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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평점 :

너무나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린 아픔, 슬픔, 상실감 등은 엄청나다.
잊으려 고해도 잊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어린 물건을 기증하면서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실연의 박물관'
솔직히 누구나 겪는 이별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발동했던 책이다.
실제로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 많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두 사람의 아티스트는 실제 연인 관계에 있다가 헤어지면서 추억이 공존한 물건을
처치하는데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실연을 테마로 전시를 생각해 낸다.
우리와 다른 정서를 가져서인가?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사람이 함께 추억의 물품을 전시할 생각을 하다니...
실연의 박물관에는 실연에 관한 82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의외성이 있어서인지 호기심을 발동시킨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가에 다 다르다.
사람에게 받은 아픈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말한다.
시간의 거리만큼, 사랑의 깊이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프더라도 조금 천천히 잊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잠시 든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젊은 부부보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결혼한 기혼자의 입장에서 남남이 만나 함께 살면 부딪히는 것이 정말 많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겠지만 사람인지라 우선 화부터 날 때가 많다. 허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다보니 고운정보다 미운정이 더 많이 들어 이제는 옆지기의 모습에서 측은지심이 많이 느낀다. 항상 내 입장에서 상대방을 평가했지만 상대방 역시 내가 뭐 그리 마음에 들까? 싶은 마음과 젊은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애쓰는 얼굴이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10년을 함께 산 부부가 헤어지면서 이혼을 하면서 남겨진 수저세트가 참 쓸쓸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다.

저는 문신을 통해 제가 잃은 것들을 기리고 치유를 합니다. -p145-
예전과 달리 문신이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문신은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경향이 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이별을 몸에다 새기는 사람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지난 관계를 상기시키며 새로운 관계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문신이 잊도록 도움을 준다는 글이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의외성에 문신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한때 점차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가 통합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다닌 학교가 이사를 하고 학교 이름이 바뀌고 새롭게 문을 열며 느끼는 감정이 어떠했을지... 옆지기도 같은 경험을 하여 종종 들었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서로 가진 상처로 맺어진 사람들이 연인들의 종착역이란 관계 맺기에 다른 의견으로 헤어진다. 법적인 관계를 거절한 것은 자신이지만 여전히 그 사람이 준 것들은 좋다는 글이 이해가 된다. 헤어진 연인이 준 선물은 불편하다. 좋아했던 감정만큼 없애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곁에 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한 목걸이를 떠나보내는 사람의 모습이 나의 경험과 비슷해 자꾸 연상이 된다.
인상적인 글들이 곳곳이 담겨져 있다. 우리 때... 술에 의지해 폭력적인 아버지와 모습을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 아버지에게 선물한 매일 입고 다닌 패킹 조끼에 관한 이야기, 미국 유학길에 가져간 수저 한 벌,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모토노라 핸드폰, 술을 좋아하고 즐겼지만 건강을 위해 물을 채워 놓았던 소주병과의 이별, 사내 커플로 1년을 교제하며 둘의 추억을 적은 다이어리를 크로아티아로 보내며 비로소 이별을 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등등 공감 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조금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연을 소재로 한 박물관이 있다고 것도 처음 알았고 제주도에 전시가 되며 나중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실연의 박물관에 옮겨진다는데 기회가 되면, 제주도에 갈 생각이 있기에 들려보고 싶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