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토머스 하디 지음, 서정아.우진하 옮김, 이현우 / 나무의철학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진솔하나 경솔하기도 한 매력적인 아가씨 밧세바와 그녀를 둘러싼 세 남자와의 이런 저런 연애 사정.

당시의 시점으로는 파격이 가미되어 있는 여주인공 덕에 상업적 성공과 최초의 페미니스트 문학이라는 명칭을 수여받았다고.... 하니 깔깔 웃음이 났다.

고전이라 칭송받는 작품를 앞에 두고 불경스럽게 깔깔 웃은 이유라면 대략 이러하다.

근래 주변에 그다지 적확하지도 않은 견해로 자신이 페미니스트라 주장하거나 페미니즘 운동에 동의한다는? 남성들을 심심찮게 봐왔던 터다.(그들의 참여는 반가운 일이나 동의를 받을 일인가에 대한 의문)
메르스의 광풍 속에 예기치않게 각종 패러디와 반어, 독설로 무장한 메르스갤러리의 탄생도 논란의 중심에 있다. (왜 이전의 여혐커뮤니티에 대한 반성이 앞서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

그리고 어제15.06.19. 는 이런저런 사회적 문제에 바른말을 구사하던 (유명세있는) 남성으로부터 데이트 폭력을 당한 피해자의 증언이 폭로되어 또 한명의 지식인 남성의 실체가 까발려지며, 정말 이정도가 한국 남자의 디폴트인가 하는 허무와 체념과 분노를 끌어안게 되었다.

그 전후로도 버라이어티하기 그지 없게 온갖 장르에서 여혐의 포화는 생산 또 생산 중. 언제나 진행형이라는 점이 비극.

이 와중에 난 하필이면 최초의 페미니스트 문학의 지위를 부여받은(누가 준건지는 모르겠다) 이 책 ˝성난 군중으로부터 멀리˝ 를 읽고 있었으니.
어찌 깔깔 웃지 않을 수 있나.

당시의 파격은 잠깐 미루어두고 생각한다치더라도, 지금 내가 살고있는 현재 대한민국이라는 곳이 여성에게 이토록 적대적인데.
무려 농장 소유주인 여성의 일련의 자기주도적 연애 사건들을 가지고 페미니즘을 언급하니 실소를 터뜨릴밖에.

이 작품을 폄하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냥 이 세상이 웃겨서.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내 마음이 꼬일만치 꼬인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런 삐뚜러진 마음으로 읽기는 했지만.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이것이다.
여주인공을 둘러싼 세 명의 남자는 비록 여성보다 낮은 지위에 용기내어 사랑을 쟁취하지 못하는 남자이고, 여성을 자신에게 어울리는 아내라는 조건으로만 재단하여 평가하는 남자이고, 여성의 미모와 재력에 경도되어 찌질하게 사기를 치는 남자이기는 하나, 그 누구도 여성을 삼 일에 한번 패야한다고 말하거나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상스러운 언사로 모욕하거나 비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본문에 묘사되었듯, 그 여성이 상대를 좀 깔아뭉개는 듯한 허영심을 가졌다 하더라도, 좀 화려한 취향을 가졌더라도, 보통은 여성이 나서지 않는 사회적 참여와 발언, 권리를 가지려 하더라도....
그를 이유로 남성이 여성을 심판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깔려있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안전귀가와 안전이별을 언급할 수밖에 없는 농담같은 현실에 그만 실소와 눈물이 주르륵 흐를 수 밖에.

고개를 발딱 쳐들고 어깨를 으쓱대고 여러모로 되바라진 여자죠. 말하기가 바쁘게 행동을 하는 여자라구요. 아니, 행동을 먼저해요. - p. 174.

밧세바를 묘사한 마을 사람의 이 대사을 보면 말이다.
자동 연상되는 개그맨이 있으니.... 이 대목에서도 피식 웃음이 나고....

남자들이 아내를 얻는 이유는 결혼 이외에는 소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 듯 싶다. - p. 215


일이 이렇게 되었기에 망정이지. 뭐 더 안좋았을수도 있었잖아. 라고 요약되는 이야기.

2015. Jun.

고개를 발딱 쳐들고 어깨를 으쓱대고 여러모로 되바라진 여자죠. 말하기가 바쁘게 행동을 하는 여자라구요. 아니, 행동을 먼저해요. - p. 174.

남자들이 아내를 얻는 이유는 결혼 이외에는 소유할 방법이 없기 때문인 듯 싶다. - 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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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06-20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74페이지 인용문 읽노라니 새삼 다짐하게 되네요. 저런 여자가 되어야지!! 하고 말입니다.

hellas 2015-06-20 16:25   좋아요 0 | URL
ㅁ_ㅁ!!그렇습니다!!
 

