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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의미 부여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찾은 진짜 내 모습 ㅣ 일상이 시리즈 4
황혜리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1년 1월
평점 :
여행에세이라고 믿어지지 않을만큼 얇고 사진이 없는 책이다.
그런데 아기자기하고 재밌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단시간 코스로 왕복한 이야기안에
소소한 열차에서의 에피소드 일상을 담아냈다.
예전 장기간 코스였던 4박 5일 밴쿠버-토론토구간이 생각나게 한다.머리도 샤워도 못하고 식빵으로 허기를 달래야했지만 함께 했던 친구들이 있어 그마저도 즐겁고 그리워졌다.
지은이도 음식으로 나눠먹으며 말이 통하진 않지만 교감으로 함께 했던 이 열차 구간이 따스함으로 전해져 왔다.
스비에따는 사촌 동생과 나를 차례대로 한 번씩안아주었다. 그러고는 내 손을 다시 한 번 꼭 잡고만지작거렸다. 그 순간 정말 따뜻했던 것은 덧버선을 신고 있던 내 두 발이었는데, 이상하게 나의 두눈이 더 뜨거워지는 듯했다. 스비에따는 우리를 보고 ‘열차 안에서 자신의 하루를 완성시켜준 사람‘ 이라고 했다. 내 하루를 잘살아냈나 하는 의문이 들 때마다 자책하게 되는 날들도 많았는데, 다른 사람의 하루를 완성해줬다는그 말이 참으로 벅차게 들려왔다. 우리는 다시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었다. 나도 이 여행을 마치고 나면, 다시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사람들과 또 보통 만치를 살아가려 안간힘을 쓸 것이다. 다만, 이곳에서는 발끝 만치의 안간힘 없이도 이렇게 멋진 존재가 될 수 있었다니, 내가참 대단한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언젠가 스비에따가 준 덧버선은 헤지고 보풀들이 먼지 조각이 되어도, 이 기억 하나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더욱 단단히 나를 지탱해줄 것 같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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