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의 미스터리 클럽
구지라 도이치로 지음, 박지현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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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홈즈보다 뤼팽보다 더 사건 해결을 잘 하는 여자를 만났다. 이제 겨우 20살인 그녀는 단한번도 사건 현장에 가는 일 없이 듣는 이야기만으로 사건을 추리하고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준다. 완벽한 알리바이마저도 무색하게 만드는 그녀의 추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동화 속 숨은 진실?을 파헤쳐 들려주며 사건과 교묘히 어울리며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이야기는 경시청에서 근무하는 형사 구도씨에 위해서 이루어진다.

 

시부야에 위치해 있으면 니혼슈(일본의 전통 술)만 취급하는 전문 '바'에 금요일 저녁에 모여 술을 마시는 세 남자가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마스터와 경시청에서 근무하는 형사 구도씨는 마흔 두살로 동갑이다. 여기에 술을 못하지만 금요일만 되면 비싼 물(심해수)를 마시러 오는 남자 야마구치.... 이 세사람은 술과 물을 마시며 구도씨가 알고 있는 미해결 사건에 대해 묻고 듣기를 하던 중.. 바의 구석에 앉아 있던 미모의 여자인 사쿠라가와 하루코가 사건에 대한 진짜 범인을 알려준다. 그녀는 대학에서 메르헨(서양 옛날 이야기)를 전공한다. 사쿠라가와양은 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작된 알리바이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며 그녀가 떠남과 동시에 바의 주인인 마스터는 벽에 쥐가 내는 소리가 들린다며 잠 속으로 빠져든다.

 

금요일 밤마다 바를 찾는 구도씨와 야마구치씨.. 여기에 마스터와 사쿠라가와 양이 합세해서 구도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토대로 대화를 나누며 사건을 추리해 나가는데.. 항상 결정적인 해답은 사쿠라가와가 사건 속에 감추어진 트릭을 서양의 고전 동화책의 내용을 빌어 알려주며 사건을 해결하게 된다.

 

사쿠라가와의 도움으로 사건 해결에 공을 받아 경시청에서 상을 받지만 항상 직장을 그만두고 싶어하는 구도와 술을 못마시면서도 꼭꼭 바를 찾는 야마구치... 두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는 마스터와 메르헨 문학을 전공하는 사쿠라가와.. 네 사람은 잡담을 나누듯 사건 이야기를 나누고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은 기존의 살인 사건이 가지고 있는 어둡고 끔찍한 이미지보다 가볍고 경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우리가 어릴적부터 읽었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잠자는 숲속의 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을 이용해서 동화가 쓰여진 당시의 시대상을 토대로 재해석한 부분이 아주 재밌게 느껴졌으며 단막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건이 주는 재미가 떨어지는 것을 그나마 막아주는 역활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의 비밀' 편에서 밝혀지는 금요일 밤의 자연스런 모임의 진실을 통해서 이들은 한동안 만나지 못할 것이란게 조금 아쉽게 느껴졌다. 평소에 일본 술을 별로 마시지 않고 좋아하지도 않았는데 책속에서 일본 술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 나중에 일본에 간다면 마셔보고 싶은 마음도 든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추리소설이며 아주 재미가 떨어지는 책이 아니라고 먼저 말하고 싶다. 9개의 단락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책을 계속해서 읽기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나름 재밌다고 느낀 추리소설이다. 다만 현장에 가지도 않고 사건을 해결하는 사쿠라가와 같은 사람이 진짜 있다면 그 많은 형사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것인지... 잠시 웃음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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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 호스
마이클 모퍼고 지음, 김민석 옮김 / 풀빛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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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책들은 인간을 중심으로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간혹 고양이나 강아지가 이야기를 끌어 가는 경우는 있지만 그럴때는 감동을 주기 보다는 흥미 위주의 이야기인데 '워 호스'의 주인공 조이는 붉은 갈귀를 가지고 있으며 코잔등에 십자가 표시와 말 뒷꿈치에 흰색 선이 3개나 가지고 있는 타고난 멋진 말이다.

 

태어난지 여섯 달 밖에 되지 않는 망아지를 자신이 싫어하는 동료가 그 망아지를 사려던 것을 보고서 술이 취한 상태에서 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해서 결국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오지만 술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며 일 잘하는 말로 키우기로 결심하는 말의 주인 남자... 남자의 열세살의 어린 아들 앨버트는 말의 진가를 한눈에 알아보며 자신의 말로 키우기로 결심하고 말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서로의 마음을 알아간다.

