 위로가 노골적이지 않아 더 그렇게 느껴졌다.

나 아닌 존재, 혹은 비존재 조차도 가혹하게 바라보지 않는 따뜻함.

- 나는 너의 왼팔을 가져다 엉터리 한의사처럼 진맥을 짚는다. 나는 이 소리가 세상에서 가장 슬픈 것 같아. 이 소리는 후시녹음도 할 수 없거든. 그러니까 계속 걷자. 당근의 비밀을 함께 듣자. 펼쳐진 것과 펼쳐질 것들 사이에서, 물잔을 건네는 마음으로 - 시인의 말

- 실온에 두면 금세 썩는다고 했다. 알면서도 그대로 두었다. 여름이 상하게 한 것이 나만은 아니라는 확신이 필요해서. - 터트리기 중

- <당근밭 걷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가 모두 나의 땅이라 했다. 이렇게 큰 땅은 가져본 적이 없어서. 나는 눈을 감았다 뜬다. 있다.

무엇을 심어볼까. 그게 뭐든 무해한 것이었으면 좋겠다. 눈을 감았다 뜨면, 무언가 자라기 시작하고. 나는 기르는 사람이 된다.

주황은 난색이에요. 약동과 활력을 주는 색. 그는 머잖아 내가 당근을 수확하게 될 거라 했다. 나는 내가 바라온 것이 당근이었는지 생각하느라 잠시 휘청했으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미세한 쏟아짐이라 믿었다.

하지만 당근은 보고 있었네. 나의 눈빛. 번뜩이며 나를 가르고 간 것.

나의 당근들, 흙을 파고 두더지를 들였다. 눈을 가졌다.

자루를 나눠드릴게요. 원하는 만큼 담아 가셔도 좋아요. 혼자 먹기 아까운 당근들, 수확의 기쁨을 누리며 떠나보낸 땅 위에서

이제 내가 마주하는 것은
두더지의 눈

나는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당근밭

짧은 이야기가 끝난 뒤
비로소 시작되는 긴 이야기로서

- 중환자실 병상에서 할아버지는
면회 온 가족들 손을 한 번씩 꽉 쥐었다
악력이 엄청났기에
이제 됐다 살았다 꽃놀이 갔다
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우주의 마지막 인사였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온 세상이 밀가루 밭으로 변한 뒤에야 보이지 않는 기차를 본다 - 북극진동 중

- 이곳은 완전히 나를 버려야만 도착할 수 있는 세계. 한 아이가 가던 길을 되돌아와 내 눈을 감겨주고 간다. 나는 잠시 슬퍼할 자격이 있는 사람처럼 굴어보았다. - 확대경 중

- 겨우, 기껏, 고작, 간신히, 가까스로......
내가 사랑하는 부사들을 연달아 적으며
그것들의 겨움을 또한 생각한다 - 야광운 중

- <굉장한 삶>

계단을 허겁지겁 뛰어내려왔는데
발목을 삐끗하지 않았다
오늘은 이런 것이 신기하다

불행이 어디 쉬운 줄 아니
버스는 제시간에 도착했지만
또 늦은 건 나다
하필 그때 크래커와 비스킷을 차이를 검색하느라

두 번의 여름을 흘려보냈다
사실은 비 오는 날만 골라 방류했다
다 들킬 거면서
정거장의 마음 같은 건 왜 궁금한지
지척과 기척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을지

장작을 태우면 장작이 탄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오래 불을 바라보던 저녁이 있다

그 불이 장작만 태웠더라면 좋았을걸
바람이 불을 돕지 않았더라면 좋았을걸
솥이 끓고
솥이 끓고

세상 모든 펄펄의 리듬 앞에서
나는 자꾸 버스를 놓치는 사람이 된다

신비로워, 딱따구리의 부리
쌀을 세는 단위가 하필 '톨'인 이유
잔물결이라는 말

솥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신기를 신비로 바꿔 말하는 연습을 하며 솥을 지킨다
떠나지 않는 사람이 된다는 것
내겐 그것이 중요하다

2025. feb.

#당근밭걷기 #안희연 #문학동네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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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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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 김금희의 남극 기지 단기 거주? 에세이.

