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군영은 살며시 왕씨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끝이 매서운 칼날에 닿는 듯이 서늘함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와 온몸을 꿰뚫었다. 심장을 지나, 마지막에 눈을 찔렀다. 눈을 감은 부군영의 얼굴이 서늘했다. 슬픔은 소리 없는 것이었구나. 사람이 가장 고통스러울 때 울고불고할 겨를 없이 그대로 정신을 잃는 것처럼. - P236
왕씨는 이제 없다. 포근하고 애틋한 그 느낌도 왕씨와 함께 멀리 사라졌다. 그리고 부경윤에게는 같은 감정이 생기지 않았다. 전생의 부친의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해서임을 인정한다. 그리고 일부러 부경윤과 거리를 벌리는 것도 인정한다. 얻었다가 다시 잃느니, 차라리 처음부터 가지지 않은 것이 나았다. - P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