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자살

정신자살 ㅣ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도진기 지음 / 들녘 / 2011년 7월

우리나라 추리 작가의 책보다는 일본 추리 작가의 책을 더 자주 접하고 좋아했는데 우연히 발견한 '정신자살'의 책을 읽으며 우리나라 작가의 추리소설도 충분히 재밌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오답률 100%에 도전한다는 글도 색다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주인공 고진변호사와 또 다른 주인공이라고 느낀 나.. 길영인은 1년전 갑자기 가출을 한 아내로 인해서 심한 우울증에 빠져 있다. 미술을 전공한 아내는 자신과는 다르게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으로 자신과 아내의 결혼 생활이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믿었던 만큼 아내의 가출은 남편에게는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온다.

아내를 잊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던 길영인은 자살을 하고 싶은 마음에 도움을 받고자 인터넷을 찾다가 '정신자살연구소'란 홈페이지를 보게 된다. 육체는 그대로 보전한 상태에서 정신만 자살한다는 글에 이끌려 홈페이지 뜬 주소를 보고 찾아가기로 한다.

'정신자살'의 주인공인 고진 변호사는 4년 전 우연히 지하철에서 맹인에게 하는 행동을 보며 호감을 갖게 된 이탁오 박사와 친분을 쌓다가 우연히 그의 병원에서 보게 된 사진 한장이 살인사건?의 중요한 의미라는 것을 알게 되고 갑자기 종적을 감춘 이탁오 박사처럼 당시 판사로 일하던 것을 그만 두고 '어둠의 변호사'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길영인은 '정신자살연구소'를 방문하며 치료를 받기로 한다. 인터넷을 통해 아내의 메일을 확인하던중 아내가 자신을 두고 다른 남자와 불륜에 빠진 것과 이를 의논한 대상, 여기에 조언을 구한 상대까지 의문의 세사람은 혹시 자신의 아내의 행방을 알 수 있다는 생각에 그들을 찾기 시작한다.

고산 변호사는 이탁오 박사가 운영하는 정신자살연구소에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우연히 알게 된 살인사건이 4년전 일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중간에 약간 지루한 면이 없지 않지만 짜임새 있는 스토리 전개로 인해서 이런 생각은 금새 사라지며 전혀 예측하지 못한 트릭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끝까지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으며 짜임새 있는 구성, 치밀한 복선, 예측불허의 인물 등장까지.. 잘 쓰여진 추리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 도진기씨의 작품은 '정신자살'이 처음인데 고진 변호사 시리즈의 1편인 '붉은집 살인사건'이 전부 재밌다는 평을 하고 있어 읽어볼 생각이다. 얼마전에 읽은 일본 유명 추리작가들의 추리소설에서도 실망감을 안겨준 작품들이 꽤 있었는데 그것보다 괜찮은 추리소설이다.

고진 변호사가 뛰어난 추리와 여기에 범인이 가지고 있는 병은 놀라웠다. 이런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지만 어찌 이리도 다른 사람으로 빙의가 가능한지.. 자신의 존재를 모를 수 있는지 흥미로웠으며 고진 변호사뿐만아니라 이유현 형사와 류마담을 비롯 등장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적인 캐릭터도 이야기에 재미를 더해준다.

앞으로도 더욱 재밌는 추리소설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

박수근 평전 : 시대공감
최열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1년 11월

미술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는 만큼 미술 전시회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될 수 있으며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박수근이란 화가의 작품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게 보았지만 이분의 그림을 보면서 참 소박하고 순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투박한듯 하면서도 그 속에 섬세함이 묻어나는 그림.. 그림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도 왠지 처음 보면서도 정감이 가고 좋은 느낌을 받게 만드는 박수근님의 그림이다.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은 박수근님의 그림 이야기뿐만아니라 박수근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다. 강원도 양구에서 내리 딸만 있던 집안의 귀한 첫 아들...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서 아들보다는 딸을 선호하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때에도 여전히 남아선호사상이 뿌리 깊어 당연히 시댁 식구를 비롯 맘 고생한 박수근님의 어머님의 기쁨이 느껴진다.

박수근님은 보통 학교를 다닐때부터 교장선생님의 남다른 인정을 받을 정도로 그림에 뛰어난 솜씨를 발휘한다. 일부러 박수님의 집을 찾아 미술용품을 선물할 정도로 아꼈지만 급격하게 기울어진 집안 형편상 학교를 다니지 못하고 독학으로 그림 공부를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파벌싸움이 유달리 비하다. 박수근님이 정규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상태에서 그만이 터득한 화풍으로 그린 그림들은 박수근님보다 어린 화가들이 심사위원으로 속해 있는 대전에서 제대로 평가 받기가 힘들었다. 박수근님은 가난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화가로서 자신만의 길을 향해 노력하고 그 속에서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통해 예술적으로 높은 표현을 이루어낸 화가다.