물도 슬쩍 나무뒤로 숨겨놨는데. 마신건지 만건지는 당췌 모르겠다. 노랑둥이 녀석 깨끗한 물 마셔야하는데.

얼렁뚱땅 길냥 급식반 모드. :)

2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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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뚱냥이들에게 새 장난감이 생겼는데.....

첫날은 데면데면하드니 이제 교대로 퐁당 들어가서 즐기심>_<


덕분에 나도 즐겁다. 막 요래 있는거 보면 내 인생이 참 보람차게 느껴직고 막 그럼.

그리고 밥주기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벌써 나에대한 경계가 많이 느슨해진 노랑둥이.

나야 반갑지만 사람은 경계하렴. 나한테도 느슨해지지 말구. 오늘은 얼굴 제대로 보고 사진도 찍었네. 반갑당 노랑이:)

물도 제대로 깨끗한걸 주고 싶은데 물통이나 뭐 그런거 어째야 주변에 잘 안보일까 고민중임. 좋은 정보 있음 좀 알려주세요. 플라스틱은 별로 일듯한데. 바람이 불면 후룩 날아갈까 싶어서.

여튼. 매일 매일 줄테니까 어서 마른몸에서 벗어나서 튼튼둥이가 되렴 :)

2015.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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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 법칙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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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우울하다. 단 한순간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채로 끝나버리다니.

새벽 찬공기에 더욱 쓸쓸해져 버린 독후 감상.

발췌한 부분을 보니 죄다 윤세오의 이야기. 그 어둡고 작은 세상안의 시점.
이 이야기에서 나는 그 시점에 사로잡혔었나 보다.


2015. Jun.

윤세오는 멈춰 서서 쇼핑백에 넣어둔 패딩 점퍼를 꺼냈다. 백화점에 갈 때 입은 옷이었다. 꽤나 두툼했지만 한기를 가라앉히는 것은 점퍼가 아니라 곧 집에 도착한다는 사실이었다. - p. 6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윤세오는 죽음이 무엇인지 잘 안다고 생각했다. 죽음은 불편한 옷을 입고 딱딱한 침대 눕는 것이었다. 침대에 누운 채로 가까이 지내던 사람들의 울음 소리를 듣는 일이었다. 죽음에 대해 얘기 하는 일은 묵묵히 눈을 맞추거나 요란한 수돗물 소리에 울음소리를 섞는 것이었다. - p. 12

윤세오가 분노를 느끼는 이유는 간단했다. 이 세계에 사랑할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아서였다. - p. 63

무엇보다 사람이란 본래 그럴 리 없는 일도 하는 존재였다.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거짓말을 일삼고 농락하고 사기치고 협박해서 차라리 죽는 게 났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다 사람이 하는 일이었다. - p. 78

악의가 악이 되는 것은 언제부터일까. 상상하고 품는 것만으로 악이 되는 걸까. 실행될 때 비로소 악이 될까, 실행하더라도 실패하면 악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악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행동을 바꾸고 거처를 옮기고 생활을 바꾸게 해도 좋은 것일까. 그렇다면 악의는 환상이나 몽상인 걸까. 환상이나 몽상은 종종 현실을 바꾸기도 하니까. - p. 96

악의는 윤세오에게 할 일을 주었다. 슬픔을 떨치고 일어나게 했다. 기운 차려 움직이게 했다. 밥을 먹게 했고 누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곳저곳 다니게 했다. 고시원에서의 단출한 생활을 군말없이 꾸리게 했다. 덥고 어두운 밤 창도 없는 고시원에서 소음을 만들지 않기 위해 그저 누워만 있는 시간을 견디게 했다. 아무와도 말하지 않는 시간을 참게 했다. 재만 남은 157번지로 돌아가지 않게 했다. - p. 100

노인의 말대로라면 윤세오는 늙어서 가슴이 제일 먼저 망가질 게 뻔했다. 악의를 품고 증오를 키우고 슬픔과 동거하느라 한시도 쉬지 못했으니까. - p. 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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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15-06-1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작가 글이 다 어둡고 겁나죠. 하지만 기대합니다!

hellas 2015-06-18 13:22   좋아요 0 | URL
기대할만 하죠:)
 
사랑은 어느날 수리된다 창비시선 374
안현미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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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용하는 말들도 골동품처럼 지혜롭기를...

신중하게 골라 내뱉는 나의 모국어가 에이 씨팔...은 아니기를....

시인의 싯구를 인용하여 말해본다.

2015. Jun.

어떤 슬픔은 새벽에 출항하고 어떤 아픔은 영원히 돌아오지 못한다. 오늘 우리는 겨우 살아 있다. 어쩌면 저주가 가장 쉬운 용서인지도 모르겠다. - 작가의 말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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