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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인종차별을 당했다. 그건 당해본 자만 알 수 있다. 아무리 제 3자가 보기에 예의바른 행동이라 하더라도 타인을 영혼 끝까지 쫄아버리게 하고 싶은 살의는 당하지 않으면 모른다. 같은 말을 해도 애정이 담겨 있는 경우가 있고 극존칭을 써도 그 뒤에 얼마나 나를 뒷담화를 하고 증오를 했는지에 대해 40 가까운 인생을 살아보니 다 보인다. 보여.
나는 입에 인종차별 언어를 달고 다니는 어떤 청년 유튜버를 구독했다. 생긴 것도 말투도 비호감이었다. 처음에 그를 본 이유는 분노였다. 어쩜 그렇게 무례한지.. 몇 개 정도 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다. 그가 가진 분노는 한국식으로 치자면 ‘한풀이’였다. 열심히 살아도 보이지 않는 돌출구.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이 내는 사자후였다. 똠양꿍, 친일파, 긴가민가, 짱깨 등 다른 인종이 들으면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말이 이들에게 농담으로 들릴 수 있는 건 그 청년이 가진 따뜻한 마음 때문이었다.
이 소설 속 무명의 작가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가 누군지 아무도 몰랐다. 그렇지만 알았다. 그 작가 마음은 이 소설을 통해 스스로 치유 받고 있음을. 그걸 독자는 좋아했고 작가는 유명해졌다. 유명해 진후가 문제였다. 유명하게 만든 독자가 다시 그 작가를 죽였다.
알 수 없는 사람이란 이유로 공격하고 자신이 낸 소액이 너의 수익이 됐음에 분노했다. 좋은 말을 내뱉던 독자는 독사의 손톱을 가진 악플러로 변화됐다. 발전적인 비판이 아닌 감정을 내뱉는 쓰레기통으로 글자를 나열하는 작가를 지목했다.
내가 구독한 그 남성은 처음부터 최악이었다. 스스로를 ‘찐따 새끼’라고 했고 오로지 돈 때문에 채널을 만들었음을 알렸다. 그럼에도 자신을 좋아할 사람은 좋아하던가 그러려면 돈을 달라는 뻔뻔함이 그가 가진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현재 잘 나가는 그에게 조그마한 틈으로 정신을 좀먹으려는 사람이 보인다. 애정 어린 조언 사이에 살의어린 단어를 내뱉는 사람도 같이 끼어있다. 나? 나는 물론 침묵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가니까.
이 단편은 소설인지, 현실인지 모호하다. 기나긴 만연체 문체 속에 작가 진심을 낚아본다. 그리고 말해 본다. 마음대로, 자유롭게 쓰세요. 재밌게 읽을게요. 구병모 작가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리기 어렵다. 전자 도서관에서 며칠을 기다려 읽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다.
무언가를-누군가를 표현하고 논평할 만큼의 말발과 글발이 달리는 문제도 있거니와, 아무 데라도 한두 마디나 혹은 전체 사안 중 극히 일부에 동조하는 말을 얹을라치면 그것은 곧 가볍고 제한적이며 선별적인 동의가 아닌 적극적 변호이자 독선적 ‘쉴드’이며 그 나머지를 배제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불똥이 튀는 경우를 조옹 보아왔으므로, 어느 흙탕물에도 발을 담그지 않으려면 입을 열지 않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쯤 알고 있었다.
무언가를-누군가를 표현하고 논평할 만큼의 말발과 글발이 달리는 문제도 있거니와, 아무 데라도 한두 마디나 혹은 전체 사안 중 극히 일부에 동조하는 말을 얹을라치면 그것은 곧 가볍고 제한적이며 선별적인 동의가 아닌 적극적 변호이자 독선적 ‘쉴드’이며 그 나머지를 배제하는 행위로 간주되어 불똥이 튀는 경우를 조옹 보아왔으므로, 어느 흙탕물에도 발을 담그지 않으려면 입을 열지 않는 게 가장 유리하다는 사실쯤 알고 있었다. -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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