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仁祖 1636 -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유근표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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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배울 시기에 안타깝게도 공부에 관심이 없어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살면서 불편할게 없지만 역시 지식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 이제 와서 왜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을까 혼자 후회 담은 생각을 한 적이 많다. 다행히도 요즘에 나온 책들은 뭐든 알기 쉽게 정리가 잘 되어있어 나이 먹어 쭈글해진 뇌에도 지식을 잘 넣어준다.

이번에 읽은 <인조 1636>은 우리나라 오욕의 역사를 이야기한 책이다. 유근표 저자는 20여 년간 성곽과 병자호란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엄청난 비극을 초래한 병자호란의 책임이 1차적으로 전쟁을 주도했던 청 태종, 홍타이지에게 돌려야 맞지만 이 책에서만큼은 전란의 책임이 인조에게 있다는 관점에서 서술된 역사 평성서이다.

표제 1636은 1636년 조선시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1636년 겨울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했고 역사는 이를 '병자호란'이라 부른다.

<인조 1636>은 병자호란 전 인조와 병자호란 중 인조 그리고 병자호란 이후 인조의 모습을 병자호란과 인조라는 두 키워드를 가지고 정리된 모습이 인상적이고 색다르게 다가왔다. 역사를 이야기한 책인 만큼 어렵게 느껴졌지만 막상 읽어보니 광해군의 술 취한 밤 이야기, 조선 국왕 인조가 했던 말들, 인조가 강화도로 도망치는 과정, 삼전도에서 있었던 굴욕적인 일들 등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특히 마지막에 남한산성의 지도와 소개 글이 첨부되어 있는데 기존에 알고 있던 다른 모습의 인조의 모습과 배경이 된 남한산성이 특별하게 다가와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책들과 다르게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다룬 것도 매력적으로 다가왔으며 오욕의 역사를 가감 없이 다룬 것 역시 흥미로운 책이다. 지금의 우리나라가 있기까지 역사를 이끈 사람들에 대해 좋고 멋있는 이야기만 있다면 자긍심도 들고 좋겠지만 저자의 말처럼 창피하고 치욕스러운 역사까지도 애정을 가지고 들여다봐야 후에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기존에 알고 있던 인조와 병자호란의 새로운 면모가 궁금하다면 인조 1636을 추천하고 싶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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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를 타고 떠나는 차 여행 - 차 한 잔 여행 한 스푼
이유진 지음 / 페이퍼버드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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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 잔과 여행 한 스푼

<차를 타고 떠나는 차 여행>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봐야 할 국내 찻집을 소개하는 책이다. 표제처럼 차를 타고 떠나는 차 여행인만큼 서울과 경기도부터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제주도까지 전국 단위 유명 찻집이 담겨있다.

책에서는 수도권의 핫하고 트렌디한 찻집들뿐만 아니라 각 지역의 찻집들이 가진 지역적인 특색과 재미를 소개한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의 정취와 높은 건물 없이 탁 트인 전경,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넉넉한 시골 인심까지 느끼게 해주는데, 이는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특히 제주에서는 넓은 차밭뿐만 아니라 바다를 보면서 즐길 수 있는 멋진 찻집들이 있어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은 차와 여행의 만남을 소개하며, 차를 즐기는 이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며, 인스타 감성이 가득한 예쁜 카페에 가는 것도 좋지만, 일상을 뒤로하고 훌쩍 떠난 곳에서 고즈넉하고 한적한 시간을 즐기는 것은 더욱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 말하면서, 그곳에서 우려낸 차 한 잔이 뜻밖의 위로와 여유를 선사해 줄지도 모른다고 전한다. 또한 책에는 차 이외에도 차를 우려내기 위한 도구들도 소개하며 배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차를 소개한다. 익히 알고 있는 녹차와 홍차 이외의 차들도 다루고 있으며 쉽게 알지 못하는 지역 특색의 차들이 등장한다. 지역별로 카테고리 되어 분류되어 있기 때문에 표제처럼 차를 따고 여행과 함께 차를 즐기기 좋은 구성이다. 일상에서 벗어나 차 한 잔의 여유를 느끼고 찻집 여행을 즐기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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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스펙트럼 안전가옥 FIC-PICK 5
배예람 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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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빛은 그저 눈부심이다. 그 어떤 색도 내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그냥 그렇게 하나로 된 한 줄기의 빛을 여럿으로 나눠보면 그제야 그토록 다채로운 색들을 볼 수 있다.

