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부. 진실
잘 기억나지 않는 꿈들에 시달리다가 잠을 설쳤다. 새벽이 다가오는 회색 하늘을 보고서야 얼핏 잠이 들었던 것 같은데, 아침을 알리는 새들의 소리에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지각이다. 나는 아직 주무시고 계시는 아버지를 살짝 살펴보고는 밖으로 나갔다.
[다녀오겠습니다]
부엌에서 간단한 상을 차려 문 옆에 두고는 싸리문을 열고 나섰다.
[도련님, 아침 밥도 안 먹고 가요?]
어느새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는 새지가 투덜거린다. 내가 대꾸를 하지 않자, 주머니 속에서 머리를 내밀려고 용을 쓰는지 울룩불룩하다가 쏙..얼굴을 내밀었다.
[늦었어. 아침이 먹고 싶었으면 좀 깨워주지 그랬니?]
[전 아직 어린 새라 잠을 푹 자야해요. 도련님을 깨울 정신이 어디 있겠어요?]
하품을 늘어지게 하는 폼이 얄미워 속도를 확 올려 뛰기 시작했다. 미리 대비를 하지 못한 새지가 옆으로 꼬꾸라지며 신음 소리를 냈다. 나는 씩 웃으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지난 해, 나는 새지를 만났고, 처음으로 요괴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내 세계가 요괴와 인간으로 양분되어 있었는데 특히 요괴들은 지긋지긋하게 싫었다. 오로지 나에게만 보이니 그들의 장난에 당해도 어디에 말도 못할뿐더러, 일하는 곳에서까지 곤란한 문제가 종종 생겼다. 그래서 새지를 처음 만났을 때, 그 역시 그저 스쳐지나가는 요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와 이렇게 가족이 되고, 함께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어느새 나는 새지가 없는 일상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변했다.
[저기~저 놈 보이세요?]
체력이 약해 달리기를 오래 못하다보니 다리에 들어설 무렵에는 뛰기를 포기하고 걸어가는데, 새지가 반대편 구석에서 삿갓을 쓰고 낚시를 하는 사람을 가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