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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한국 외로운 한국 - 300년 동안 유럽이 본 한국
이지은 지음 / 책세상 / 2006년 11월
평점 :
오리엔탈리즘이란 단어가 이젠 더 이상 낮설지 않게 들린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 적인 의미에서의 오리엔탈리즘을 말하는 것이다. 동양을 대하는 타자로서의 서양의 관점. 동양을 객체화하여 서양인의 입맛에 맛는 방식으로 동양을 재구성하여 인식한다는 의미로서의 오리엔탈리즘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안의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말도 이젠 익숙하다. 서양만이 동양을 타자화하고 실체와는 상관없는 형태로 재구성한 것이 아니라, 우리들 스스로도 서양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그들이 동양을 보는 관점을 받아들여 그것을 우리들의 실제 모습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한발 더 나아가면 동양인인 우리들이 다른 동양을 바라볼때도 그런 시각을 서슴없이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까이 있는 동양의 나라들보다 서구 사회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 더 강한 친근감을 느끼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가 별다른 의문없이 받아들이고 있는 이 모든 현상들을 되돌아 보면 그것은 얼마나 놀라운 일이란 말인가!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반성에서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들에게 제시된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우리들의 모습. 오리엔탈리즘이란 개념의 정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아직 그 후속작업이 없는 우리들의 현실에 대한 반성. 여전히 오리엔탈리즘의 언어와 시각을 가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아픔을 토로하는 책이다.
오리엔탈리즘에서 벋어난 진정한 한국인의 자화상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에게 분장되어 우리들의 아이덴티티처럼 사용되는 덕지덕지 붙은 화장기를 제거하고 나면 우리들에게 나타날 진정한 우리들의 진짜 얼굴 모습은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들에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단어가 낮설지 않다. 동양의 문물을 흠모하고 관심을 가진다는 뜻이 아니라, 타자의 관점에서 동양을 재정의하고 그들의 관점에 편리하게 재구성한 의미에서의 동양이라는 뜻이다. 결국 오리엔탈리즘의 시각으로 바라본 동양은 동양의 실제의 모습과는 다른것이다. 문제는 서양을 배우기에 바빳던 우리들 마저도 그들이 만든 오리엔탈리즘을 우리의 참 모습인양 비판없이 받아 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동양이 아니라 한국이라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서양인들에 의해 왜곡된 한국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자랑인양 즐겨 사용하던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의미가 '타자'들에게는 우리가 사용하는 것과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수 있다. 그리고 우리들 자신이 우리를 '고요한'나라라고 정의하는 것도 문제가 있는 일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