우리의 삶, 그것이 과거든, 현재든, 현실이든, 이상이든, 이곳이든, 아니면 전혀 다른 이 세계든, 그 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마치 스펙트럼처럼, 결국 해체하듯 낱낱이 흩뜨려놓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여혐이나 페미니즘, 남성우월주의, 여성해방운동... 그 모든 것들은 결국, 빛처럼 매우 단순화되고 획일화되고 강제로 뭉뚱그려놓은 우리 삶 속의 여성이라는 존재에 다시 색을 입히고 본연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아마 이 앤솔러지가 제작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다섯 빛깔

수직의 사랑: 지상이 오염으로 인한 독성을 내뿜자, 인간들은 수직으로 건물을 갈수록 높였다. 층이 높을수록 오염에서 멀어졌고, 층에 따라 계급은 분화되었다. 하층민 하영은, 계층 내 갈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상하층 간 아동들이 편지를 주고받는 정책에 참여했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상층의 아이와 극도의 동질감과 친밀감을 갖는다. 하지만 정책이 폐기되고, 연결은 끊긴다. 10여 년 후, 하층민 간에 구조를 뒤집어엎겠다는 혁명단이 생겨나고 이에 하영도 참여한다. 혁명단은 상층의 국회의원 딸을 납치, 협박해서 구조적 변화를 꾀한다. 임무를 맡은 하영은 나중에 가서야 인질인 상미가 어릴 적 자신과 편지를 나눈 친구라는 걸 알게 된다.

여우 구슬은 없어: 요괴혐오의 여론에 편승, 요괴 사냥꾼으로 생계를 잇던 이선. 10여 년 전 자신이 떠나온 여은화의 등장으로 갑자기 요괴 동정론이 일기 시작하고, 사냥꾼들은 전설로만 내려오던 고등요괴가 이를 배후에서 조작한다고 의심한다. 예전 인연으로 여은화의 경호를 맡게 된 이선은 연인인 옌의 의심과 배반자라는 동료 사냥꾼들의 비난을 한 몸에 받지만, 여은화가 구미호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계략을 꾸며 여은화와 함께 숨어 살던 집으로 돌아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옌과 더불어 여은화 역시 이선의 계획을 이미 눈치채고 다른 계획을 세운다.

하나뿐인 춤: 라뮈스 성인은 무성無性의 쌍둥이로 태어나 분화의 시기를 거쳐 각각의 남녀로 성인이 된다. 의식은 졸업식의 무도회. 릴카는 감관도 사라지고 완연한 여성의 모습이 되어가는데 반해 카릴은 남성성이 전혀 드러나지 않고 있다. 무도회 춤 연습에도 영향을 끼쳐, 결국 릴카는 남자친구인 얀과 춤을 추게 되고, 카릴은 자신의 여자의 춤에 더 관심이 많다는 사실에 혼란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얀에게 자신이 여자 파트의 춤을 추는 것을 도와달라는 청을 하고, 얀은 이를 흔쾌히 수락한다. 춤 연습과, 얀의 비밀을 알게 된 카릴. 졸업 무도회에서 완벽한 오로지 자신만의 춤을 추게 된다.

누가 진짜 언니일까?: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재혼 소식이 탐탁지 않은 안여. 상견례 자리에서 새아버지의 딸로 보이는 한 여자가 결혼을 말리라고 귀띔을 한다. 결국 결혼 후 새아버지의 집으로 이사를 가는데, 그곳에서 만난 낙희는 상견례 자리에서 만났던 여자가 아니다. 아름답고 친절하지만 뭔가 섬뜩한 낙희와 뭔가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가정부와 정원사, 그리고 집사인 박여사까지. 우연히 나선 산책로에서 상견례 자리의 여자, 의은을 우연히 만난 안여는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점점 낙희에 대한 의심을 키워간다. 우연히 찾아 들어간 방에서 발견한 다섯 개의 단지. 그리고 많은 여자가 죽어나갔고, 귀신이 나온다는 집에 대한 소문과 새아버지와 낙희를 제외하고 두 명의 여자만 계속 바뀌는 가족사진의 정체는 대체 무엇일까.

