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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의 첫 책 - 제1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반달문고 35
주미경 지음, 김규택 그림 / 문학동네 / 2018년 1월
평점 :
“전 단 한 번도 제가 아이들만 위해서 책을 쓴다고 생각한 적 없었습니다.”
황선미 작가님이 남긴 이 답변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당시 내가 한 질문은 어른을 대상으로 한 책과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이야기를 쓸 때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그렇다. 동화책과 어른 책은 차이가 없다. 내가 재밌으면 아이도 좋아한다.
‘와우의 첫 책’을 여덟 살, 여섯 살 딸아이에게 일주일 동안 이야기 한 편씩 읽어주었다. 대상 연령이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기에 별 큰 기대가 없었다. 그만 읽으라며 다른 그림책을 가져오지만 않아도 다행이라 생각했다. 웬걸. 아이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구리 와우가 뱀에게, 황조롱새에게, 오소리에게 잡아먹힐 위험에 처했을 때 그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개구리에게 군침을 흘리던 포식자들은 개구리 이야기에 빠져 목숨 뿐 아니라 선물을 내어준다. 와우 이야기가 끝났을 때 박수를 치는 장면에서 아이들도 같이 손뼉 치며 좋아했다.
나 또한 이 이야기가 아이만 위한 게 아님을 깨달았다. 우연히 아이에게 책을 읽혀주겠다고 들어갔던 휘경 어린이 도서관. 그 곳 인연으로 동화 작가님과 독서 모임을 했다. 동화 작가님이 해 주시는 동화 만드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와우가 됐다. 더 이상 읽을 책이 없을 때는 난 아이들에게 온갖 우화와 동화가 뒤섞인 상상을 얘기했다. 두 눈 반짝이며 귀를 쫑긋 기울이고 이야기를 하나하나 자신에게 집어 넣는 딸들을 보며 욕심이 생겼다. 자연스럽게 나는 어떻게 제대로 동화를 쓰는지 알고 싶었다.
동화 습작을 하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이 동화를 읽으며 깨달았다.아이들은 내 어린 시절과 많이 다르다. 자연보다는 아파트와 관련된 이야기를 더욱 이해하기 쉬워했다. 산골에서 뛰어놀며 이름 모를 꽃을 따면서 놀았던 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다양한 동물과 자연, 그리고 아파트가 오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너무 많은 동물들이 나와 아이들이 헷갈려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 생각은 착각. 아이는 또 아이들만의 재미를 찾아 이야기에 퐁당 빠졌다.
여섯 개 이야기가 끝나는 날 첫째가 말한다.
“엄마, 와우가 한 이야기 더 없을까?”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다음날은 다 읽은 책을 다시 보면서 어디가 재밌었는지 알아볼까? 와우가 상을 주고 이야기책을 더 줄지도 몰라.”
아이는 스스로 열심히 무엇이 재밌었는지 적는다.
아직 받아쓰기 연습도 하지 않은 아이라 삐뚤빼뚤한 글씨로 빽빽하게 감상을 적었다.
1. 킁새와 국수씨에서 킁 씨가 킁킁대는 게 재미있었어요.
2. 와우가 귀여웠어요.
3. <당깨씨와 딸기 아파트>에서 사투리를 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4. <그 날 밤 네모 새>에서 아파트가 새가 되는 게 놀라웠어요.
5.아 그리고 킁씨가 국수를 먹는 소리가 정말 음악 같았어요.
아이는 기다리고 있다. 와우 씨가 들고 오는 그림책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