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처럼 귀를 잘라내고 있다.

둘째 누나에게 전화로 그렇게 보고하자, 어쩐지 무시무시한 일인 것 같네, 하며 웃었다. 귀는 귀인데 샌드위치의 귀이기 때문에 조금도 무시무시한 일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그 기술을 위해 또 다른 기술이 필요하고, 이런 기술이 몇 개씩 겹치고 겹치니 무척 까다롭다. 그것을 복잡한 댄스 동작 외우듯 몸에 익혀 자연스럽게 해내지 못하면 생각대로 빵을 자를 수 없다. “여기서 실패하면 전부 쓸모가 없어지니까.”

♣ 그 수로 수프만 생각했다 - 요시다 아쓰히로 :p 57

 

 

 

오늘. 모닝 책으로 <그후로 수프만 생각했다>를 읽었다.

싱겁고 잔잔하면서도 부드러운 담요처럼 포근 포근 이랄까?

그 중에서도 나는 요즘 나는 수요일을 제외하고 매일처럼 귀를 잘라내고 있다.’

이런 문장이 왜 이렇게 좋은지 ㅋㅋㅋ 너무 귀엽고 ㅋㅋㅋㅋ 

하물며 식빵 귀를 자르는데도 한껏 장인정신을 발휘하며 진지하게 임하는 주인공 태도도 너무 사랑스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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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손톱 속에 떴던 주황색 달이 하얀을 지나서 그믐 쪽으로 갑니다. 11월은 손톱이 가장 빠르게 자라는 달이라고 하지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생장을 멈추거나 늦추는 계절에 뭐 하러 손톱만큼은 그렇게 허둘러서 자라는 걸까요? 여름날의 거미와 날개 찢긴 나비들. 조그맣게 울던 그 풀벌레들. 다 어디로 간 걸까요. 꽃을 달았던 빈 대공들에는 이제 바람이 거합니다. 그 위로 탄식처럼 첫눈이 내리겠지요. 그리고 첫사랑을 기다리는 소녀들의 손톱 속에도 눈은 내려서 녹을 겁니다. 

11월에는 또한 이맘때 떠난 가객들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데요. 유재하 김현식 김정호 우리가 사랑했던 목소리들이 허름한 뒷골목에 흐릅니다. 그 골목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은 조금 피로한 듯 쓸쓸해 보여서 11월엔 모르는 사람과도 더운 술을 나누고 싶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이동진의 빨간 책방입니다.

이동진의 빨간 책방 51회 오프닝

 

어제오늘 계속 생각했다.  ‘손톱이 11월에 가장 빨리 자란다’는 이야기 최근에 나도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는데.. 어디서 봤더라?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기억이 안 난다. 우씨ㅠ

 

 

  

이동진의 빨간 책방 51회 <내가 산 책> 코너에서 소개해주신 책은  

 

1. <외식의 품격 - 이용재>

 

이 책 소개해주면서 이동진 작가님도 “제가 모르는 신세계인데…”라고 이야기를 하셨는데.

나 역시도. 요리라고는 직접 만들어 먹는 것도, 심지어 외식도 귀찮고 불편해 

될 수 있으면 집에서 재미있는 영화나 한 편 때리면서 배달음식 시켜 먹는 게 제일 좋아서...;;

음식 평론가가 쓴 음식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만으로도 나는 어찌나 신기한지..

  

우리의 생활수준은 절대 낮지 않다. 고급 명품이며 수입차 같은 것들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그러나 우리는 대체 무엇을 먹고사는가. 이제 음식의 ‘상향평준화’를 통해 수준을 맞출 때가 되었다. 이를 위해 다니고 먹고 만들고 보고 읽고 쓴 경험을 한데 아울러 이 책에 담았다. - 알라딘 책소개 중

 

 

 

 

 2. <왜 우리는 미신에 빠져드는가 - 매슈 허트슨>

오! 제목만 봤을 때는 우리나라 책이겠거니 했는데 매슈 허트슨이라는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책이라고 한다. 

 

미신에 대한 편견을 뒤엎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이 책의 저자 매슈 허트슨은 수십 년에 걸친 심리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샅샅이 뒤져가며, 우리 모두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는 미신과 우리가 이러한 미신들을 믿게 된 이유를 찾아냈다. 미신적 행동 이면에는 마술적 사고가 숨겨져 있는데 이 마술적 사고야말로 우리가 미신을 믿는 근본적인 이유다. - 알라딘 책소개 중

 

 

 

 

3. <당신이 들리는 순간 - 정강현>

 

내가 동경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음악에도 조예가 깊더라. 하루키아저씨도 그렇고, 이동진 작가님도 그렇고.. ㅎㅎ

 

대중음악 취재를 하며 인디밴드에 반해버린 한 기자가 자신이 직접 취재하며 느꼈던 것을 바탕으로 홍대 인디밴드에 대해 집필한 산문집이다. 기존의 인디밴드 안내서들과는 달리 매우 문학적이고 감각적인 텍스트를 통해, 현재 홍대 주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인디밴드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그 밴드들이 지향하는 음악 세계, 일화 등을 소개하고 있다. - 알라딘 책소개

 

 

 

 

4. <다시 태어나다 - 수전 손택>

이 책은 한동안 알라딘 북펀드에 걸려 있던 책이어서 내겐 굉장히 낯익은데.