협탐, 좁은 길의 꽃: 무림의 탐정 노릇을 하는 상화. 몸이 상해 찾은 의원에서 영약을 소개받지만 구할 방법이 없고, 때마침 자신을 찾은 사매 무림천후에게 남편인 강호신제의 불륜을 조사해 주면 영약을 주겠다고 제안한다. 협탐의 스킬을 활용, 강호신제의 뒤를 쫓은 상화는 결국 강호신제의 본모습을 발견해 내고, 아무런 상관이 없다 생각했던 사매의 사산과 자신이 연관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결국은 하나

안전가옥의 앤솔로지는 대부분 읽고 나서 큰 후회는 없었다. 물론 나 같은 염세론자 혹은 까다롭고 삐뚤어진 독자에게는 마음이 불편한 부분도 없진 않지만. 읽고 나면 약간 안전가옥의 PD 제도가 이런 완성도를 만들어 내는 것인지 혹은, 완성도 높은 작가들만을 모아놓는 PD의 능력이 좋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일단 책의 제목에서 풍기는 느낌이 워낙 '우먼'이다 보니, 결국은 그렇고 그런 흐름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없지 않았다. 굳이 따지자면 난 여혐 쪽도, 페미니즘 쪽도 아닌 흑색분자다. 좋은 말로는 중도. 애매한 표현으로는 합리론자. 하지만 막상 펼쳐낸 책은 '우먼' 인 스펙트럼이 아니라 우먼 인 '스펙트럼'이었다. 그저, 여성의 입장에 대해서만 써 내려갔다기보다는, 우리의 삶 자체에 대한 폭넓은 해체와 분석이 보였달까.

수직의 사랑에서는 사회 계층 구조에 대해서, 특히 상위 계급자의 자애가 얼마나 뼛속까지 계급주의 적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줬다. 여우 구슬은 없어에서는 자기 스스로를 내보일 수 없거나 꺼리는 사람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용기에 대해, 그리고 늘 편하게 괜찮다고 말하지만 실체를 보고 나면 한 걸음 물러서는 제삼자에 대한 이야기가 마음을 찔렀다. 누가 진짜 언니일까는 여성의 외모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현시대의 모습을 호러로 펴낸 것처럼 보였다.

특히 하나뿐인 춤은, 흔히 LGBT- 로 불리는 성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라뮈스 성인이라는 외계종족을 통해 소름 돋게 표현한 것 같다. 애초에 태어났을 때 성이 정해진 것이 아닌 데다가, 쌍둥이라는 원인으로 둘 중 하나에게 한 가지 성이 부여되는 설정은, 성소수자가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부여된 성에 대해 저항할 수 없도록 만든 사회의 모습에 대해, 그리고 그런 사회 속에서 고뇌하고 방황하는 성소수자에 대해, 마지막으로 그런 고난을 응원해 주는 주변인과 이겨내는 주인공과, 받아들이는 주변 사람들로 표현해서 매우 완성도가 높았던 것 같다.

협탐:좁은 길의 꽃은 상당히 위트 있는 작문과 함께 탄탄한 구성, 물 흐르는 듯한 전개로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당최 무협이란 것이 전개가 느리고 디테일한 이벤트들이 많아서 이런 단편 무협은 처음 접해보는데, 생각보다 간결한 전개와 작가의 탁월한 위트가 마음에 들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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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내는 이, 빈센트 - 반 고흐가 남긴 편지로 다시 보는 그림들
이소라 지음 / 미술문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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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그림에 대해 어렵고 잘모르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터라 어렸을 때부터 그림 보는 눈이 없었고 배움도 짧았다. 관심이 없었지만 나이를 먹고 문화생활을 하면서 미술관에 걸려있는 작품들을 보며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곤 했다. 이미 너무 유명해서 교과서에도 자주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지식 갈증이 있었던 와중에 만난 책이 바로 <보내는 이, 빈센트> 책이다.

저자 이소라는 미술사 학자로 대학생 시설, 피가소의 데생을 본 뒤 미술에 매혹되었다고 한다. 책에서는 빈센트 반 고흐의 주요 연표를 시작으로 1974년부터 1890년까지 빈센트 반 고흐가 동생 태오에게 남긴 편지와 함께 그의 작품들을 설명하고 있는 형식이다. 저자 역시 가장 좋아하는 화가는 빈센트 반 고흐가 아니지만 고흐가 동생에게 보낸 편지를 보고 매력을 느껴 이 책이 나왔다고 한다. 그만큼, 책에서 사진으로 있는 반 고흐의 편지에는 그의 진짜 모습이 엿보인다. 우울하게만 보였던 그의 작품들 속에 편지로 하여금 긍정적이고 따뜻한 면모가 보이기 시작하고 지난날의 과거를 회상하며 닮은 구석을 찾기도 했다.

