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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조 R. 랜스데일 지음, 박미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남북전쟁이 끝난지도 한참이 흘렀지만 여전히 흑인들에 대한 뿌리 깊은 인종차별에 지속되고 있는 1930년대를 배경으로 흥미로운 추리소설 '밑바닥'... 저자 조 R. 랜스데일의 이름이 낯선데 '콜드 인 줄라이'의 원작자로 무려 여덟 번에 걸쳐 브람스토커 상을 수상한 적이 있으며 에드거 최고 장편소설 상을 비롯해 다양한 상을 수상한 뛰어난 작품이란 것을 처음 알았다.
화자는 열두 살의 소년 해리로 아홉 살 여동생 톰과 함께 등이 부러져 고통스러워 하는 개 토비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숲으로 들어갔다가 강가에서 벗거벗은 채로 죽어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농사를 지우며 이발소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제이콥이 법 집행관으로 활약하고 있기에 해리는 아버지와 함께 죽은 여자의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 흑인들이 거주하는 마을을 찾게 된다.
죽은 여자가 가진 직업으로 인해 짐승의 탓으로 돌리며 백인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여인의 지갑을 주운 인물에 대한 조사를 위한 조치가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제이콥을 둘러싼 여건은 자꾸 꼬여만 간다. 형제처럼 자랐던 남자와는 결정적으로 한 여인을 두고 벌인 싸움에 사이가 틀어지고 제이콥의 이발소는 손님을 잃어가고 남다른 센스와 말솜씨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세실의 이발소는 더욱 번창해 간다. 가정폭력에 골통 짓을 하는 아들들을 가진 인물들은 살인 사건을 짐승의 탓으로 돌리는 등 여러 인물들은 의심스럽다. 헌데 KKK단으로 나타난 인물들에 의해 용의자? 로 의심되는 인물이 죽음을 맞으며 제이콥은 사람과 믿음이 흔들린다. 위태로운 제이콥을 바라보는 자식들과 아내... 여장부 스타일의 할머니가 오시면서 사건의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 직접 나서며 스토리는 급물살을 탄다. 흑인의 죽음의 진실은 외면하면서 마을의 매력적인 미망인의 죽음은 커다란 파란을 몰고 온다. 누가, 무슨 이유로 살인을 저질렀는데.... 제이콥은 자신을 추스르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지만 엉뚱한 방향에서 위험이 제이콥의 가족에게 다가온다.
죽음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늙은 해리는 과거의 시간을 회상하며 스토리가 진행된다. 벌거벗은 흑인여성을 발견하면서 사람들이 가진 뿌리 깊은 인종차별이 전면에 내세우며 자신의 뿌리에 대한 흔들림으로 고민하고 자식을 위해 기꺼이 외로운 삶을 선택하는 등 여러 인물의 모습이 어린 소년의 눈을 통해 흥미롭게 전개된다. 위험에 놓이면 흔들리고 무너지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그것으로 인해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지는 사람들도 있다. 해리의 가족이 후자에 속한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 명탐정 뺨치는 할머니의 출현으로 미처 깨닫지 못한 진실 앞에 성큼 다가서는 모습이 재밌게 다가온다. 돈을 벌기 위해 우리나라로 들어온 많은 외국인이 많이 있기에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에 대한 편견, 차별 섞인 생각이나 행동은 한 적은 없는지 돌아보며 저자의 작품은 처음이지만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기에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백인과 흑인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나고 나쁘고 그런 것은 없어. 무슨 인종이든 그저 남녀가 있고, 어떤 사람들은 좀 더 나쁘고, 어떤 사람들은 낫지. 그 문제는 그렇게 봐야 하는 거야. -p117-
"………… 가능하다면 그 누구도 피부색만으로 싫어하지 않아. 가끔은 내게 나쁜 일이 닥쳐오기도 하지만, 난 노력한다. 해리. 노력하고 있어. 너희 어머니는, 그래. 늘 그랬지. 어떤 사람들은 뭘 보면 단박에 진짜를 파악할 수 있어. 너희 외할머니도 그런 분이셨고 너희 어머니에게 그걸 물러주셨고, 너희 어머니는 내게 내켜하지 않을 때 이해하도록 도와줬다. 증오는 쉬워, 해리. 흑인이 뭘 했다거나 안 해서 이런저런 일이 벌어진 거라 말하기는 쉽지만, 인생은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경관 일을 하면서 최악의 인간들을 여럿 봤고, 백인도 있었고 흑인도 있었어. 피부색은 선악과 아무 관계가 없어. 명심해 둬라." -p1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