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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전혜린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6월
평점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를 담은 <데미안>을 네 번째로 만나보았습니다. 책을 즐겨 읽는 분들이 아니더라도 학창시절 읽어봄짐한 스터디셀러가 아닌가 싶습니다. 물론 나의 경우는 학창시절이 아닌 그 이후에 <데미안>을 알게 되었고, 여전히 나를 찾지 못할 때 한번씩 들쳐보는 책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이 책을 모두 소화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나의 세계를 깨지 못해 나를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옮긴이에 따라 번역 스타일이 주관적이여서 같은 책이지만 받아들이는 느낌이 조금씩 혹은 같은 책이지만 아주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오늘 만난 <데미안>이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과는 좀 더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읽기에 따라서는 조금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읽기가 조금 어렵다고 나의 탐구를 멈출수는 없습니다. 싱클레어의 탐구와 성장은 곧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니까 끝이 없었다. 그것은 샘 위에 떨어진 돌멩이였으며 그 샘은 내 어린 영혼이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정말 오랜시간 동안 카인, 고살(故殺), 낙인을 내포한 이 문제는 인식과 의심과 비평에 대한 나의 탐구에 있어서 출발점이 되었다. - p. 44
싱클레어의 세계를 통해 나의 세계를 다시한번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나는 태어났는가? 깨어났는가? 나의 세계는 태어나고 깨어나기 위해 파괴되었는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어쩌면 유년시절은 물론 지금까지도 나의 세계를 깨지 못해 앞으로 더 진전하지 못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기에 신에게도 내 안의 나에게도 가까이 가기가 두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파괴해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프락사스다." - p. 121
나를 찾지 못해 나의 세계를 가벼이 여기지 못하고 있답니다. 아마도 나의 표지를 찾지 못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꿈을 교대하지 못하는 것. 나를 영속적으로 붙잡거나 놓지 못하는 것이 나를 더욱 꿈꾸지 못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누구나 표지는 있지만 누구나 그 표지를 찾고, 표지로 향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네, 인간은 자기의 꿈을 찾아야 해요. 그러면 세계는 가벼워집니다. 그러나 영속적인 꿈은 없어요. 새 꿈을 교대합니다. 우리는 어떤 꿈도 붙들어 두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 p. 191
우리들, 표지를 가진 사람들은 세상에서 이상하게 미쳐 있고, 위험한 사람들로 통하는 것은 지당하다. 우리는 깨어난 자, 또는 깨어나고 있는 자들로서 우리의 노력은 완전하고 지속적인 '깨어 있음'을 지향하고 있다. - p. 194
깨어나자! 나의 표지를 찾아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누군가는 죽는 날까지 결코 찾을 수 없는 그 표지. 나를 찾는 시간에 투자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표지를 찾았다고 끝은 아닐 것입니다. 그 표지는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깨어나고자 하는 사람에게 분명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데미안과 싱클레어는 그 표지를 찾은 시기는 다르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그 표지를 우리들도 분명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만, 그 표지를 찾는 시기가 조금 빠른지 아니면 얌전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 그냥 두는지... 읽고 또 읽어도 <데미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냅니다. 읽을 때마다 나를, 나의 표지를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