빈센트 반 고흐의 작품을 상당히 많이 담겨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한 지식은 물론 편지를 통해 그림 뒤에 숨겨진 빈센트 반 고흐의 심경과 환경을 볼 수 있었다. 곳곳에 저자가 작품을 설명해 주는 내용 역시 작품을 이해하는데 유익했고 빈센트 반 고흐가 어떤 사람인지 인간적인 면모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미술에 문외한 사람이 봐도 흥미로울 만큼 잘 짜인 책으로, 작품 해설집이라는 딱딱한 정보서보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훔쳐보는 책으로 봐도 좋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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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울다
박현주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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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현대 판타지의 기본은 아무래도 주인공의 특별함으로 대변된다. 극도로 평범한 주인공이 갖가지 우연이 겹쳐 벙상하지 않은 존재가 되는 것. 최근에는 좀 덜하지만, 대부분의 판타지 주 독자층이 청소년이라는 점은 이런 양식이 얼마나 매력적인가를 방증한다.

초기 서양 판타지가 대부분 중세시대와 마법, 드래곤이 배경이었던 것과 동양 판타지라고 할 만한 무협소설이 중국 배경에 무공이 바탕이었던 것에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다양한 신진 작가들이 등장하면서 게임판타지, 퓨전판타지 등 새로운 트렌드가 생겨났다.

그리고 역시 우리에게만 있는 여러 문화, 즉 저승사자나 삼신할매 같은 소재들을 활용한 새로운 판타지가 등장했다. 일단 대표적인 것은 아무래도 환단고기 등 고자료를 바탕으로 서술된 '퇴마록'이 아닐까 싶다. 후로도 '치우천황'이나 '왜란종결자'같은 역사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 등장했고 개인적으로는 매우 감동적이었다.

하지만 웹소설과 웹툰의 발달로 점점 판타지라는 장르 자체의 점유율이 떨어지면서 비례해서 한국 판타지의 등장도 뜸했던 것 같다. (혹은 내가 몰랐거나...) 최근에 읽은 작품이라고 해봐야 '저승 최후의 날'이 전부. 일단 소설의 완성도 자체를 떠나, 판타지 팬의 한 명으로써 감사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까마귀가 울다

삼 사자 현, 철, 한은 망인의 혼을 저승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다만 저승의 엄격한 규율에서도 예외가 있었는 바, 명부에 적힌 대로 생을 살지 아니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자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도 그 죄를 묻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은 10여 년 전부터 늘 죽음을 생각하는 김밥노점 할머니에게 날마다 김밥을 사 먹는다. 그리고 도서관 자살 관련 책들에는 자살예방센터의 명함을 꽂는 일을 한다. 그러던 중 도서관에서 어린 정운을 만나고,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정운에게 고양이를 선물하는 방법으로 자살을 막는다.

그렇게 5년 뒤, 우연히 정운을 길에서 다시 마주치는데 아직 명부에 살 날이 남아 있는 정운이 여전히 현을 알아본다. 자살하려는 것인지 의심한 현과 철은 그런 정운을 유심히 살피지만 결국 자살할 생각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미 사자의 존재를 아는 정운을 이용해서 평소에 먹지 못하는 음식들을 먹던 삼 사자. 나름 평화로운 시간이 지나지만, 어느 날 등장한 해당 선녀마저 정운이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일행을 혼란에 빠뜨린다.

사자와 달리 살인에 관계된 자들의 눈에 보이는 선녀. 하지만 아무런 낌새가 없어 신경이 쓰이는 상태에서 그냥 지낸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을 만나러 현이 대구로 내려간 때 멀리서 까마귀가 울고, 현은 정운에게 뭔가 변고가 생길 것임을 직감해 천리경을 통해 살핀다. 정운이 대학 진학 기념으로 아빠와 엄마를 만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 급히 창살문으로 가려하지만 기차 탈선사고로 창살문이 닫히고 만다.

