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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마더스
도리스 레싱 지음, 강수정 옮김 / 예담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영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이며 200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영국 작가 도리스 레싱의 신작 '그랜드마더스'를 만났다. 이웃 분들을 통해 저자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읽어보기는 그랜드마더스가 처음이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작품이란 글을 보며 내심 기대도 많이 하고 궁금했던 작품이라 더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책은 총 4편의 이야기가 담고 있다. 사랑과 인생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사회가 가진 일반적인 시선으로 판단하기에는 너무 솔직하고 대범하면서도 잔잔하게 풀어가는 이야기가 독특하다. 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 힘들 정도로 빠져 들게 만드는 이야기다.
첫 번째 이야기 '그랜드마더스'는 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두 명의 친구는 단짝이 된다. 이들은 사춘기의 일반적인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시간이 흘러도 우정을 이어간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고 그들 사이에 한 명씩의 아이를 둔다. 너무 친한 친구로 인해 마음이 불편했던 한 남자가 떠나고, 상대의 부정으로 이혼을 한 그들은 아들을 키우는 싱글맘으로 가까운 곳에 산다. 그들의 아들들은 엄마들처럼 우정을 이어가며 사춘기를 맞고 서로 다른 제 2의 엄마에게서 이성적으로 끌린다. 솔직히 나 자신이 자식을 키우는 입장이라 그들의 상황이 거북하게 느껴지는 면이 있지만 그들이 처한 환경이, 우리와 다른 문화가... 아들들이 가진 소유욕과 욕망을 편견적인 시선으로만 볼 수 없다. 이 작품이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것에 놀란 작품이다.

'빅토리아와 스테이브니 가(家)... 이모와 함께 살고 있는 빅토리아는 이모가 입원을 하면서 난생 처음 백인 가정을 체험한다. 어리지만 난생 처음 느끼는 감정을 품고 성장하는 소녀는 똑똑하지만 흑인이고 가난하기에 모델 일을 한다. 자신이 끌린 상대가 아닌 사람과 인연을 맺고 그의 아이를 갖는다. 아이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었던 빅토리아의 선택, 스테이브니 가문과 어울리며 그녀에게 호감을 보이는 남자와의 미래를 생각한다. 그녀 스스로 어린 시절부터 느낀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이 옳지 않다고 느끼지만 아이들을 위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망을...

이야기 안에 또 다른 이야기... 우리나라의 사람이 등장해서 흥미롭다.
'그것의 이유'... 전통적인 방식으로 왕을 선출하는 십이 위원회의 한 명인 최고기억관리자인 나(화자) 밖에 남지 않았다. 그들만의 춤과 이야기, 역사를 가지고 평화롭게 살던 그들은 새로운 왕을 뽑지만 이전의 왕과는 다른 방식을 택한다. 솔직히 다른 이야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색깔의 이야기란 생각이 든 작품이다.

마지막 '러브 차일드'... 앞의 세 편의 이야기보다 분량이 많은 이야기로 우연히 옛 친구와 재회한 남자 제임스... 친구를 통해 그의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자신의 집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친구의 집에 충격을 받는다. 장교가 아닌 일반사병으로 전쟁에 참전하게 된 제임스가 타고 가던 배가 잠수함으로 인해 침몰 직전에 남아공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열병과도 같은 유부녀와 3일을 사랑을 나눈다. 그녀와 헤어지기 싫어하는 제임스와 달리 여자는 노심초사 한다. 제임스는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지만 여자는 다르다. 제임스는 착한 여자를 만나 그녀의 이해를 받으며 나름 행복하게 살지만 마음 속으로 열병과도 같은 짧은 사랑과 그 결실을 잊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