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들하게 지내는 젊은이에게 내가 권했다.

“여행이라도 좀 가보지 그래? 해외여행도 좋고.”

그는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어디로 가면 좋겠습니까?”

“북유럽은 어때?”

“거기는 다녀왔습니다.”

“남미는?”

“거기도 가봤습니다.”

안 가본 데가 없다. 여한 없이 많이 다녀서 가고 싶은 데가 없는 것이다. 할 게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다는 게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해볼 수 있다는 건 우리의 꿈이다. 하지만 막상 그럴 형편이 되어 세상 하고픈 일을 다 해본다면 무슨 재미일까? 여한이 없는 인생이 행복? 천만에다. 따분하고 불쌍한 인생이다. 한이 좀 있어야 거기에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걸어 볼 수 있을 게 아닌가.

♣ 인생내공 - 이시형 :p 120~121

 

 

 

 

 

 

오늘 아침 모닝책은 인생내공. 첨엔 에잉 뭔 꼰대 같은 소리만 자꾸 하나? 싶었는데,

끈기를 가지고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인생 내공이라는 책 제목이 거저 붙은 건 아니구나 싶졌다.

그런 말도 있지 않는가? "한 노인의 죽음은 한 개의 도서관이 타서 없어진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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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집짓기 - 마흔 넘은 딸과 예순 넘은 엄마의 난생처음 인문학적 집짓기
한귀은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모든 순간의 인문학>, <가장 좋은 사랑은 아직 오지 않았다> 작년에 읽었던 한귀은님 책 두 권이 연달아 너무 좋았어서. 오! 모처럼 나랑 코드가 너무 잘 맞는 작가님을 알게 되었구나! 앞으로도 한귀은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읽어봐야지 마음을 먹었었는데,

 

아.. 그런데 여전히 한귀은은 좋지만. 이 책 <엄마와 집짓기>는 왜 이렇게도 안 읽히던지 ㅠㅠ 그게 정말 이상한 게 이 책 첫 페이지부터 나는. 질투심과 열등감에 활활 불타올라 사사건건 나는 왜 공부를 못 해서 한귀은처럼 대학교수가 못됐을까? 나는 왜 돈이 없어서 엄마와 집짓기를 꿈도 못 꾸게 된 걸까? 나는 왜 이따위 알량한 감상조차 머리를 쥐어뜯으며 써야 하는데 한귀은은 책도 몇 권씩이나 내고 정말 좋겠다…… 암튼, 처음부터 끝까지 사사건건 다 부럽고, 아씨. 이런 나는 뭐지? 왜? 이러지? 그러면서 읽었다. 부끄럽다.

 


 

 

 

평범한 시골 엄마와 인문학자인 딸이 처음으로 함께 집을 짓는 과정을 담은 특별한 집짓기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욕망이 드러나기도 하고, 상처가 건드려지기도 하고, 불안이 감지되기도 한다. 얼마에 집을 지을 수 있는지, 얼마나 예쁘게 집을 수 있는지 등의 정보는 나오지 않지만, 집을 잘 지음으로써 어떻게 삶이 의미를 되찾는지 따뜻하고 뭉클하게 깨닫게 될 것이다.

저자는 엄마와 집을 지으면서 과거의 기억들과 만났다. 새로 집을 올리는 과정은 기억을 정화하는 과정과 통하기 때문이다. ‘살고 싶은 집’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개인의 소망을 떠올려야 하는데 개인의 소망은 상처와 닿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집짓기는 잊고 있었던 과거와 맞닥뜨리는 일이자, 자신의 숨겨진 내면을 끄집어내는 일이기도 하다.
♣ 엄마와 집짓기 - 한귀은 :p 책소개 중에서

 

정말 말 그대로 엄마와 집 짓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집 지을 때 드는 비용은 얼마인지? 인테리어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그런 건축용 참고서가 아니고, 가족의 이야기고, 더구나 엄마 이야기다.

 

더 이상 이 책이 어떤 책인지? 장황한 설명보다는 책 뒤표지에 실려있는 건축 칼럼니스트의 글을 대신해야겠다. 

“소중한 것은 모두 ‘짓는다’고 한다. 집도 짓는 것이고, 글도 짓는 것이다. 엄마와 딸이 함께 집을 짓고, 그 이야기로 다시 지은 이 책을 읽는 내내 행복했고 또 부끄러웠다. 집과 글에 담긴 통찰과 식견을 배울 수 있어 행복했고, 지은이처럼 자신을 되돌아보지 못한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 구본준 건축 칼럼니스트.  

 


 

 

 

 

 

 

 

   

정말 으리으리하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것만 같은 집이 아니라. 작고, 따뜻하고, 소박해서 더더욱 미치도록 부러운 집.