급히 한과 해당 선녀에게 부탁하지만, 이미 정운의 아빠는 정운을 죽이려 칼을 빼들었다. 사고가 수습되어 창살문으로 급히 이동한 현. 처벌을 각오하고 사자의 힘으로 아빠를 제압하고 자리를 떠난다. 하지만 재차 급습하는 정운 아빠의 공격에 대응하려는 찰나, 정운이 몸을 던져 대신 칼을 맞는다.

병원에서 혼수상태에 빠진 정운. 해당은 죽음의 고비에서 혼을 상실한 것 같다며 저승길로 정운의 혼을 찾으러 떠나고, 한 때 불우한 삶을 살았던 현에게 보상으로 내려진 옥구슬을 가진 비리공덕할미의 도움으로 정운의 혼을 되찾아온다.

인연이라는 것

일단 위에 언급한 것처럼, 한국 판타지에 대한 호감도가 기본으로 깔려있는 편이다. 일단 천리경이나 저승마, 죽음이 임박한 식당에서만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설정 등은 참신했다고 본다. 특히나 자살을 대하는 사자의 업무 방식(?)은 상당히 색달랐다.

다른 작품에서는 대부분 명부에 그 자살마저도 들어가 있거나, 아니면 자살을 하게 되면 남은 날을 이승에 떠돈다는 설정이다. 그런 걸 떠나서 애초에 사자가 산 자의 자살에 관여한다는 설정 자체가 상당히 참신했다. 그저 죽음의 이미지만 채워져 있던 저승사자의 모습에 전혀 다른 색의 옷을 입힌 것 같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개연성의 부족이 상당히 아쉬운 면이 없지 않았다. 일단 현이 그 처연한 과거의 삶을 그 원인으로 선녀 해당과 옥황상제의 자애를 받아 신이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음에도, 자신이 죽고 싶던 상황에 본인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저승사자를 기억해 내고 저승사자의 길을 택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저승사자가 되어서 자살하려는 자들에게 신경을 쓰는 것은 어느 정도 개연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그러한 사연을 가진 현이라면 그보다는 더 적극적으로 자살하려는 사람들에게 개입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그저 망자가 되어 삶에 대한 감정이 희미해졌다면 되려 한처럼 자살하려는 사람에게도 무신경한 것이 맞지 않나. 하루에도 수 십 명이 자살하는 세상에서 오로지 김밥 노점 할머니와 정운만 신경 쓰는 이유를 잘은 모르겠다.

그리고 소설의 전개 방식에 있어, 언제나 주인공 옆에 냉철하고 현실적인 사람과 감정적이고 이상적인 사람이 조연으로 있는 것은 클리셰나 다름없다. 그리고 유머러스한 전개와 주인공의 부족한 부분 혹은 주인공이 운신할 수 있는 폭(원래 주인공이라면 저렇지 않은데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당위성을 주는)을 넓혀준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런 조연의 설정 역시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철의 자유분방함은 일단 저승사자라는 존재에 어울리지 않을뿐더러 나름 저승의 관료인 저승사자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도를 지나쳤다. 또한, 한의 경우, 특유의 냉철하고 냉담한 모습만 보자면 도저히 무리를 이룰 수 없는 성격임에도 꾸준히 붙어있는 데다가 갑자기 극도로 화를 내거나, 예상외로 별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등 일관성이 결여돼 있다.

특히 정운의 경우, 사자와 선녀를 모두 볼 수 있는 상태가 된 연유에 대해서는 일절 설명이 없어 흔히 '주인공이라서 주인공인' 경우가 되어버렸다. 살해당할 운명이었다는 이유로 해당이 보인다면 해당은 정운의 미래를 봤어야 했고, 명부에 그 살해가 반영이 안 됐다면 애초에 사자가 보이면 안 되었다. 게다가 갑자기 외도에 폭력으로 집에 별로 없던 아버지와의 저녁식사 약속을 잡는데, 그 자리에서 아버지가 정운을 계획적으로 죽이려 했다는 설정은 상식적으로도 이해가 어렵다.

물론, 네이버 연재소설이니만큼, 책으로 펴내는 과정에 많은 부분의 생략이 일어나 벌어진 사태(?)로 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되었든 단행본으로 출간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그런 빈틈이 생기지 않도록 어느 정도는 신경을 좀 써줬으면 어땠을까 싶다.

그럼에도 저승사자에게 자비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하고, 자살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것이 아닌 '필요'임을, 우리가 조금이나마 더 신경 쓸 수 있도록 따뜻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설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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