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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평점 :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현대 사회의 질서와 문명이 만들어낸 규범 아래에서 감춰져 있던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단편집으로, 가족의 돌봄 문제, 안락사, 가부장적 이념 등 현대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다루며, 이를 통해 현대 사회의 규범이 얼마나 얄팍하고 무너지기 쉬운 것인지를 보여줍니다. 전반적으로 디스토피아적인 분위기를 갖추고 있으며, 평범한 일상에서 예측 불허의 상황이 닥치며 세상을 헤쳐나가는 이야기이다.
"반짝이는 것"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가족에게 버려진 노인이 무료 안락사를 시켜주는 '다이웰 주식회사'를 찾아가는 이야기, "에이의 숟가락": 자신만의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에이가 자신의 강아지를 살해하는 연쇄살인사건을 일으키는 이야기, "뇌의 나무": 거대한 뇌가 달린 나무와 소통하며 지혜를 얻는 사람들과, 이 나무를 독차지하고자 하는 독재자와의 비극적인 이야기, "화면 공포증": 화면 공포증이 전염병처럼 퍼지면서 사람들이 화면을 보면 불쾌감을 느끼며 스크린에 머리를 부딪혀 죽게 되는 현상을 다룬 이야기, "미래를 기억하는 남자": 미래에서 온 메시지를 느끼는 남자가 선택을 하지만, 점차 판단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이야기, "이름 먹는 괴물"에서는 학교 교탁에 나타난 벌레가 누군가를 만지면 거대하고 끈끈한 막이 되어 그 사람을 잡아먹는다는 이야기, "목소리"에서는 타인을 죽이라는 명령을 듣지 않은 자가 수십 시간 내로 죽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부디 너희 세상에도"에서는 목욕탕에서 좀비 사태가 일어나는 이야기다.
이 책에서 소개된 단편집을 통해 저자는 다양한 장르와 내러티브 실험을 시도하며, 좀비 바이러스, 연쇄살인마, 현대 기술의 존재 등을 통해 현대 사회의 문제를 형상화하며 현실에 대해 경고한다. 작가의 표지 그림은 소설의 내용을 암시하는 것 같은데, 기괴한 인간이 알몸으로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무서우면서도 흥미롭게 끌어들이는 느낌을 준다. 이 소설은 호러와 미스터리적인 매력을 갖춘 흥미로운 이야기로서, 장황한 묘사 없이 즉각적으로 돌변하는 전개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부디 너희 세상에도"는 좀비물을 좋아하는 독자도 즐길 수 있는 뛰어난 작품이다. 극단적이면서도 아주 잔인한 이야기로서 우울한 느낌을 줄 수 있지만, 독자들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과 전개에 흥미를 느낄 것거라 생각된다. 전반적으로 이 소설은 호러와 미스터리를 섞은 장르 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로 추천하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