 

 

 

■ 그리고 특히 기억나는 책 속의 책 두 권

몽고반점 - 한강 / 2005년 이상문학상 작품집

한강의 소설 <몽고반점>에서는 주인공이 욕조 속에서 잠드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모래 위에 지은 집>에서도 엄마와 아들이 욕조에 이불을 깔고 자는 장면이 나온다. 몽고반점에서 주인공은 삶이 갑갑하고 절망적인 상황이었고, <모래 위에 지은 집>에서도 욕실 바깥이 죽을 수도 있는 위협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니까 욕조가 최후의 안전한 장소였던 셈이다.

♣ 엄마와 집짓기 - 한귀은 :p 217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에는,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건 품위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가난하지만 자존심이 강한 여자아이는 품위라도 지키고 싶어 한다. 나는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말을 정말 듣기 싫었다. 품위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엄마와 집짓기 - 한귀은 :p 249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건 품위가 없다.”하하핫, 상실의 시대에 저런 대목이 있었단 말이야?? 

 

 

 

 

 

 

질투심에 활활 불타올라, 이 책을 온전히 흡수하진 못했지만. 언젠간? 한적한 시골에 소박한 집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참고서로 삼아도 좋겠고, 엄마와 화해하고 싶은 딸이 읽어도 좋겠고, 다 읽고 나면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착한 마음이 샘솟는 내겐 그런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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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궁금했어. 진짜 네가 누군지. 숨는 놈 말고, 견디는 놈 말고, 네 인생을 상대하는 놈. 있기는 하냐?"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화가 났다. 잘 놀고 있다가 별안간 따귀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돌아서서 문짝에 등을 기댔다. 내가 제대로 들었다면, '존재의 징표'에 대해 물은 거라면, 내놓을 것이 없었다. 내 인생에서 나는 유령이었다.

♣ 내 심장을 쏴라 - 정유정 :p 240 

 

 

 

 

  

사실 그렇게 썩 재미있게 읽은 책은 아니지만;; 이상하게 다시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정유정 작가님 책,

밀린 책 읽어야 하느라고 ㅠㅠ 처음부터 다시 정독은 못하고. 얼핏, 포스트잇 플래그 붙여둔 페이지만 열어보다가

앗, 저런 명대사가 있었구나!! ㅋㅋ 우와와!! 싶어졌다. 존재의 징표라....

 

그리고, 정신병동 환자 중에 '업히는 아저씨'가 특히 선명하게 기억나는데 이 책에 나왔던 거 맞나?? 

아.. 기억이 날랑 말랑 아리까리한 게 ㅋㅋㅋ 이러다 정말 조만간 다시 읽겠는걸?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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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길을 가고 있었다.

인도에 깊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거기 빠졌다.

방향을 잃었다. 희망이 안 보였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빠져나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2.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인도에 깊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 구멍을 못 본 척했다.

다시 빠졌다.

똑같은 데 또 빠졌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었다.

빠져나오는 데 또다시 오랜 시간이 걸렸다.

 

3.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인도에 깊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거기 구멍이 있는 걸 봤다.

그런데도 빠졌다. 이건 습관이다.

하지만 비로소 눈을 떴다.

거기가 어딘지 알고 있었다.

이건 내 잘못이다.

얼른 빠져나왔다.

 

4. 같은 길을 가고 있었다.

인도에 깊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 주위를 돌아서 갔다.

 

 

5.

이제 다른 길을 가고 있다.

 

 

♣ 어떻게 배울 것인가 - 존 맥스웰 :p 191

 

 

 

 

3번에 서 빵 터지지 않나요???  ㅎㅎ

예했던것보다 책 괜찮네, 빨리 읽히는데 나름 깊이도 있고 재미도 있었던 책 <어떻게 배울 것인가>

이제 다 읽었는데, 쓰라는 책 리뷰는 안 쓰고 ㅋㅋㅋ 맨날 이래 농땡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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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을 나타내면 그런 두려움을 야기하거나 유발할 수 있는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 되고,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예방책을 강구하면 그 일은 일어나며,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것에 대해 미심쩍게 여기면 그 일을 결정하고 추진하게 되고, 어떤 것들에 불안과 기대를 가지면 그것들 사이에 간극이 생기고 깊어져서 반드시 그 틈을 채워야만 하는 일이 발생하고, 우리가 두려움을 떨쳐버리려고 하면 두려운 일이 일어나고야 만다. 그래서 가장 좋은 방법은 모든 것을 물 흘러가듯이 가만히 놔두는 것이다.

♣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 하비에르 마리아스 ;p 25

 

 

 

 

오늘도 어김없이 알라딘 신간 산책하다가 발견한 책.

제목이 참 비장하길래 클릭해봤더니 저런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징크스가 징크스를 만든다.”라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이야긴 거 같기도 하고,

안 그래도 요즘 유독 좋은 일이 많이 생기길래, 어.. 이거 불안한데 좋은일 다음엔 나쁜일이 기다리고 있는건 아닐까?

쓸데없는 걱정이 쌓이고 있었는데 ㅋㅋ 헛생각 하지말고, 읽던 책이나 마저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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