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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윤리 - 차이의 미학을 위하여
로렌스 베누티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번역에 관한 몇가지 이야기들.
이 책의 원제목에는 scandal 이라는 단어가 들어있다. 번역에 대해 재미없는 원론적인 이야기를 늘어놓은 책이 아니라, 번역을 둘러싸고 일어난 흥미진지한 이야기들(scandal)을 담아놓은 책이다. 그래서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되는 책이다.
세게화시대. 그러나 진정한 세계화는 이루어지지 않은 시대. 그래서 번역이 필요하다. 세계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야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세계의 많은 언어를 자유롭게 읽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게에 읽은만한 책을 만드는 언어가 어디 하나 둘인가.. 결국은 번역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지식의 비중이 높아질수록 번역의 비중도 높아진다. 그러나 번역을 둘러싼 일들은 순조롭지만은 않다. 가깝게는 얼마전 한 베스트셀러 책을 둘러싼 대리번역에 관한 이야기에서부터, 번역을 둘러싼 힘의 윤리, 번역의 사회적 존재양식에 대한 이야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존재하는 것은 지식권력에 대한 투재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번역은 기계적인 언어의 바꿈이 아니라, 제 2의 창작이다. 서로 다른 언어는 뉘앙스와 문장의 호흡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번역은 자동번역기의 기계나 다름없이 무미건조하다. 그러나 지식권력은 좀처럼 번역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세계의 주류국가가 더 많은 지식을 산출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지식을 비싼 가격에 팔기 위해서이다.
지적재산권은 저자의 권익은 보호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권익을 위해 필연적으로 같은 파이에서 제 2의 저자인 번역가의 몫을 줄이는 역활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 번역은 그 자체가 압제의 시스템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번역이라는 수단을 통해 후진국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선진문물을 내면화함으로써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가 황폐화되기도 한다.
스캔달을 통해서 재미있게 읽히는 이 책에는 뜻밖에도 이런 심도있는 통찰력을 내포한 이야기들이 곳곳에 박혀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