해마다 미술대전에 작품을 출품하고 입선을 여러번 거둔 뒤에 특선이란 영광으로 인정 받았지만 바로 다음해에 출품한 작품이 입선에 그치는 것에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싶었으며 이런 그가 출품을 중단하자 심사위원에 뽑히는 일은 아이러니하다. 우리나라보다 외국에서 인정을 받고 초대작가 명단에 더 많이 올랐던 박수근님... 예술세계의 학벌이 얼마나 높은지 짐작하게 한다.

평생의 반려자인 아내를 만난 사연은 낭만을 느끼게 해주었으며 두 분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탄생과 죽음, 또 다른 생명의 탄생과 전쟁으로 인해 헤어져있던 2년의 시간 등.. 화가로서 박수근님만 아니라 남자로서 자식으로 아버지로 남편으로 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여러번의 덧칠을 통해 '화강암 질감'이라고 불리는 박수님의 거친 화풍은 투박한 질감 속에서도 따뜻하고 온화하며 사람들의 온기가 느껴지는 그림들은 박수근님의 뛰어난 감수성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평생을 그림 속에서 살았던 박수근님.. 그에 대해 전부를 알 수는 없겠지만 '박수근 평전 시대공감'을 통해 어느정도 박수근님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화가의 길을 걸어오셨는지 충분히 알 수 있다.

내가 보았던 박수근님의 그림들뿐만아니라 책을 통해 많은 작품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으며 이중섭과 함께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국민화가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추상오단장

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짧은 이야기의 결말을 독자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리들 스토리를 통해서 과거의 사건의 진실을 맞쳐가는 색다른 느낌의 책을 만났다. 아직까지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을 읽은 기억은 없다. 처음 만난 '추상오단장'은 나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책이라 저자의 다른 책에 대해서도 호감심이 생긴다. 

큰아버지가 운영하는 고서점에서 일하는 요시미츠는 어느날 차분한 미모의 젊은 아가씨가 들어와 흔히 찾지 않는 잡지 책을 찾는다. 잡지 책에 필명으로 글을 올린 한사람의 글을 찾아 달라는 부탁에 이상하게 마음이 끌리는 요시미츠는 생각보다 빨리 글을 찾아내게 된다.

젊은 여자 기타자코 가나코는 글을 찾으러 오면서 요시미츠에게 리들 스토리가 4편이 더 있다며 나머지를 찾아 달라며 거액을 제의한다. 사업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와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의 도움을 받지 못해 대학교 등록금을 내지 못해 휴학한 요시미츠는 이 제안에 구미가 당겨 큰아버지에게 비밀로 하고 고서점 아르바이트 여대생 쇼코와 사례금을 나누기로 한다.

쇼코의 도움으로 생각보다 다른 한편을 빨리 찾게 된 요시미츠.. 잡지 책에 실린 결말을 알고 있는 가나코에 의해 한편의 내용을 찾을 때마다 듣게 되는 이야기는 요시미츠의 뇌리에 자꾸만 각인이 되고 어느샌가 자신도 모르게 잡지책을 찾는 것을 떠나 리들 스토리 5편이 나온 원인과 결과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요시미츠의 마음은 심란하다. 버블 경제의 붕괴로 인해 큰아버지 코이치로와 아버지가 겪게 된 경제적인 어려움과 고향에 혼자 살고 있는 어머니... 이런 요시미츠의 심란한 마음을 한순간이나마 생각나지 않게 한 것은 가나코 아버지의 글이다. 요시미츠는 이런 이유에서 더욱 가나코의 제안을 거절하지 않고 몰입했다.

스토리는 잔잔하면서도 크게 흥미를 잡아 끄는 요소는 없지만 이상하게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하는 힘이 있다. 미스터리 소설이라면 많이 좋아하고 어느정도 꽤 읽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자 요네자와 호노부을 통해 색다른 느낌의 재미를 느끼게 하는 미스터리 소설을 만난 것이다.

뒤섞인 결말의 진실은 저자가 얼마나 치밀한 구성을 들인 작품인지 느끼게 해준다.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추상오단장'가 주는 색다른 재미에 빠져들 것이며 단편을 모아지고 그 속에 담긴 진실을 뜻밖이라 호기심을 가지고 있어도 좋다.

스티브 잡스 위대한 명연설

스티브 잡스 위대한 명연설 - Steve Jobs' the Great Golden Speeches
Geo Rim & Sophia Chang & Kay Kim 엮음 / 베이직북스 /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앓고 있던 지병으로 인해 생각지도 않게 사망해서 그에 대한 책들이 서점가에 쏟아져 나왔다. 갑작스런 죽음으로 많이 사람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겨준 스티브 잡스.. 그가 가진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는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 알고 있다. IT의 선두주자 애플을 세계 제일의 자리에 올려 놓은 인물이며 그가 가진 무한한 능력은 지금도 많은 젊은이들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인물 1위에 올라 있다. 스티브 잡스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사고하고 실천하려는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고 배움을 통해 그가 가진 열정을 느끼기를 원한다.

