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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다 베어
주노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0월
평점 :
오랜만에 재미있는 일상탈출 판타지 소설속으로 풍덩 빠져들게 되었다. 매일 똑같은 일상속에서 하루하루 다람쥐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들 안에서 나 자신이 누구인지 거울한번 제대로 보지 못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나를 보는듯한 주인공을 마주하게 되니 마음이 짠하기도 하고 동병상련같은 동지애가 생기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었던 것 같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성적인 소유자로 조용하게 지내는 것을 좋아한다. 직장에서도 조용히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남의 간섭 받지않고 혼자서 점심도시락을 먹을 정도로 누가봐도 아싸인 것 같다.
직장 상사가 부당한 일처리를 요구하더라고 말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인내하고 그냥 그렇게 답답하고 특별할 것 없는 그런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사귀던 여친에게서도 헤어지자는 말까지 듣게되다니 정말 처량하기 그지없다.
그러던 어느날 자기 자신의 얼굴이 점점 판다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로인해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인스타DM으로 메시지가 오는 것을 보고 알게 된 ‘진’요원을 만나면서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펼쳐지게 된다.
진요원이 살고 있는 세계로 들어가면서 판다로 변해버린 주인공의 얼굴이 과연 다시 본인의 모습으로 돌아올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외면하고 싶어했던 주인공이 판다로 변해버린 자신을 다시 되돌리고 싶어서 진요원을 따라가서 갈매기 사장에게 그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다니 ... 나 같으면 이 부분에서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잠시 생각에 빠졌었다. 아무리 이 세상이 각박하고 나에게 너무한다 싶어서 자괴감이 들때도 있다지만 그래도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어야 무엇이든 내가 하고 싶은 일도 해 낼수 있는것이리라.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것은 이미 내가 아니라 여기는 것이리라
그렇게 회피하고 싶었던 회사며 집이며 여자친구며.. 때로는 외면하고 싶고 때로는 그냥 혼자이고 싶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더 좋은일이 찾아올 것 같지만 나 자신이 바뀌지 않으면 절대로 바뀌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 같다.
판다베어를 읽으면서 오래전에 읽었던 변신이라는 책 내용이 자꾸만 오버랩되는 것을 느낀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서 벌레로 변신하는 것과 판다로 변신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나은 선택일까 잠시 생각해 보니 나 역시도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것을 느낀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사람으로 생을 마감하는 것이 진리인 것을.
지루하고 답답한 일상을 얼마나 탈출하고 싶었으면 이러한 상상력이 풍부한 세상을 맛볼수 있었을까 싶다.
어쩌면 주인공의 간절함을 담아 상상력이 꿈으로 환상으로 다가온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갈사장의 세가지 미션을 수행하고 나고 판다로 변했던 얼굴이 다시 자기 자신의 얼굴로 돌아오고 나서
앞으로 살아갈 우리 주인공은 이전보다 한층 더 멋있고 당당하게 살아갈수 있으리라 본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으며 한편의 영화를 본 듯 한 착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