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으로 글을 쓰는가, 하고 다그쳐 물으면 어떻게든 그곳에 내 발로 가보고 싶어서, 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좀 더 복잡하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다른 이유는 생각나지 않는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그곳에 가보는 행위 바로 그것이다.
아무리 짧은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를 쓰는 동안 나는 거기에 혼자 있다. 지금까지 아무도 온 적 없는 곳, 아무도 본 적 없는 풍경. 그 끝없이 넓은 곳에 덩그러니 서 있고 싶어서 쓰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말이 서 있고 싶어서지, 거기에 있는 동안은 그럴 여유조차 없다. 전후좌우가 없어, 안 그래도 방향 감각이 없는 나는 어쩔 줄 몰라 쩔쩔맨다. 솔직히, 빨리 돌아가고 싶은 오직 그 한 마음으로 걷는다. 어쩌다 내가 이런 곳에 왔을까 하고 단박에 후회하지만 이미 때는 늦다. 헤엄도 치지 못하면서 다이빙을 한 꼴이다. 그런데도 나는 내 발로 걷고 내 눈으로 보고 내 손으로 만져본 것만을 쓰고 싶어 그곳에 가보지 않을 수 없다.  

 

♣ 울지 않는 아이 - 에쿠니 가오리 :p 왜 쓰는가」 중에서

 

 

 

 

 

소설을 쓴다는 것은, 내게는 그곳에 가보는 행위 바로 그것이다. 라는 에쿠니 여사님 글을 읽고 있으니.

어, 이건 내가 책을 읽는 이유랑도 비슷한데? 싶어졌다. ㅋㅋ

암튼, 심심하면 새 책 나오네~ 싶을 정도로 ㅋㅋ 다작하시는 에쿠니 여사님. 이번엔 에세이 집이라는데 심지어 두 권! 짜리.

 

 

<울지 않는 아이>는 에쿠니 가오리가 초기에 쓴 8년치 에세이를 모은 것이고,

<우는 어른>은 <울지 않는 아이>를 발표하고 나서 5년 동안 쓴 에세이를 모은 것이라고 한다.

 

 

 

나는 에쿠니 여사님 책 중에서 특히 <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라는 에세이를 좋아하는데.

여러번 반복해서 읽을 수록 특유의 나른한 문체 때문인지 에세이도 참 소설처럼 쓰시는구나 싶어지더라..  

아.. 오랜만에 또 읽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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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표지만 보고 있어도. 그리고 제목 그 자체만으로도 마음이 따끈따끈~ 말랑말랑~해지는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지난달에 읽은 책이라서 작가 이름도 뭐였더라? 기억이 안 나 검색해봤지만;; 참 괜찮았던 느낌은 고스란히 남아있다.    

 

요시다 아쓰히로 - 나는 이분 책을 처음 접해보는 거였는데 책 다 읽고 다른 작품은 뭐 없나? 검색해보았더니 허걱;;; 이 책 시리즈 였구나? 게다가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는 두 번째 이야기였고 ㅎㅎ 원래 삼부작인데, 우리나라엔 아직 3권은 안 나왔는지 알라딘에서 작가 이름 검색해봐도 그 후로 수프만 이랑 첫 번째 작품이라는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 밖에 검색이 안 되네..  

 

그 후로 수프만도 사실 책 표지가 예뻐서 눈길이 갔었던건데.. ㅋ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도 표지 왜 이렇게 예쁘냐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얘기로 돌아와서 ㅎㅎ

 

 

<회오리바람 식당의 밤>에 이은 '달의 배 마을' 삼부작, 두 번째 작품. 어느 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노면 전차가 달리는 교외의 작은 마을로 이사 온 주인공 청년. 그의 주변에는 마치 과거로 되돌아간 듯 흐르는 시간 속에 느긋하게 몸을 맡기고 살아가는 사랑스러운 이웃들이 있다.

병으로 아내를 잃고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역 앞 상점가에서 '트로와'라는 샌드위치 가게를 꾸려가는 안도 씨, 주인공이 이사한 아파트의 지붕 밑에 사는 나이를 알 수 없는 주인집 마담, 도망간 지배인을 대신해 낡은 영화관을 지키며 팝콘을 파는 청년, 시원한 눈매가 어딘가 여성임에도 댄디라고 말하고 싶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주인공의 영화 친구 아오이 씨까지… 너무나 사소해 잊어버렸던 소중한 삶의 가치들을 주인공에게 하나씩 하나씩 일깨워준다.