좀 더 어렸을 때는 여기저기 여행 다니고 새로운 곳을 경험하는 일이 흥미로운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여행은 그저 고단하고 번거롭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세계 일주까지는 아니어도 가보고 싶은 곳이 많았는데 언제부터 그게 다 부질없다고 느끼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새로운 곳에 굳이 가지 않아도 대리 경험해 주는 매체가 많아서일까?
어쨌든 많은 이들이 북극, 남극, 정글, 사막 등등의 극한의 환경인 장소를 가보고 싶어 하는데...
나에겐 그런 욕구가 없기에 이해를 완전히 하기도 어렵지만,
그들이 목격하는 것들을 간접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안락한 몸으로 경험하는 것은 언제나 환영. ㅋ

책에 꽂혀있던 엽서에서 밝혔듯 '자연 속에서 하나의 종으로 살면서 작고 단순하고 환해졌던 날들에 대한' 이야기이고, 그 안에서 관찰자로서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이 그대로 드러난 글이다.
작가가 돌아와 결심한 대로 등산하는 삶을 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자연이 만든 지리적 경계 이외에 다른 인위적인 경계가 없다는 사실도 매혹적이었다. 누구도 남극의 주인이 아니며 국경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곳의 빙원은, 빙산은, 유빙은 '국가'라는 제도 안에 들어와 있지 않았다. 마치 우주의 행성처럼. 지구상에 그런 '없는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숨이 좀 트였다. - 14

미보고 종을 처음으로 발견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이야기를 들으면서 궁금했다. 창조에 가까운 일 같으니까. 옆새우에 대한 분류학적 연구가 시급한 건 옆새우 또한 기후변화로 멸종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었다. 하루빨리 알아차리지 않으면 아예 없었던 존재가 된다는 말에 안타까웠다. 남극에 있는 동안 안을 통해 옆새우 세계에 발 좀 담가봐야지 다짐했다. - 118

촬영을 못 하게 되나 불안했지만 정작 다른 사람들은 느긋해 보였다. 날씨가 허락하지 않으면 남극에서는 어떤 것도 가능하지 않다. 그 조용한 순응을 다들 잘 아는 듯했다. - 137

정작 나는 추워 덜덜 떨고 있었지만 마음은 녹듯이 포근해졌다. 일면 슬퍼지기도 했는데 너무 순정한 것, 아름다운 것, 들끓는 자아 따위와는 무관한 자연 자체의 풍경과 맞닥뜨릴 때 느끼는 기이한 상실감 같은 것이었다. 남극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나는 실제 내 삶은 이곳과 얼마나 다른가를 동시에 감각했다. 적어도 지금의 내게는 남극이 인간이 인간처럼 살 수 있고 해표가 해표처럼 살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안정적인 공간이었다. - 138

남극 하면 우리와 먼 곳처럼 들리지만 막상 여기 와보니 남극의 모든 것이 삶을 관장하고 있었다. 지구의 양 끝인 남극과 북극은 세상의 대기와 해류를 이동시키는 아주 거대한 손이었다. 이곳의 변화들이 지구를 휘저었고 우리 일상이 조형되었다. '기후'라는 말 뒤에 붙는 변화, 위기, 때론 전쟁과 습격이라는 수많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매일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같은 시각에 풍선을 올려 하늘을 살핀다는 것이 작은 낙관처럼 느껴졌다. - 200

"아주 많은 것이 날려 오고 있어요, 지금, 남극에." 홍 선생이 손짓을 할 때마다 이편으로 건너오고 있을 많은 것이 떠올랐다. 사람, 동물, 식물과 곤충, 씨앗 균류, 바이러스, 강처럼 흐르는 대기, 중금속과 블랙 카본, 미세 플라스틱, 지구의 현 상태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 출구를 찾으려는 노력과 연대, 그리고 상상. - 258

펭마 해변에는 펭귄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있었다. 얼음덩어리와 뒤섞인 검은 자갈, 반들반들한 검은 등과 멋진 붉은 부리. 바위에 올라 파도의 세기를 가늠하며 어느 타이밍에 뛰어들지 고민하는 성체들도 보였다. 어려울 것이다, 바다로 뛰어드는 일은. 우리가 세상으로 나가는 일이 두렵고 주저되는 것처럼.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닌 삶이 되고 만다. 이윽고 한 마리가 용기를 냈고 그 뒤에 서 있던 녀석들도 툭툭 뛰어내렸다. - 280

나는 잘 있으라고, 겨울을 잘 견디라고 말하며 아쉽게 돌아섰다. 언덕을 내려오는데 남극에 오고 싶어 한 정확한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다른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서였다. - 281

2025. feb.