 

앨버트는 말에게 조이라는 이름을 붙여주며 틈날 때마다 조이를 보러 마구간으로 가며 앨버트와 조이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된다. 앨버트의 아버지의 강압적인 태도에 의해 조이는 농사일을 거들기도 하고 이런 조이를 보며 앨버트는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에 틈만나면 조이를 데리고 초원을 누비고 다닌다.

 

나라 전체에 퍼진 어수선한 분위기를 느끼지만 일상의 생활을 하던 앨버트네 가족은 결국 세계 1차 대전으로 인해 총체적인 어려움을 느낀 앨버트의 아버지는 조이를 몰래 프랑스로 떠나는 군대에 팔려고한다. 자신에게 일을 시킨 아버지의 목적을 알게 된 앨버트는 급히 조이를 찾아가지만 이미 늦었음을 알게 된다. 자신도 조이와 함께 전쟁에 나가려고 하지만 열 다섯 살의 나이로 인해 거절 당하는데....

 

무서운 전쟁 속에서도 조이는 자신이 어떤 일을 하는지 몸으로 느끼고 생각하게 한다. 자신을 위해 주는 사람이 누구인지 전쟁이 가지고 있는 끔찍한 일들을 보면서 그는 점점 더 앨버트를 그리워하게 되는데.... 전쟁 속에서 예상치 못하게 조이는 독일 군대의 말에 편입되기도 하고 그 와중에 부상을 입어 프랑스 농부의 집에서 자신을 사랑해주고 돌봐주는 어린 소녀와 새로운 정을 쌓아간다.

 

막바지에 이른 전쟁 속에서 독일 장교는 기꺼이 조이를 농부에게 양보하고 길을 떠나지만 또 다른 독일군대의 장교에 의해서 조이는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간다. 인간들의 욕심에 의해서 일어난 전쟁으로 인해 폐허가 되는 마을의 모습이나 어쩔 수 없이 전쟁 속에 있지만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는 희망을 놓지 않는 군인들과 수많은 생명들이 끔찍한 죽음을 맞게 되는 것을 조이는 보게 된다. 조이가 걸어다니던 전쟁 길에는 무수한 시체를 보며 전쟁이 주는 참상과 조이를 향한 앨버트의 사랑이 결국 두 사람을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재회를 하게 하는데...

 

사람이아니고 말이 주인공으로 나오다보니 지나치게 감정적인 부분은 철저하게 배제되어 나타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전쟁이 주는 무서움이나 끔찍함, 잔혹성이 안느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더 아군도 아니고 적군도 아닌 조이의 입장은 전쟁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요소가 된다.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나 어렵고 힘들지만 그중에서도 여자와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도 세계 여러 나라는 전쟁 상태에 놓여 있으며 이 와중에 많은 여자와 어린이들이 죽거나 고아로 살아간다. 언제쯤 이 모든 전쟁이 끝이날지 알 수도 없다. 그래서 더욱 전쟁이 주는 참상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저자 마이클 모퍼고의 책은 처음 접했다. 저자가 영국 왕실의 상을 비롯해서 여러개의 권위 있는 상들을 받았고 책도 100여권이나 쓴 아동문학가로 유명하며 책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쓰는 걸로 정평이 나 있으며 '워 호스'는 이미 연극계는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에 의해 영화로 제작되었다고 한다. 2012년 골든 글로브 최우수 작품상에 올라 있는 작품이라는데 이 영화가 우리나라에 들어 온다면 조이가 아닌 앨버트의 시선으로 바뀌겠지만 책과 영화를 비교해보며 즐길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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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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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보다 잘 살고 싶고 더 좋은 것을 누리고 싶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성공한 삶을 위해 부와 명예에 대한 성공에 목말라 있는 사람들은 다른사람이 자신보다 더 큰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될까봐 불안하면서도 막상 경쟁에서 질까봐 초조하고 불안하다. 이런 불안감을 유발하는 기초적인 감정들이 무엇인지 왜 이런 불안이 일어나는지 저자 알랭 드 보통은 '불안'이란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다.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어쩔 수 없이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된다. 어릴적부터 공부에 시달리며 대학과 직장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기 시작해서 커서는 막상 직장에 들어가도 언제 명퇴나 다른 사유로 직장에서 쫓겨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슴 한켠에 가지고 있게 된다.