 

♣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 요시다 아쓰히로 :p 책 소개 중에서

 

 

 

▲ 목차도 참 예쁘다 *_*ㅋ 

이렇게 목차 소제목들 보고 있으니까, 갑자기 공중돌기 133에서 웃음이 난다 ㅋㅋ 아 ㅋ 리쓰군이랑 공중돌기 소년 진짜 귀여웠는데 ㅋㅋㅋ  

 

<그 후로 스프만 생각했다>는 사실 별 얘기도 없고, 어떤 극적인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는 잔잔한 소설이라서 슬렁슬렁 졸다가 자다가 읽으면 되겠는(읭?ㅋ) 그런 나른한 책인데 이상하게 여운이 길달까?

 

 

 

주인공 오리이군은 트르와의 샌드위치 맛에 빠져 매일 저녁을 샌드위치로 때우고, <두부와 나팔>이라는 영화는 최근 5년간 스물다섯 번이나 봤고, 마침 직장도 관둔지 좀 돼서 하루 하루를 잉여롭게 살고 있는 괴짜? 청년인데.. 되게 착하고 순수하고 뭐랄까? 근성이 있다고 해야하나? 암튼 참 마음이 가는 캐릭터였는데 그런 오리이 군이 샌드위치 가게에 취직을 하고 겪게되는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담백하게 그려가고 있다.

 

아무래도 옛날 영화를 볼 기회가 늘어난 후로는 내 주변의 시간이 조금씩 거꾸로 흐르는 느낌이이다.

예전의 시간은 지금보다 느긋하고 두터웠다. 그것을 ‘시간의절약’이라는 미명 아래 아주 잘게 조각내버린 것이 오늘날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문명의 다양한 이기가 문자 그대로 시간을 잘라내 일단 무언가를 단축하긴 했지만, 다시금 생각해보면 잘라낸 것은 ‘느긋했던 시간’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 요시다 아쓰히로 :p 40 ~ 41

 

아 정말 인터넷, 스마트폰도 없던, 예전의 시간은 지금보다 느긋하고 두터웠다.는 말 정말 공감가지 않나요? 다시금 생각해보면 잘라낸 것은 ‘느긋했던 시간’ 그 자체임이 분명하다. 라는 얘기도 넘 멋지고!!

  

 

내 ‘멍한’ 상태의 심각함은 이 정도로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멍한 나머지 멍하니 알 수 없는 곡을 머릿속으로 흥얼대거나, 멍하니 있는 중에 그 선율이 완전히 사라진다. 사라졌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다음의 ‘멍한’ 상태가 또 다른 멜로디를 불러온다. 그 이전의 반복은 완전히 사라진다. 마치 내가 ‘멍한 모자’를 늘 쓰고 있는 것과 같다. ‘멍한 모자’라고 해도 될까. 머리에 완전히 익숙해서 그런지 쓰고 있다는 감각조차 없다.

♣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 요시다 아쓰히로 :p 103~104

 

ㅎㅎㅎ 완전히 익숙해져서 이젠 쓰고 있다는 감각조차 없어져버린‘멍한 모자’ㅋㅋ 나도 맨날 멍한데, 감각조차 없는데 ㅠㅠ   

무튼, 읽고 있으면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겨울 책,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참 훈훈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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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범주에 포함시키려는 감정이 다양해지는 만큼 인간은 점점 세련되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본래의 범주가 확대된 것에 불과하다. 행복이 무엇이든 그것은 감정이다. 영원토록, 부질 없이, 감정을 추구하는 존재. 그것이 인간의 정의이다. 다른 동물은 감정을 쫓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감정에 그토록 집착한다.

감정에 강박적으로 집중한 결과 인간은 노이로제에 걸렸다. 노이로제는 감정 생산에서 감정 점검으로 초점이 옮겨질 때 나타난다. 당신은 현재의 삶에 진정 만족하는가? 파트너는 당신의 욕구를 제대로 이해해 주는가? 아이를 기르면서 정말 성취감을 느끼는가? 물론 삶을 점검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삶은 우리 자체요, 행복한 삶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의 특성상 우리는 삶을 점검하는 올바른 방식을 터득하지 못한다. 삶을 점검하는 것이 감정을 점검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 철학자와 늑대 - 마크 롤랜즈 :p 208

 

 

호흡을 길~게 두고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을 책,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사람이라면 두 배 더 와 닿을 테고.. 

