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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 - 부당한 기업 횡포에 쫄지 않는 대리 만족 투쟁기
김지영 지음 / 중앙M&B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요즘 아주 재미있는 책을 한 권 읽고 있다.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라는 책인데 ㅋㅋ 아!!! 이 언니 정말 반하겠다 ㅠㅠㅠㅠ 처음엔 책 제목도 그렇고 표지도 저렇게 뽑아놔서;; 모두를 멘붕케 만드는 쌈닭 언니 이야긴가? 별거 별거 다 쌩 트집을 잡아대는 진상 고객 대처법인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는데 아니었다!! ㅋㅋ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는 그야말로 환불할 때 옆에 딱! 모시고 가고 싶은~ 말 잘하고, 똑똑하고, 우아하고, 심지어 엄청나게 예쁘기까지 한 언니의 고군분투 컴플레인 투쟁기라고 할 수 있겠는데...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어찌나 흥미진진하고 현실감이 넘치는지 도저히 남의 일 같지가 않고, 전부 다 - 내가 직접 겪고 당했던 일처럼 생생하다!! 해서.. 컴플레인이 하나씩 하나씩 해결될 때마다 얼마나 내 속까지 시원하고 통쾌해지는지!!! 그동안 마음속에 쌓여있던 한이 다 풀리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ㅠㅠㅠ

저자는 광고판에서 잔뼈가 굵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전설의 쌈닭(오죽하면 별명이 ‘일산 휘발유’다)이다. 이미 월간 《여성중앙》의 ‘컴플레인 권하는 여자’ 연재로 제대로 된 컴플레인의 정수를 보여준 그녀가 이 시대의 ‘우아한 을’들에게 보내는 다채로운 컴플레인 투쟁기를 책으로 엮었다. “저는 정의로운 게 아니라 이기적인 겁니다. 그리고 참을성도 없어요. 그래서 부당한 대우를 받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하죠. 종종 욱하니까 그렇게 사는 게 피곤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많아요. 그렇지만 아닌 건 아니라고 다 같이 말해야 기업과 사회가 겨우, 아주 조금이라도 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내 돈 내고 받는 서비스에 정당하게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고, 종종 마주하는 기업의 횡포에 침묵하며, 참는 게 이기는 거라며 자위하는 소심한 대한민국 남녀에게 저자는 까칠하게 묻는다. “당신은 왜 컴플레인 할 권리를 포기하는가!”라고 말이다. 백화점 세일에서 영화 관람권, 통신사 이용 요금과 개인 정보 유출 문제까지 소심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기업의 횡포에 참지 않고 끝까지 따지고 추궁해, 단돈 ‘68원’이라도 받아내는 이 문제적 신인류의 탄생, 그 자체가 통쾌하다.
♣ 출판사제공 책소개 중에서
책 도착하고 맨 처음, 어떤 책일까? 기대에도 못 미치는 실속 없는 책이면 어쩌지? 지루하고 재미없으면 어쩌지? 괜한 걱정들이 책날개에 실려있는 저자 사진을 보자 거짓말처럼 싹!!! 사라져 버렸다. 아!!! 이 언니 너무 예쁘고 똑 부러지게 생기셨다!! ㅋㅋㅋ 기대감은 더 증폭되고 ㅋㅋㅋ