수전 손택.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면 상당히 많은 책이 걸려나오는데 나는 왜 이렇게 생소하지? ㅎㅎ 암튼. 미국 최고의 에세이스트이자 평론가·소설가이기도 하다고 한다.  

 

수전 손택은 2004년 12월 28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 전, 아들 데이비드 리프에게 넌지시 자신의 일기의 존재를 알렸다. 손택은 평생 백여 권이 넘는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는 친구나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너무나 솔직하다 못해 고통스러운 기록이었지만 리프는 “진실”과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손택의 뜻을 받들어 내밀한 이야기들을 회피하거나 윤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실었다. - 알라딘 책소개

 

 

 

 

 

마지막으로..

한 권의 책이 나오기까지 <에디터 통신>에서 소개해주신 책은

 

 

<결혼면허 - 조두진> 제목만 듣고 자기계발서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에세이 형식의 글이겠거니 상상했는데..

오잉? 소설책이네? ㅎㅎ

 

  

2005년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제10회 한겨레문학상을, 2001년 단편소설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은 조두진의 장편소설. 운전면허가 있어야 운전할 수 있듯이 결혼면허를 따야 결혼할 수 있다는 발상이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는 소설이다. - 책소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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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은 우월감이나 교만과 다르다. 우월감이나 교만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지 않는다. 이것을은 오히려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게 만든다. 다른 삶에 비해 잘났다고 느껴야 우월감이나 교만이 생기는 법인데, 그러려면 끊임없이 다른 사람을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우월감에 차 있고 교만한 사람은 오히려 왜곡된 나르시시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자기보다 좀 나은 사람이 보이면 그토록 힘들어한다. 약간의 실패라도 하게 되면 또 역시 지나치게 실망한다. 불행하다.

자존감이 있으면 그렇지 않다. 남들이 어떻게 보는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고 그 행동에 자족한다. 실패를 해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나서 대안이나 해결책을 찾아본다.

♣ 모든 순간의 인문학 - 한귀은 :p 197

 

 

 

방금 전에 읽은 따끈따끈한 문장 :) 

나 역시도 자존감이야말로 튼튼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 이런 이야기는 참말로 눈에 쏙쏙 잘 들어온다 ㅎㅎ 뒷장에는.. “자존감은 성공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지 않는다. 성취를 많이 해도 자존감보다 우월감이나 교만한 나르시시즘에 빠져 있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런 사람은 자기보다 조금만 더 나은 사람을 보면 바로 우울해한다. 더 나쁜 경우에는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나으면 안 되기 때문에 자기보다 뛰어나게 보이는 사람을 비난하거나 멸시한다. 자존감이 낮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는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는데. 오! 무척 재미지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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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재촉하는 게 아니라 혹시 결혼할 거면 부자하고 했으면 좋겠어. 돈에 쪼들리는 거, 정말로 못할 짓이야. 돈 가진 사람은 어디서든 당당하잖니. 나는 여기서 한발 어긋나면 끝장이다 싶어서 노상 벌벌 떨면서 살아. 지난번에 시에서 암 검진을 받으라는데 무서워서 안 갔어. 행여 암이 발견되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한마디로 엄마에게는 자립 경험과 성공 체험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노력도 없고 목표도 없다. 혼자 남는 게 무서워 이혼이라는 선택은 생각도 못한다. 그저 텔레비전 앞에서 하루를 보내며 가족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 소문의 여자 - 오쿠다 히데오 :p 135 ~ 136

 

 

ㅎㅎ 내가 너무 애정 하는 책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본격 팜므파탈 미스터리 단편집 (내 멋대로 이름 갖다 붙임;;)

막상 읽을 때는 기대를 너무 많이 했어서인지 아쉬운 부분만 도드라져 보이더니 시간이 지나 다시 슬쩍 들춰보니 오! 이 아저씨가 여자의 심리를 꽤나 정확하고 섬세하게 표현했는 걸? 뒤늦게 놀라웠다.

어디에서든 너무 쉽게 소문에 휩싸이고 마는 ‘완전 소문난 여자’ 미유키

하지만 그녀의 악녀 본능은 미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혁명 같았던 소문의 여자. 

소문의 여자 리뷰는 여기 있어요http://pinky2833.blog.me/18978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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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쓸 때 특정한 형식을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저 하나의 이야기를 할 뿐이지요. 그것도 누구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풀어쓰는 구닥다리 방식으로요. 그러나 저는 ‘일어난 일’을 조금은 다른 형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우회로를 거쳐, 낯선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말이죠. 저는 독자들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어나는 방식’에 놀라움을 느끼기를 바랍니다. 이것이 바로 단편소설이 거둘 수 있는 최대한의 성과입니다.”

♣ 행복한 그림자의 춤 - 앨리스 먼로 :p 작가 인터뷰 중에서

 

 

 

도대체 작가라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떤. 다른 회로라도 심어져 있는걸까?

어쩜 이렇게 술술술 ~ 멋진 말들을 쏟아 낼 수가 있는지ㅠ

나 정말 앨리스 먼로에 제대로 꽂혔나보다; 오늘 하루종일 엘리스 먼로에 관한 글만 눈에 들어오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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