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코미디의 장점은 별것 아닐 것 같은 단순한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팽팽한 긴장감과 그 사이사이 터지는 웃음이라고 생각한다. 안 어울리게 헐리우드 로맨틱 코미디를 싫어하지만은 않는데 <이보다좋을수없다>에서부터 <그남자작곡그여자작사>까지 재미있게 본 로맨틱코미디들이 상당히 많은편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로맨틱코미디가 인간과 인간의 갈등을 농밀하게 보여주는 장르라는 생각이 든다. 외부의 상황보다는 남자와 여자 사이의 밀고 당김과 변화양상, 신경전이 이 영화들을 돋보이게 만든다.

 

 

 

 

어느날 밤에 생긴일도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상황이 펼쳐진다. 우습게도 신문사 편집장이 중간에 한 이야기가 이 영화의 줄거리이자 훅이다. 부자집 외동딸이 사랑을 찾아 도망치다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아이러니하고 재미있을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시작은 좋지만 이 내용을 어떻게 풀것인가. 이때부터는 캐릭터에 기댄다. 철없는 말괄량이 부잣집아가씨와 특종을 잡으려는 시니컬한 신문기자. 처음 둘 사이의 관계가 좋을리 없다. 서로 끌리지만 엇갈리고 그럴때마다 외부에서 사건이 하나둘씩 터지며 위기와 갈등을 만들어 낸다. 전형적인 절정에

서의 엇갈림은 보는 이로 하여금 해피엔딩이긴 할텐데 언제쯤 만나게 될까 조마조마하다. 순간순간 웃긴 에피소드도 한편으로 잘 모아진다.(특히, 히치하이킹장면에서 클락게이블의 제스처와 표정은 압권이다.) 헐리우드는 로맨틱 코미디의 장점을 잘 알아챈 듯 하다. 판에 밖은 듯 한 구조에 변형이 얼마든지 가능하며 사랑이야기에서 오는 설레임과 두근거림이 관객을 자극하기에는 꽤나 용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느날밤에 생긴일은 그런 장점을 잘 살려 만들어진 재미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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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동 브라더스 - 2013년 제9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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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인생만 이렇게 꼬여 있는 줄 알았다. 어느정도 과장되거나 소설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들긴 하지만 사실적이고 인간미 넘치는 이 작품을 보면서 타인의 인생 역시 다들 거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연이 있는 사람들이 어쩌다가 구질구질한 망원동 옥탑에 사는 낙오자에게 빌붙어 살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것도 3명씩이나. 역시 떼거지 이야기들은 재미있다. 다들 독특한 캐릭터를 유지해서인가 보다. 1인칭시점으로 인간군상을 훑어보는 주인공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는 한데 뒤로 가면 갈수록 소설적 해피엔딩(아니면 영화적)으로 끝나버려서 아쉽다. 앞부분의 삶들은 긍정할만하고 현실적으로 서로를 도와가며 부양하는 이야기들은 공감이 가지만 뒷부분은 너무 급 해피엔딩이다. 어떻게 이렇게들 금방 잘 살 수 있단 말인가! 여지를 남겨두었으면 아니면 생활은 구질구질해도 인간본연의 삶은 긍정할 수 있다라는 식으로 별반 다르지 않지만 행복해 보이는 삶으로 풀어냈어도 좋았을 법 했다. 이건 방법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용적인 부분이고 허황된 해피엔딩은 지양했으면 더 나았을 법 했다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이 소설의 내용은 흥미진진하지만 글은 달필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차라리 글은 못썼다. 혹은 허술하다. 그래서 읽는 감은 좀 떨어지지만 역시 콘텐츠는 투박해도 내용이 좋아야 한다. 스펙터클하지도 마구 웃기지도 않지만 내용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다. 이 책도 읽는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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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 화질 보정판
로만 폴란스키 감독, 토머스 크레슈만 외 출연 / 블루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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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의 영화를 보면 뭔가 휑하다.
담담하고 차분한 것과는 다르게 뭔가 없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없어보이는 장면들 뒤에 기적의 순간을 보게 되면 관객들은 그것에 속고 만다.
전쟁의 피폐함속에서 흐르는 한줄기 선율의 감동.
인간보다 못한 독일군들도 그 선율에 감동하지 않는가.
그런 휴머니즘에 기대어 낭만적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펼쳐내는 듯 하지만 그의 영화는 공허하고 비어있다.
어떻게 기교처럼 보이지 않는 투박함을 기교로 만드는지 그저 놀라울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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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데이비드 O. 러셀 감독, 마크 월버그 외 출연 / 플래니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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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take it. I had my time and I blew it

이 대사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영화 내내 마크 월버그가 싸우는 것은 자신의 환경이었다.
자신의 실력이 아니라 자신을 옥죄오는 환경. 그는 그 환경을 탓하지는 않는다. 다만 이제는 끊어 버리려고 한다.
다 같이 안되면서 살아갈 것인가.

누군가를 비판하고 욕하며.
그곳에서 다시 일어서는 것이 진정한 파이터다.
그는 어떻게 보면 겁쟁이며 우유부단하지만 어떻게 해야하는 지를 알고 의지로 실천한다.
그에 맞춰 가족들도 긍정적으로 변화한다.
우리의 인생에서도 그런 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살거야. 놓치지 마. 절대로!
사람의 삶은 언제나 진실됨을 느낀다.

어떻게 될까가 항상 궁금하고.

이 영화는 그런 지점을 잘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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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SE - 아웃케이스 없음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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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영화다!


닫혀 있는 사회를 통해  삶이 아닌 부속품처럼 남의 삶을 들여다 보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마치 내 모습처럼 처참했다.
동독의 억압적인 현실과 사회속에서 자신의 삶이 아닌 남의 삶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자각하는 주인공.

그는 결국 들여다본 인간의 삶을 바꾸어 놓을 결심을 한다.
어떤 일말의 희망만을 남겨 놓았을 뿐 그의 삶은 여전히 반복되기만 할뿐이지만...


맞다. 인간의 삶은 변화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변화를 위한 첫발이 중요하다. 그게 용기고.

닫혀진 현실은 이곳도 저곳도 마찬가지다.

거대한 문화, 사회의 요구로 날로 작아져만 가는 나의 모습은 결국 나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삶을 통해 만족을 하는 것, 또는 망상을 하며 만족하고 마는 삶과 같다.(현시대의 단면이 아닐까?)

다만 다른 것은 이제는 그 굴레를 벗어나 나아가기위해 첫발을 떼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떠오른다.

자신이 구한 한 인물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바라보는 주인공의 모습.

그의 삶은 현실속에서 고단하고 미천할지 몰라도 그는 승리자다.

이런 영화를 보게 되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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