선견지명 있는 우리 책모임 마가슬언니 덕분에 빨간책방에서 이 책 다루기 훨씬 전부터 우리집에 와 있던 책.

초반엔 진짜 빵빵 터지며 재밌게 읽었는데, 아.. 뒤로 갈수록 점점.. 

머리 좋고, 학벌 좋고, 직업 좋고, 얼굴까지 잘생긴 인간에 대한 내 열등감 폭발로 인해 너무 읽기 힘들어졌던 책ㅠ 해서 뒷부분은 좀 건성으로 읽은감이 있지만;; 그래도 알아주는 철학자 답게 좋은 이야기는 되게 많이 나와서 책노트 파일은 빽빽하게 차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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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좋아야 하지 않느냐고요?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는 문제집 한 페이지를 보는데 3시간이 걸릴 만큼 머리가 좋지 않았어요. 가정 형편? 집안 사정? 아무 상관없습니다. 저는 1급 장애인이셨던 아버님, 빚에 시달리는 어머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성격? 상관없습니다. 저는 세상에서 글 쓰는 걸 제일 싫어했고, 남들 앞에서 말해 보라고 하면 울음부터 터트렸던 사람이었어요. 가정 환경이, 부모님이, 친구들이, 스스로의 재능이 도와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공부는 여러분이 바꿀 수 있습니다. 저는 그걸 직접 경험해 보았기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어요.”

 

♣ 이것이 진짜 공부다 - 강성태, 서경석 외 :p 'PART1_ Talk2. 박철범 왜 우리는 똑같은 공부를 반복하는가' 中 

 

 

 

 

 

오! 이런 책도 있구나! 오늘도 어김없이 알라딘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발견한 책! <이것이 진짜 공부다>

아이쿠야;;; 늘 나는 머리가 나빠서 안 될 거라 핑계 댔는데 ㅎㅎ 아무 상관없단다. 심지어 가정형편, 집안 사정 그딴 것도 다 아무 상관없단다 ㅠㅠ 책소개 밑에 보면 무슨 영화 예고편처럼 웅장하고 박진감 넘치는 유튜브 영상도 첨부돼 있던데.. 특히 ‘꿈이란 건 정말 간절해야 됩니다.’라는 외침이 오래오래 울려 퍼지는 것 같다. 이 책도 정말 궁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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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솔직해지는 일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행복과 불행을 타인의 가치를 빌려 바라보는가. 이만큼이면 나도 행복한 게 아닐까. 이 정도는 남들도 참고 살지 않을까. 그러는 동안 어느새 타인의 시선은 내면화되고 내가 무엇을 느끼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다. 바로 그 지점이 우리의 삶이 공유의 열정을 잃게 되는 순간이다.
내 인생에서 가장 커다란 깨달음의 순간은 바로 내가 불행하다는 것을 인정했던 지점에 있었다. 불행하구나, 아 내가 불행하구나. 그저 고통의 연속이라고 생각했던 순간을 넘어서서 나는 불행하구나. 그나마 내 곁에는 언제나 위안이 있었다. 그래서 불행을 불행이라 여기지 않고 끊임없이 나를 위로했고, 그곳에 머물러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그 자리를 벗어난다고 해도 새로운 고통을 맞이할 테니 여기 있든 떠나가든 별 차이는 없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 관능적인 삶 - 이서희 :p 242~243

 

 

 

특별히 하는 일도 없는 백수 주제에, 매일매일 책 한 권씩은 못 읽어 내더라도,

매일매일 책 포스팅 하나씩은 하고 살자!! 나름대로 나 혼자만의 미션으로 정해두고..  

하루 동안 보고, 듣고, 얻어걸린 책 중에서? 혹은 갑자기 떠오르는 예전에 읽었던 책 속 문구들을 [이 말에 내 마음 움직였어] 폴더에 차곡차곡 모으고 있다. 그랬더니.. 매일매일 내가 이 책들을 다 읽어 내는 줄 오해하는 분도 가끔 계셔서 난처할때가 많다;;  오늘도 역시, 읽은 책 아니구요;;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눈에 뜨인 읽고 싶은 책입니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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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요정 2013-12-2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복과 불행에 솔직해지는 일이다...란 문장에 이끌려 들어왔습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ㅎㅎ

꽃핑키 2013-12-22 16:04   좋아요 0 | URL
앗! 안녕하세요 꼬마요정님 *_*ㅋ
문장에 이끌려 들어오셨다는 표현이 너무 낭만적이십니다~♡
좋은 주말 보내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