'스티븐잡스 위대한 명연설'은 애플의 CEO로서 스티브 잡스가 연설문이나 명언들을 만날 수 있는데 책의 처음은 스티브 잡스의 간략하게 소개하는 부분부터 시작한다. 스티브 잡스의 영어 발음은 일반 영어책에서도 잘 이제는 보기 힘든 것들을 알려준다. 명언을 이렇게 많이 남긴줄은 몰랐다. 어디에서 어떤 명언을 했는지 알 수 있으며 영어공부까지 같이 할수 있게 도와준다. 그의 명언과 연설문은 그가 얼마나 자신의 주장이나 견해를 일관성 있게 많은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지 알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믿음과 자신감을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책은 단순히 스티브 잡스가 한 명언이나 연설문을 인용한 것만이 아니라 그 속에서 스티비 잡스처럼 따라해 보면서 우리에게 열정을 가지도록 도와주고 있다. 무수히 많은 장소에서 연설을 한 그의 글을 보며 스티브 잡스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이나 원칙들을 통해 조금이나마 스티브 잡스처럼 말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영어 원문에 우리나라 해석이 덧붙여 있어 영어 공부를 하는데도 도움을 줄거란 생각이 들었으며 항상 도전하는 스티브 잡스의 모습이 남다르게 느껴졌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 말할때 이런저런 이유와 요소들을 말하게 된다.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출생부터 남달랐다. 미혼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양부모님 역시도 배움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였으며 친엄마의 고집 덕분에 그가 대학까지 마칠 수 있었다는 글을 보며 우리나라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입양에 대해서도 잠깐 생각해 보게 되었다.

너무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스티브 잡스... 그는 21세기를 이끈 사람들 중 하나였으며 우리는 그가 열정과도전 정신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으며 결코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스티브 잡스에 보편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의 글을 보며 다시한번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느낄 수 있었다.

물의 침묵

물의 침묵 ㅣ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4
주제 사라마구 글, 마누엘 에스트라다 그림, 남진희 옮김 / 살림어린이 / 2011년 10월

아주 어린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인 '물의 침묵'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유일한 그림책이란 글에 놀랐다. 저자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는 책으로 만났지만 영화로도 상영되어 사람들에게 커다란 이슈가 된 작품으로 알고 있다. 영화는 못 보고 책을 통해서 저자에게 남다른 느낌을 받았는데 20세개 최고의 대표적인 문학 작가가 어린이들을 위해 만든 단 하나의 그림책.. 이 책이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이 그림책 중 네번째 시리즈라고 하니 이전이 작품들을 접하지 못한 나로서는 궁금하기까지 하다. 

한 소년이 낚시를 하기 위해 강가에 간다. 그들은 강의 보며 '강의 입'이라 부르며 기다란 혀처럼 생긴 좁다란 모래톱이 다른 강까지 길게 이어져 있는 모습이다. 나는 사람들이 드문 곳에서 낚시줄을 던져 물고기가 잡히기를 기다린다. 낚시줄이 움직이며 물고기가 전해주는 진동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지만 물고기를 끄집어 내려는 몇번의 시도가 결국 헛수고로 돌아가고 만다. 나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의해 다시 낚시대를 가지러 집으로 돌아가는데...

자신이 놓친 물고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거라 생각하는 주인공 '나'가 가지고 있는 인물을 통해 저자 주제 사라마구는 인생에 대비시켜 생각해 본다. 누구에게나 실패와 좌절의 시간은 존재한다. 이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먹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인생은 180도 확 달라진다.

나는 놓친 물고기를 다시 잡으러 갔지만 결국 나는 물의 고요가 주는 침묵 속에 있다가 슬픔과 좌절만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놓친 물고기는 내가 못 잡았지만 어디에선가 힘이 센 누군가가는 그 물고기를 잡을거란 생각을 하게 된다.

놓친 물고기가 아쉬움과 좌절, 고통, 슬픔을 상징한다면 누군가 자신이 놓친 물고기를 잡아주는 사람을 떠올리는 것은 새로운 희망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희망이 결코 환한 빛속에서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어려움과 좌절을 통해 희망을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글에 스페인 최고의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누엘 에스트라다가 직접 그렸다고 한다. 초등학생보다 더 어른 아이들이 읽어도 좋다. 10장의 페이지 안에 짧은 글보다 그림으로 표현하는 느낌이 더 강하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지만 인생의 대한 깊이 있는 물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작가만의 감각적인 글이 담겨져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