 

살면서 전혀 불안감을 안 느끼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대부분은 일상의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정치, 경제, 나라문제까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게 된다. 얼마전에 북한의 김정일이 사망하였다. 전쟁이야 안날거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후계자로 지목된 김정은의 불안정한 북한 체제로 인해 우리나라에 위험 요소가 생기지는 않을까 싶은 마음도 살짝 들었으며 불안감을 느끼기도 했다.

 

불안감을 일으키는 다섯 가지 요인 중 하나가 사랑의 결핍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사랑과 인정을 받고 싶은 것이 사실이며 사랑을 받는 다는 것을 느꼈을때 나타나는 결과물은 무시를 당했을 때와 확연히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사랑이 없으면 우리는 자신의 인격을 신뢰할 수도 없고 그 인격을 따라 살 수도 없다.'고 책에서 말하고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누구나 속물근성을 어느정도 가지고 있다. 이런 자신의 속물근성이 다른 사람에게 들킬까봐 불안한 마음이 생기고 안그런척 위선 속에 자신을 포장해야하는 스트레스 또한 존재한다. 불안한 마음은 신을 믿으며 없애려고 노력하고 자신에게 일어나는 욕망이나 불안을 떨쳐내기 위해 예술가들은 예술작품에 몰입한다. 예술가들은 예술 작품을 통해 세상을 진실하게 이해하게 만들어준다. 여러가지 예술 작품 속에서 만화가 가지고 있는 유머는 우리들 마음을 좀 더 쉽게 열고 웃게 만들어 준다.

 

일반 사람들은 자신의 틀 안에서 살아가지만 19세기 초 미국의 새로운 집단이라고 불리우는 보헤미안은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살아가는데 보헤미아뿐만아니라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는 지위에 대한 위계를 없애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에게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성공과 실패, 선과 악, 수치와 명예의 구분 자체를 유지하며 재규정을 통해 사람들의 정당성을 얻는데 도움을 주었다.

 

요즘은 새해 인사로 부자가 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현대를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은 물질... 심하게는 행복을 돈으로 살 수는 없어도 행복 비슷한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 돈이란 것을 강조할 정도로 우리는 어느새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항상 돈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저자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은 조금은 편하고 읽기 쉬운 유머가 가득한 심리 철학서인줄 알았다. 불안을 느끼는 다섯가지 요인인 사랑결핍, 속물근성, 기대, 능력주의, 불확실성으로 불안을 느끼게 되고 원인을 이야기하며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 등을 통해 불안 해소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책은 결코 웃으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심리철학서가 아니지만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이해하고 수긍하게 된다.

 

책 속에 담겨져 있는 사진과 샵화가 그려져 있어 책에 흥미를 느끼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으며 저자 알랭 드 보통의 작품을 거의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저자의 다른 책은 어떤지 궁금해졌으며 현대를 살아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 속에 존재하고 있는 불안에 대해 좀 더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해답을 얻고자 한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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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맨 & 플레이어
조안 해리스 지음, 박상은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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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젠틀맨 & 플레이어' -p 376-를 읽기 전에는 이 말의 정확한 의미를 몰랐다. 2차대전 이전의 영국 정상급 크리켓 경기에서는 선수들을 ‘젠틀맨’과 ‘플레이어’로 구분했는데, ‘젠틀맨’은 보수 없이 경기에 참가하는 유한계급의 아마추어 선수를 일컫는 말이고, 플레이어는 보수를 받고 뛰는 직업 선수를 지칭하는 말이다.

 

저자 조안 해리스의 작품 '초콜릿'을 읽은 적이 있다. 그 때도 문체와 스토리를 보면서 멋진 작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은 저자 자신이 명문 사립학교인 리즈 문법학교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친 다음 교직을 떠난 후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열망에서 완성한 책이다.

 

어린시절 자신이 가진 것보다 다른 누군가가 가진 것에 동경을 가지는 것은 어쩜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다. 영국의 유서 깊은 전통 사립학교인 세인트오즈월드... 이곳에서 수위로 일하게 된 아버지 존 스나이드를 따라 사택에서 살게된 줄리안은 '출입금지'라는 굳게 닫힌 학교를 보면서 좌절감을 맛보게 되고 누구보다 세인트오즈월드의 일원이 되고 싶은 꿈의 공간이  되어버린 아이의 욕망이 표출되고, 또 한명의 주인공인 세인트오즈월드에서 33년째 아이들에게 라틴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쓰여졌다.