#나의폴라일지 #김금희 #남극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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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시간표 - 정보라 연작소설집
정보라 지음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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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지 않은 것들이 머무는 연구소에 대한 연작.

그런 비존재들이 깨어나는 밤의 시간이 이야기의 배경이지만,
쉽게 생각하듯 무섭거나 오싹하다는 느낌은 없다.

오히려 가련하고 상처받은 비존재들이 인간과 얽히는 이야기라 동정과 연민이 느껴진다.

매개가 되는 인물들의 외전이 또 나온다면 그것도 재밌게 읽을 것 같다.

- 그렇게 집안의 모든 문제는 구정물처럼 아래로 아래로 흘러 떨어져서 그 집안 모든 사람에게 가장 만만한 존재 위에 고이고 쌓였다. 대부분의 경우 마지막에 그 구정물을 감당하는 사람은 취약한 위치에 있는 여성이었다. 딸, 며느리, 엄마, 손녀.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느니 아들 가진 엄마는 길에서 손수레 끌다 죽는다느니 하는 말의 의미는 모두 같았다. 가장 만만한 구성원의 피와 골수를 빨아먹어야만 가족이라는 형태가 유지된다. 그렇게 모든 역기능 가족은 비슷한 형태로 역기능적이다. - 132, 양의 침묵

-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마당 구석구석까지 주의 깊게 소금을 뿌렸다. 부소장님이 향을 피웠다. 그리고 우리는 생명 없는 존재가 밝은 세상에서 고통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업무로 돌아갔다. - 233, 햇볕 쬐는 날

2025. jan.

#한밤의시간표 #정보라 #연작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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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천대루
천쉐 지음, 허유영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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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 드라마를 본 것은 아니지만 유명 여배우의 출연으로 꽤 유명했던 모양이다.
그 원작 소설이 출간되었다는데,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 가뿐함으로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 흥미롭고 진지한 독서가 되었다.

단순히 아름다운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을 파헤치는 줄거리가 아닌, 초고층 빌딩 주거지(와 주변)에서 함께 '생존'하고 있는 여러 층위의 인물들을 심도 있게 조명하는 이야기다.

배경인 대만의 풍경도 상당히 낯익다. 흡사 경기권의 어느 동네 같은...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중화풍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약간의 이질감 같은 것도 없이 자연스레 이미지화 되었다.

미스터리이면서 잘 직조된 인물 열전 같은, 또 적절히 버무려진 에로티시즘이 있는, 자본주의 현대인에 대한 통찰이 돋보이는 작품.
그 묘사가 비정하기도, 연민이 가득해 보이기도 하는 균형 있는 거리감을 준다는 점도 장점이다.

불행한 환경에서 벗어난 도피처로, 자신이 일군 성과를 넘어 자기와 일체화하는 트로피로, 화려했던 시절을 뒤로하고 쇠락해가는 인생의 종착지로, 그저 외부인의 시선으로 관조하는 호기심의 대상으로... 다양한 의미로 초고층 빌딩인 마천대루를 그리는데,

작가 천쉐의 바탕에 깔린 관심이 소외된 여성이라는 점도, 이후 작가의 다른 작품도 접해보고 싶은 이유이다.


- 아침 저녁으로 화물 엘리베이터를 통해 쓰레기가 집중적으로 모이는 시간이 되면 재활용품을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어 산처럼 쌓인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다녔다. 그 바로 옆 차도는 시간대 구분 없이 언제나 벤츠가 지나갔다. 중메이바오는 양쪽 사이를 지나가며 이것이 자기 인생의 은유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쓰레기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고급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아닌, 절대로 연결이 불가능한 두 세계를 잇는 중간 매개체 같았다. 이것이 그녀 자신을 마모시켜 영혼의 어떤 곳이 망가진 듯 고장 나버렸고, 이런 고장 난 느낌이 그녀로 하여금 오랫동안 자기 개성도 없이 부유하게 했다. - 63

