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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세트] [BL] 글리산도(Glissando) (총3권/완결)
벨벳해머(AreYOUok) 지음 / 나이츠문 / 2017년 10월
평점 :
판매중지
광공들이 가련한 수를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긴장감 빵빵한 소설을 생각했는데 생각과 많이 달랐습니다. 일단 키워드가 너무 부족한 것 같아요.
도이검 : 사이코패스, 약쟁이, 집착공, 요리 잘하공, 보모공, 다정공, 계략공
백제영 :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 집착공
윤래인 : 피아노 천재, 무드셀라 증후군, 자폐증, 정신 분열증 있수, 아방수
다른 건 몰라도 래인이 가진 증상에 관해서는 소개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약간 이상하게 보이기는 해도 클럽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휴학중이긴 하지만 대학교도 다니며 정상적으로 사회 활동 하는 사람으로 보였던 래인이 이검과 함께 살면서 유아 퇴행하나 싶을 정도로 어린애 같이 울고, 투정 부리는 모습이 정말 뜬금없고 황당했거든요. 엄마 때문에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녀서 기본적인 정규 과정 조차 거치지 못했다고는 하지만 오피스텔이 뭔지도 모르고, 로봇 청소기도 몰라서 이검이 먼지 먹는 벌레라고 하는 말을 믿고 두려움에 벌벌 떠는 것도 이상했어요. 전반적으로 지능이 떨어지는 정신병자 같이 굴어서 피아노 천재라 좀 미친건가? 생각했는데 소설 후반부에 래인이 가지고 있는 정신병이 밝혀지면서 그 모든 이상 행동들이 그나마 이해가 가더라구요. 심지어 이검도 래인이 정상과는 좀 다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걸 병이라고 생각 못했다고 하는 부분이 나오는 걸 봐서 작가님이 의도적으로 키워드나 소개글에 언급을 안했나 싶기도 합니다만... 래인의 정신병을 모르고 끝까지 본 사람의 입장에선 불친절하게 느껴졌어요. 정신병이 있어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도 많구요.
이검 캐릭터도 생각과는 많이 달랐습니다. 음악에 미친 사이코패스의 광적인 집착 같은 걸 기대했는데, 이검이 래인의 피아노 연주를 듣고 집착을 시작해서 래인을 데려오기는 하지만 광적인 모습보다는 보모에 가까운 모습을 주로 보여줘서 허무했어요. 내 수에게만 다정하공 같은 게 아니라 아예 캐릭터가 바뀐 느낌이 들었어요. 래인을 만난 후에도 약을 하고 밖에서 폭력적인 일도 하지만 이검이는 이런 캐릭터니까 래인을 만난 뒤에도 설정을 유지해야지 하고 쓴 느낌이 들어서 작위적이고 오글거렸네요. 오히려 래인과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나른하고 다정한 보모 느낌이 더 자연스러웠어요. 그래도 일할 때는 냉정한 캐릭터인 것 같더니 나중에는 래인이 만들어 준다고 <쉽게 만드는 케이크> 요리책을 회의 중에 보기도 해서 뒤로 갈수록 이검은 보모 캐릭터로 굳어집니다.
감금이라고 하지만 이검이 강압적으로 래인을 끌고 온 것도 아니고, 래인 본인이 딱히 감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다가 이검이 가져다 놓은 피아노 치다가 배고파지면 이검이 직접 요리를 해주고 씻을 때 되면 직접 씻겨주기까지 하니 황제가 부럽지 않은 수준입니다. 이런 감금이라면 나도 한번 가서 체험해보고 싶네~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알뜰살뜰하게 잘 보살펴줘요. 거둬 줬으니 몸으로 갚아! 이런 것도 전혀 없어서 제가 본 감금 중 가장 평화롭고 아늑한 감금이었어요. 피폐한 감금이 아니라 기 빨리는 건 없지만 둘이 뭔가 달달하기는 한데 지루한 느낌이 들어서 긴장감이 전혀 없는 점은 아쉬웠습니다.
개인적으로 매력적인 의미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이검에게 참을 수 없이 치명적인 부분이 있었는데요... 허세 작렬한 멘트가 정말...... 주옥같은 멘트 중 몇 개 골라봤습니다.
"쉬. 네 목소리는 마리화나보다 강렬하니 참아 줘."
"넌 다른 사람과 혈액 성분이 다른 건가?"
"엑스터시 같이 날 미치게 해."
코카인과 헤로인, 마리화나보다도 아찔한- 이검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 ㄹrl인☆
사실 더 많은데 더 이상의 하이라이트는 제 정신이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어요.
이검과 래인이 여러 가지 의미로 제정신이 아니긴 하지만 이 소설에 나오는 거의 모든 인물들이 정상이 아니라서 둘이 딱히 튀어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또 굉장합니다. 그 중 으뜸 또라이가 서브공 제영이고 제영이의 엄마, 이모, 사촌 둘, 도망간 제영이 아빠까지 제영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전부 이상해요. 특히 소설 마지막에 등장한 제영이 아빠가 완전 반전이라 식겁했네요.
갑자기 등장해서 래인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제영이 혹시 사라졌던 사회복지사인가? 하고 끼워 맞추면서 보기는 했는데, 제영이 등장하면서 전개가 더 산만하고 억지스러워져서 보기 힘들고 지루했습니다. 제영이 래인을 갖기 위해 살인을 하면서 잔인한 장면도 꽤 나오는데 자극적인 요소를 넣으려고 과하게 표현한 느낌이라 별로 와닿지는 않았어요. 신체 훼손이나 살인 과정이 꽤 적나라하게 나오는 편이라 상당히 고어합니다.
1. 나는 어느 정도 괜찮은 항마력을 보유하고 있다.
2. 나는 공, 수 서로 정답기만 하면 캐붕도 괜찮다.
3. 나는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도 볼 수 있다.
위 조건을 충족하는 분들만 보세요. 특히 항마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
매력적인 설정에 비해 전개 방식이 너무 산만하고, 작위적인 부분이 많아서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 공과 수의 관계가 피폐한 것보다는 달달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라 3점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