 

한 학기만 더 일하면 100번의 학기를 끝내고 퇴직하려던 65세의 라틴어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 학교와 학생들을 아끼고 사랑하며 학생들 역시도 그를 좋아한다.  새로 5명의 신입 선생님들이 들어오고 그가 껄끄럽게 느끼는 기존의 동료들은 그의 안식처를 위협하며 로이 교사는 이런 동료들로 인해서 심기가 불편하다. 학교와 함께 나이가 들어간 그는 사람의 내면을 뚫어보는 통찰력과 기억력을 가지고 있으며 학교가 그의 삶의 모든 것이다.

 

아버지가 수위로 있는 세인트오즈월드와 비교도 안되는 학교에 다니는 줄리안 스나이드는 학교에 겉돌기를 하며 세인트오즈월드를 탐험하고 관찰하며 모든 것을 자신의 머리속에 기억하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우연히 라틴어 교사 로이 스트레이틀리에 의해서 벌을 받던 학생 리언을 만나게 된다. 열네살의 작은 악동 리언과 줄리안.. 줄리안은 리언에게 자신도 같은 학교 학생이라며 거짓말을 하게 되고 둘 사이에 위험한 놀이는 시작된다. 동경하던 곳의 친구를 갖게 된 어린 줄리안이 선택한 것은 거짓말...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 위해 줄리안이 벌이는 일들은 너무나 힘들어보인다.

 

리언을 통해서 대리만족을 얻는 줄리안은 서서히 리언에게 빠져들게 되고 리언으로 인해 행복함과 충족감을 느끼며 좀 더 대담한 일들을 벌이기 시작하는데... 줄리안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인해 결국 그곳을 떠난 후 시간이 흘러 다시 세인트오즈월드로 돌아오며 복수를 시작한다.

 

로이 스트레이틀리 교사는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일들과 학교내에서 벌어지는 일들에게서 위험을 느끼게 되고 이 모든 일이 어디서부터 잘못되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자꾸 자신의 촉을 자극하는 학생으로 인해서 그의 신경은 예민해져만 가고....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공간이라고 느껴지는 학교 이야기를 두명의 주인공들이 이끌고 있는데 책의 페이지 또한 상당한 분량이라 다소 지루하다고 느낄 수 있는 독자도 있겠지만 저자 조안 해리스는 이런 느낌을 받을 사이를 주지 않게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보여주고 있다. '플레이어' 역의 주인공이 시종일관 비판적인 시선을 가지고 또 다른 주인공 '젠틀맨'을 바라보고 그를 올가미에 가두려는 모습은 사람들 가슴 속 어두운 면을 보는 듯하다.

 

예상 밖의 커다란 반전이 두 번이나 존재하는 재미로 인해 책을 읽는 증거움을 증가시킨다. 현재에도 명문사립학교는 여전히 그 위상이 높다. 주변의 다른 학교에 비해 학생들이나 선생님들.. 학교 관계자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은 대단할 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복수라는 스토리 자체가 흥미로웠으며 한번쯤 그 심장부를 파헤쳐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권위적이고 폐쇄된 공간 학교를 가지고 이렇게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이끌어 낸 저자 조안 해리스의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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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파는 아이들
데이비드 휘틀리 지음, 박혜원 옮김 / 레드박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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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판타지 소설이 가지고 있는 스토리는 항상 나를 즐겁게 만드는 요인을 가지고 있는데 이번에 만난 '슬픔을 파는 아이들'은 10대 작가가 쓴 화제의 소설이라는 글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글의 완성도나 스토리 전개, 극단적 자본주의가 가져올 미래에 대한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라 읽는 동안내내 이 소설을 정말 10대 작가가 쓴 것이 맞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존재하지 않는 도시 아고라에서는 사고파는 것에 제한이 없다. 12살 이전의 어린이들까지 마음대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더 이상 팔 것이 존재하지 않을 때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슬픔, 기쁨, 분노, 좌절, 희열, 추억 등을 비롯해서 작은 유리병에 담아 팔 수도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사경을 헤맬때 마크의 눈 앞에 천사와 사신이 보인다. 천사의 이름은 릴리, 사신으로 보인 남자의 이름은 시오플러스 박사다. 사신을 세번째로 만나게 된 마크는 박사의 도움으로 전염병에서 목숨을 구하게 된다. 박사와 여자 노예 릴리와의 대화를 통해서 마크의 아버지가 직접 시오플러스 박사에게 자신을 판 것을 알게 된 마크는 심한 배신감에 휩싸이게 된다.

