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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 추적자 - BBC 다큐멘터리 샹그리라.아르고호 원정대.시바의 여왕.아더 왕 이야기
마이클 우드 지음, 최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신화라는 단어는 중의적인 개념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말 그대로 신들의 이야기, 혹은 신과 관련된 종교적인 비의에 관한 이야기이다. 하나는 신비로운 이야기, 혹은 신비함을 더해가는 이야기로 말할수 있다. 예를들어 연개소문 장군이 당나라 군대를 대패시켰다는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이기도 하지만, 사실의 부정확한 틈을 타서 여러가지의 전승들이 다르게 전해져오며 신비로운 이미지를 띄게 되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신화는 두번째 개념에 더 알맞는 듯하다. 신비의 샹그리라를 찾아가는 여행. 그리스 신화의 아르고 호의 모험에 관한 신화를 뒤에는 여행. 성서에 나오는 솔로몬과 시바의 여행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를 파헤치는 것. 마지막으로 영국의 아더왕에 관한 전설을 뒤쫏는 과정이 모두 그렇다.
동양의 어딘가에 있다는 이상향 샹그리라의 이야기를 추적하는 과정은 가장 담백하다. 비교적 그 시대의 뿌리가 얕은 이 신화는 샹그라라라는 이름이 유래한 책에서 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샹그리라가 다른 저자들과 영화들을 통해 재생산되면서 샹그리라가 신비화되는 과정을 추적하고, 샹그리라로 추정되는 신비의 설산을 탐사하여 그 설산이 샹그리라의 신화에 부합되는 느낌을 시원하게 파헤치기 때문이다.
과연 밝혀내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되는 아르고호의 신화를 파헤쳐서 그 신화가 흑해를 건너서 깊은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모험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밝혀내는 과정도 놀랍다. 샹그리라 신화를 밝히는 것처럼 그렇게 시원하진 않지만, 아주 오래된 옛 이야기를 바탕으로 그만한 추리를 풀어가는 능력이 정말 대단하게 느껴진다.
시바여왕의 이야기에서는 에디오피아와 홍해를 마주보고 있는 예맨에 각각 사바 여왕이라는 역사적 실체가 있었고, 그곳이 고대무역의 중심지였다는 것을 밝히면서 신비로움의 비밀을 쉽게 풀어낸다. 전혀 모르고 있었던 고대문화를 접하는 신비로운 경험과 함께, 수수께끼같은 신화가 이렇게 다큐멘타리 작가에 의해 쉽게 풀릴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가는 놀라운 체험이기도 하다.
이 책의 백미는 결국은 저자의 고향 영국의 아더왕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우선 영국을 스쳐간 제민족들의 역사와, 그 과정에서 생긴 아픔들을 더듬어간다. 그리고 영국이란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그들의 아픔을 덜어줄 위대한 인물이 요청되었다는 것을 우리에게 납득시킨다. 그리고 실존 인물인 머린이 어떻게 아더라는 가공의 인물과 조합되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설명한다. 기사와 원탁, 카멜롯과 성배라는 소재들이 덧붙여지게 되는 과정을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삶을 중첩시켜 가면서 풀어가는 과정은 신화를 추적하는 과정의 백미라고 할 수 있겠다.
구전전승이 어떻게 자신의 모습을 키워가는지, 사람들은 자신이 바라는 것과, 실제로 일어난 사건들을 어떻게 결합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것인지를 이해할수가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을 덮으면서 우리시대에는 어떤 일들이 사람들에게 선택을 받고 어떻게 발전해 나가고 있는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샹그리라도, 아더왕의 신화도 끝난것이 아니라고. 오늘날에 이르러서 오히려 더욱 왕성하게 그 신화를 키워나가고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