잘 못되고 부당한 것은 절대로 바로잡고야 마는 이 언니의 전설은 초등학교 때부터 이미 시작이 되는데 ㅋㅋ
결정적인 사건은 밥을 담는 순서 때문에 생겼다. 한 번은 밥을 푸는데 외할머니께서 나에게 자분자분 말씀하셨다. 밥을 풀 때도 순서가 있는 법이다. 설혹 어른이 눈에 안 보이더라도 어른을 공경하는 마음을 담아 어른 것부터 푸는 법이라고 하시면서 내 밥보다 동생 밥을 먼저 푸시는 게 아닌가. 이게 말이 되나. 당연히 서열상으로 내가 위인데, 내 밥을 먼저 퍼야지. 그 뒤부터 아예 밥 푸는 시각이면 나는 엄마 옆에 지키고 앉아 내 밥을 먼저 퍼 달라고 말하거나 외할머니가 동생 밥을 먼저 퍼놓으면 폭 쏟아 엎어 버리고 내 밥그릇을 먼저 가지고 밥상에 앉아 있거나 했다.
내 입장에서 말도 안 되는 부당한 대우였다. 왜 동생이 남자라는 이유로 더 대접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걔가 더 어리숙하기 때문에 더 대우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원리와 원칙이 지켜지려면 예외 사항이 없어야 한다고 믿었기에 나의 밥 푸는 순서에 대한 투쟁은 역사를 참 길게도 가졌다. 나중에는 할머니도 어느 정도 포기하시고 엄마는 일단 논리적으로 밀리니 수긍하시고 해서 더 이상 밥 푸는 순서에 대한 분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 - 김지영 :p 20
ㅋㅋㅋ 그러게, 밥 푸는데도 순서가 있는 법이라면서 왜? 남동생 밥을 먼저 푸는가! 여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당해봤을 법한 저런 원초적인 컴플레인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병원비 과오 납부금, 그리고 지금 생각해도 나까지 화가 울컥 올라오는 사실상 특진비(?)에 관한 컴플레인, 어버이날 특수를 노린 형편없는 공연에 관한 컴플레인, 항공사의 예약 실수, 게다가 계속 컴플레인 이야기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살아가는 이야기. 냉혹하기로 소문난 광고판에서 18년째 자신만의 입지를 단단히 굳혀가고 있는 인생 선배로,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의 이야기까지 깨알같이 적혀 있어서 같은 여자로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너무나 많고, 배울 점도 많아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우와아~ 이 언니 정말~!! 대.다.나.다!!!
나도 모르게 목청 높여 응원하게 되더라 ㅎㅎ

큰 병원들의 특징은 오래 기다린다는 것이다. 진료 보는 시간은 3분 내지 5분 미만인데 기다리는 시간은 엄청 길다. 확인하는 데도 역시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오래 확인하고 난 결론치고는 좀 씁쓸했다. 처음에 특진을 신청해서 특진으로 계속 올라가 있었던 것이고, '특진에 준하는 의사'가 진료를 봤기 때문에 청구했다는 것이다. 일반 진료비와 특진료는 정말 금액 차이가 많이 난다. "지난번에도 대진이었다는데 지난번 청구도 그럼 그냥 특진료로 하셨는지 확인해보세요. 특진에 준하는 사람이 봐서 특진이라 주장하시니, 저도 그럼 특진료에 준하는 일반 진료비 내는 것으로 하고 처음부터 금액 다 뒤집죠."
이게 무슨 정치판 말장난도 아니고 특진에 준하는 진료라니, 그렇다면 나도 특진료에 준하는 일반 진료비로 대체해도 상관없는 거 아닌가? 목소리가 점차 볼륨을 높여가니 창구에 앉아 있던 직원은 들어가고 저 안쪽에서 사람이 나온다. "여기서 목소리 높이지 마시고......" "아니, 목소리 안 높이게 됐어요? 특진에 준하는 진료라서 특진료라니, 저랑 지금 말장난 하자는 건가요? 사실상 특진이라고 주장하시니 저도 사실상 특진료라고 하는 거예요."
♣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 - 김지영 :p 52~53
그래서 결국 특진에 준하는 진료비 사건은 어떻게 결말이 났을지? 너무 궁금해지지 않나요? ㅋㅋ

아, 그리고 정말 깜짝 놀랐던 택시 강도 사건도 빼놓을 수 없는 에피소드 중 하나였다. 어떻게 이 언니의 일상은 하루하루가 시트콤이고 드라마인지 ㅠㅠ 실제로 우리 친언니라면 나도 머리 좀 아프겠지만;; 그냥 아는 언니로 이런 지인 한 분 주변에 있다면 진짜로 내 인생까지 지루하고 심심할 틈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간혹 억울하고 부당한 일을 당해도 귀찮고, 피곤하고, 말발도 딸리고, 아는 게 없어서 '아이고 재수가 없었던 내 탓이지 뭐' 하고 말 때가 대부분인데 일산 휘발유, 욱지영 언니의 용감한 컴플레인 실황기를 읽고 있자니 얼마나 대리만족이 되는지 ㅠㅠㅠ 십 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것처럼 속이 다 시원해진다. 글도 어찌나 감칠맛 나게 잘 쓰시는지 살다 살다 이런 류의 책은 또 처음 보겠네!! 싶을 만큼 신통방통하고 재미나다!! 아... 이 언니한테 정말 반해버렸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