 

가상의 도시 아고라에서는 12살이 되면 성인으로 인정을 받는다. 12살이 가지는 의미가 커서 '타이틀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우고 이 날을 기점으로 자신의 인장 반지를 이용해서 모든 계약이 이루어진다. 심지어 자신의 노예 계약서에 싸인까지도 본인이 하는 것이다. 타이틀데이 날에 자신을 판 아버지가 보낸 소포 안에 인장이 새겨진 반지를 받게 된 마크... 스스로의 주인이 된 마크는 릴리에게 책 한권을 선물 받게 되지만 글을 모르는 마크에게 글을 가르쳐 주는 대신에 릴리가 해야 하는 부엌 일을 도와주기로 한다.

 

전염병에 걸린 마크를 몰래 사와서 실험용 약으로 병을 낫게 한 박사는 이 모든 사실을 릴리와 마크 세사람만 아는 비밀로 숨겨두고 싶었는데 이들이 사는 탑의 주인인 백작의 편지속에 마크의 글이 쓰여진 것이 들어가게 되고 이 일로 인해서 박사와 마크는 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하게 된다. 마크는 한번도 좋은 기억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아고라의 도시로 나가기 싫어한다. 반면에 아고라의 도시에서 생활해 보고 싶었던 릴리는 자신과 마크가 서로 계약서를 맺으며 역활을 바꾸기로 하는데... 박사를 따라서 나간 릴리와 릴리 대신에 백작의 시중을 들어야하는 마크... 이들의 삶은 어떤 식으로 풀려질지 다혈질의 백작으로 인해 마크는 두려움에 떨게 된다.

 

점성술을 잘 아는 백작은 마크를 교육 시키고 마크를 이용해서 아고라의 도시를 통치하는 1인자와 그의 동맹 세력인 천칭자리회 사람들을 곤란하게 만들려는 계획은 마크와 릴리와 그녀를 도와주는 소녀에 의해서 역효과가 나게 된다. 이일로 백작은 자취를 감추고 마크가 백작의 자리를 대신해서 탑의 주인이 된다. 릴리 역시 자신의 온전한 이름을 알려고 찾아간 보육원에서 뜻 밖의 이야기를 듣게 되고....

 

마크와 릴리의 행동을 주시하는 인물들이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으며 의문만 남기는데...가상의 도시 아고라의 모습을 바꾸고 싶은 릴리와 점점 사람들의 감정에 무관심해지며 백작이 남긴 자리에서 부와 명예에 물들어 가는 마크... 마크를 교묘히 이용하며 지켜보는 의문의 사람들까지....

 

마크로 인해서 곤란에 빠지게 된 시오플러스 박사 일행.. 그들과 함께 지낸 마크의 아버지는 결국... 유약한 소년 마크에 비해 릴리는 의지와 신념이 강한 소녀다. 끝을 향해 가는 어려움에 처한 마크를 끝내 포기할 수 없었던 릴리가 최후에 선택한 방법은...

 

12살의 나이면 도저히 성인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나이다. 가상의 도시 아고라에서는 이런 어린 소년, 소녀들이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며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하는 어려움을 겪는데 정작 그들을 도와주어야 할 부모님이나 사람들은 오히려 이들에게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것이 아니라 교묘히 사기와 사건을 조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도저히 10대 작가가 쓴 소설이라고 믿을 수 없이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전개와 우리의 우울하고 어두운 미래를 마치 영상으로 보는듯한 사실적인 묘사는 책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정말 미래에는 사람들의 감정까지도 사고 파는 시대가 올 것인지 무섭다는 느낌이 절로 들게하며 앞으로 저자 데이비드 휘틀러가 어떤 작품을 내 놓을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리게 만든다. '슬픔을 파는 아이들'이 영화로 나온다면 '눈 먼자들의 도시'만큼 큰 반응을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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