- 이곳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을까 생각하다가 1200세대라는 숫자를 떠올리게 되고, 날마다 하는 일상적인 순찰을 떠올리고 또 내가 외우고 있는 기기묘묘한 이름들을 떠올리다가 문득 그것들이 어떤 신비한 계시인 듯한 느낌이 든다. 가까이 다가올수록 비구름이 흩어지고 빌딩이 점점 선명해진다. 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죽는 방식도 다양하다. 이건 내가 읽은 탐정소설의 주제이기도 하다. 소설 속 탐정은 항상 자신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 사람이 죽을 때 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한 사람이 죽었다. 우리가 모두 좋아했던 사람이고, 결코 그런 방식으로 죽어서는 안 되는 여자였다. 셰바오뤄는 자신이 죽였을 거라고 했다. 그렇게 따지면 내가 죽였을 수도 있다. 부검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녀가 몇 시에 죽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난 알고 있다. 누가 죽였든, 그녀의 죽음이 우리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누구도 무관할 수 없다는 것을. - 202

- 침몰하려는 무언가를 사력을 다해 붙잡는 것처럼 있는 힘껏 끌어안았어요. 그때 그녀가 작은 소리로 "가도 가도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너무 무서워"라고 말하고는 이내 조용해졌어요. - 310

- 이곳을 떠나서 얼마나 시간이 흘려야 이런 기분이 사라질까? 그 거대한 빌딩 속에 얼마나 많은 지옥이 감춰져 있을까? 이곳을 떠나는 사람들은 어떤 세계로 들어갈까? 더 좋은 세계? 더 나쁜 세계? 이런 의문의 해답은 리둥린 자신이 떠난 뒤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 474

2025. feb.

#마천대루 #천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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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밤엔 명작을 쓰잖아요 타이피스트 시인선 7
김이듬 지음 / 타이피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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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딘지 어리둥절한 내가 벗어나기 힘든 현실과 시선들과 나만의 관념 속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는 듯,
그렇게 부재했던 자아가 불현듯 다가와 나를 직시하는 그런 느낌으로 읽었다.
나를 조금 내버려둔 채, 남도 조금 내팽개쳐놓고, 그러고선 마음에 걸려 하는 그런 분위기.

양육자의 부재의 느낌도 강해서, 더 쓸쓸하다.

- 사랑했지만 죽은 강아지가 목걸이 방울 소리 내며
저승의 문턱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네가 믿고 있듯이
잠시 등장했던 이를 빼놓고는 생의 서사가 구성되지 않는다면
그 잠시가 영원이라면
혼자 갈 수 있어야 한다
익숙해지지 않아도 된다 - 키스 앤드 라이드 중

- 강을 거슬러 오르는 물고기를 본 적 없지만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을 따라간 적 없지만
반시계 방향으로 태양 주위를 도는 나의 행성을 떠난 적 없지만
언젠가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리라
문을 박차고 나가 극지 쪽으로 달음박질치리라
생각만으로 맥박이 빨리 뛰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일방통행로 중

- 아주 축축한 날이었다
우리가
갈대를 보러 갈 이유가 없었다
굳이 가지 않아도
마음이 늪이었다 - 시골 도둑 중

- 나는 모자라지만 씁니다. 몸을 기울여 씁니다. (...) 깊숙이 배치해도 작게 압축해도 남아 있어요. 잃어버린 것들이 더 오래 남네요. 누구든 다른 사람의 고통이나 슬픔의 질량을 진단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나보다 조그맣다, 사소하다든가 잊어라, 용서하라, 위로할 수는 있겠지만...... 당신이 잠시나마 내 노래를 들어 줘서 고마워요. 누군가 당신에게 어린아이를 이 세상에 던져 놓고 떠난 거라고 해도, 무책임하다고 해도 그런 말에 상처받지 마세요. 당신의 세상은 물결쳐 오는 파도 너머 봄날 같기를. 때때로 그 나라에도 폭풍우 치겠죠. 새들이 당신 머리 위로 날아간다면 내가 보내는 사랑인 줄 아세요. - 154

2025. jan.

#누구나밤엔명작을쓰잖아요 #김이듬 #타이피스트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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