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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테우스 - 토벨라의 심장
디온 메이어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새로운 작가와의 만남은 늘 즐겁다. 더군다나 우리에게 익숙한 영미 작가도 아니고 몇 해 전부터 한창 인기를 누리고 있는 북유럽 작가도 아닌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은 생소한 반면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프로테우스... 그리스신화의 늙은 해신(海神)으로 모든 사물로 모습을 변화하는 힘을 가진 최고의 변장술을 자랑하는 존재처럼 프로테우스 책에서는 변화무쌍한 변신술을 보여주는 토벨라 음파이펠리란 거구의 흑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작품의 저자 디온 메이어는 우리에게는 생소하고 낯선 아프리카 작가지만 전 세계 19개 문학상을 석권하며 세계적인 스릴러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고 한다.
한 여자가 급하게 전화를 걸어 한 남자를 찾는다. 위험한 일이 생기면 찾아야 하는 남자의 이름은 토벨라.. 그는 오토바이 상점에서 일하는 성실한 남자로 동거녀와 그녀의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특별할 것 없는 남자를 찾는 여자는 아버지가 누군가에게 잡혀 있고 그들은 아버지의 CD를 원한다고 말한다. CD에 담고 있는 내용이 무엇이기에 납치범들은 그녀를 도청하고 토벨라의 존재까지 확인하기에 이른다.
토벨라는 갚아야할 것이 있기에 여자의 아버지를 구해야 한다. 여자는 사고로 인해 다리를 잃어버렸기에 함께할 수 없다. 혼자서 그녀의 아버지를 구해야하는 토벨라는 공항에서 생각지도 못한 인물들과 마주치며 이미 자신이 위험 속에 빠진 것을 감지한다. 자신의 존재가 노출되었기에 더욱 그는 살기 위해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와 아이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이 안전하다고 믿고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토벨라를 쫓는 사람들은 정부기관의 팀장 야니나 멘츠는 백인 여성이다. 흑인 남성들이 많은 세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그녀는 싱글맘이다. 냉정하고 차가운 이미지 속에 누구보다 강한 자부심과 출세욕을 가진 그녀는 토벨라를 잡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번번이 실패를 맞본다. 언론매체를 이용해 토벨라를 옭아매지만 이 방법 역시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 토벨라가 사랑하는 동거녀를 데려와 회유하는 과정에서 밖으로 나가기를 시도한 동거녀는...
드넓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쫓고 쫓기는 스토리가 마치 액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롭다. 아직은 낯선 아프리카 작가의 작품이라서인지 미국식 영화에 익숙한 나로서는 아프리카 대륙을 떠올리는 영상이 쉽지 않음에도 흥미롭게 느끼며 읽었다.
토벨라 음파이펠리를 아는 모든 사람은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한다. 허나 베일 속에 가려진 남자의 행적은 전혀 다르다. 이십대가 되기 전에 뛰어난 전사로서의 능력을 갖춘 완벽한 용병... 그는 과거의 흔적을 지우며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동거녀의 뜻대로 살고 싶어 한 남자지만 세상은 그의 조용한 삶 속에 내버려두지 않는다.
진실은 항상 그렇듯 현재 자신들이 가진 것들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들이 CD가 세상 속으로 나오기를 거부하면서 벌어진다. 토벨라 음파이펠리를 쫓는 백인 여성 야니나 멘츠, 자신의 몸매에 자신감이 없는 여기자, 마피아 두목, 전혀 의외의 신분을 가졌던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이 가진 캐릭터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토벨라란 인물 자체가 멋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대통령에 대해 알고 있기에 그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기 이전 그들의 역사 속에 감추어진 추악한 비밀이 사실과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비슷한 이야기들은 존재할 수도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어 더 흥미롭게 느껴진다.
처음으로 접한 아프리카 문학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프로테우스를 재밌게 읽었기에 저자의 다른 작품 오리온에도 관심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