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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너는 자유다 - 모든 것을 훌훌 털어 버리고 떠난 낯선 땅에서 나를 다시 채우고 돌아오다, 개정판
손미나 글.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산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다. 오늘날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져간다. 그래서 삶의 의미를 논하는 것이 무색하게 되기도 했다. 이제 술잔을 기울이며 "산다는 것의 깊고 깊은 의미를...."논하는 것은 친구들에게 기피의 대상이 되기 쉬운 일이다. 저마다가 힘든 삶을 살고 있기에, 가장 아픈 구석을 건드리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르다. 오늘날은 한 개인개인이 브랜드가 될 것을 요구한다. 그만큼 치열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가장 유명한 브랜드. 그것중의 하나가 아마 지상파 방송의 메이뉴스 앵크일 것이다. 그 자리를 스스로가 박차고 나간 사람이 있다. 그녀가 바로 이 책의 저자이다. 방송사에 휴직계를 내고 뜬금없이 유학을 떠났다. 그것도 스페인으로!
스페인은 오늘날의 세상에서 주류국가가 아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비슷한 국력을 가지고 있고, EU의 중심국가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초강대국 미국의 주도하에서 중국의 눈치를 보아야 하는 오늘날의 세계 역학에서 별로 두드러진 나라가 되지는 못한다. 그런데 누구보다고 가장 명민한 지성으로 최고의 브랜드를 획득한 저자가 택한 곳이 왜 하필이면 스페인이었을까?
그것은 저자의 내면이 그 나라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강렬한 태양이 작열하는 곳, 매사에 열정적인 사람들이 살아가는 곳,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든 별로 상관하지 않고 그들만의 느긋한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곳, 그러한 스페인의 분위기가 그와 대척점에 놓인 삶을 살아가던 저자에게 강렬한 매력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랬다. 스페인에는 자유가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갈망하는 것, 그러나 쉽게 얻을수 없는 것. 우리가 간절하게 원하지만 우리들 스스로가 금기시하고 있던 것. 자유. 그 그리운 숨결속에서 그녀는 숨쉬고 생활하고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러면서 그녀는 오랜동안 잊어버렸던 자유의 의미를 되찾았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큰 소리로 외친다. "스페인. 너는 나에게 바로 자유의 의미로 다가오는구나!" 라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유명한 방송사의 앵커가 되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경쟁을 통과해야 하는 길이다. 저자는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무척 힘든 일을 이루어냈다. 그러기 위해서 그녀가 희생해야 했던 것들은 또 얼마나 많았던 것일까. 우리는 늘 중얼거리지 않는가.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얻을 수는 없어..." 그러면서 우리의 억압된 자유를 정당화하면서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그녀 또한 그랬을 것이다. 그랬기에 그녀는 더욱 자유가 간절하게 그리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그녀의 내면에서 그녀에게 소리치고 있는 그 어떤 비명을 외면하지 않았다. 자신의 내면에서 갈구하는 외침을 받아들였고, 그 요구가 이끄는대로 새로운 길을 떠났다. 그녀는 용감했었다. 그리고 그 용감한 도전이 그녀에게 자유를 가져다 주었다.
어쩌면 자유는 스페인 그 자체가 아닐 것이다. 세상의 주류논리에서서 벗어나서 새로운 가치관으로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때, 그래서 살아간다는 것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닿게 될때, 그때 우리는 자유를 다시 되찾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저자에게 스페인은 그것을 깨닿게 해준 거울이 되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 자유를 가슴에 안고 다시 돌아온 그녀가 펼치는 자유에 대한 그리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나 자신의 자유를 위한 길을 향해 어디쯤엔가 달려가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