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류 오늘의 젊은 작가 40
정대건 지음 / 민음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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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사랑이라는 단어의 발명자는 어떤 이유에서 발명을 한 것일까. 일단 발명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으로는 인간에게 없어서, 그것이 필요하기 때문에 구현된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의, 실체 불분명한 발명품은 원래 없던 것은 아닐 것이므로, 한 방향에서만 설명되지 않는다.

그 발명자는 사랑이 있었기에, 단지 그것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가. 아니면 사랑이 필요해서, 구체적으로 요구하기 위해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인가.

휩쓸림 속에 굳건함

진평에 사는 도담과 전학 온 해솔. 소방대원을 아버지로 둔 도담은 어려서부터 수영을 배운다. 물이 좋은 진평은 물놀이로 유명해서 덥고 습한 여름이 되면 외지인들이 여럿 빠져 죽었다.

도담의 엄마 정미는 폐병으로 여름만 되면 병원 신세를 졌고, 도담의 아빠 창석은 해솔과 함께 온 해솔의 엄마 미영과 알 수 없는 관계로 빠진다. 평생을 사람을 구하는 일에 온몸을 바친 창석을 존경하던 도담은 그런 아빠의 모습에 배신감을 느낌과 동시에 해솔과의 사랑이 아빠의 불순한 행위로 인해 깨어질까 두렵다.

그런 두려움에 아빠와 미영의 뒤를 밟았다가 사고로 둘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도담과 해솔 모두 서로에게 부채감을 갖게 된다. 해솔은 사고 이후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 도담은 해솔의 연락을 기다리고 해솔은 도담의 용서를 기다리는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결국 한동안의 시간이 흐른 뒤, 둘은 우연히 재회하고 침묵의 시간 동안 서로를 기다린 사실을 알게 되자 급격히 감정의 급류에 휩싸인다. 하지만 서로 부채감을 가진 둘은, 과거의 상처를 감내하는 방식의 차이로 삐걱대다가 이내 헤어지고 만다.

그렇게 서로 잊지는 못하고 그렇다고 다시 찾지도 못한 채 살아가던 둘은 다시 우연의 계기로 8년 만에 재회한다. 시간의 잔잔한 흐름은 극렬했던 과거 급류를 잠재워버렸고, 결국 다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아문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된다.

입 밖에 꺼내면 사라질까

어찌 보면 청소년소설 같은 느낌이다. 18살, 도담과 해솔이 겪기에는 조금 이른 사건을 겪으면서 둘은 상처를 얻게 된다. 하지만 둘 모두 그 상처가 본인들의 과오에서 시작된 것이 아님에도, 상처의 주인이자 가해자가 본인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스스로 벌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상태로 어른이 되어버린다.

상처라는 것은 결국 움푹 파인 형태다. 새살이 차 올라 이제 더는 아프지 않더라도 되려 더 차오른 살들이 상처를 가렵게 만든다. 결국 그것은 고통의 다른 형태. 아픈 것은 참을 수 있을지언정, 가려움은 찾을 수 없다. 결국 박박 긁어내고야 말고, 사람들이 상처를 눈치채고 만다.

사랑하는 사이, 아니, 전혀 무관한 사이라도 함부로 뱉어낼 수 없는 각자의 고통이 있다. 하지만 무관한 사이라면 뱉어낸 상처가 그저 잔잔히 흘러가는 강물처럼 지나간다. 지금 보고 있는 강물은 조금 전에 봤던 강물이 아니듯이. 그러나 사랑하는 사이에 뱉어내어버린 상처는 급류처럼 상대를 휘감아 돌고 저 밑바닥까지 끌어내린다. 용소처럼, 벗어날 수 없다. 그저 흘려보낼 수 없이, 나를 밑으로 끄집어내린다.

도담이나 해솔은 그런 상처를 결국엔 각자의 방식으로 버텨내는 듯 보였지만, 결국 물속에 침전한 그들의 눈에 보이는 세상은 수면 밖이 굴곡되어 보이듯, 사랑이라는 실체를 똑바로 보지 못하고 왜곡하여 스스로를 힘들게 하고 외롭게만 만들었다.

긴 시간이 흘러 스스로의 내면을 바라보고 나서야, 그 급류에 몸을 싣고 나서야 자신들의 상처를 인정하고 서로를 용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주인공들이 12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뒤에야 고통을 벗어나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는다는 부분을 제외한다면, 청소년소설의 느낌이 강하다. 전체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임에도 서사나 구문이 어렵지 않아서 한창 상처를 받고 방황하는, 급류에 휘말린 이 시대 청소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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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의 신 - 메가 히트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알아야 할 유튜브 속성의 모든 것
직업의모든것(황해수) 지음 / 라이스메이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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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브 '직업의모든것'운 운영자이자, 관악구청 일자리 청년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유튜브세계에 발을 디디려고 하는 독자들을 위해 이 책을 만들었다. <콘텐츠의 신>에서는 정체성 파악하기부터 시작해서, 시청자의 이목을 끄는 섬네일, 빅 히트로 이어지는 콘텐츠 아이디어 기획법에는 뭐가 있는지, 유튜브를 하기 전에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더 나아가 자리 잡은 유튜브로서 새내기 유튜버에게 조언해 줄 만한 내용들로 담겨있다.

책을 보면서 저자가 그동안 경험하면서 쌓아왔던 유튜브 노하우를 정말 많이 이 책에 담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선배로서 해주는 조언들도 유튜브가 아닌 독자가 보더라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을 만한 정보가 많았는데, 특히 사람을 구분하는 방법이라든지, 이목을 이끄는 창작물을 만드는 방법이라든지, 창의적인 콘텐츠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을 담은 내용들이 무척 유용하게 다가왔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자신이 했던 과거의 실수들과 후회가 남는 일들을 고스란히 보관하고 되새기며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보통 자신의 치부는 남에게 보여주지 않는데, 오히려 디딤돌 삼아 앞으로 나아간다는 자세를 보면서 나의 자세를 바로잡기도 했다.

처음에는 몰랐는데 책에 들어간 저자의 유튜브 영상 사진을 보니, 이전에 몇 번 시청한 적이 있었던 유튜버였다. 반가운 마음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책으로도 만나니 감회가 새로웠는데, 성공한 유튜버는 그냥 성공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직 구독과 좋아요는 해본 적이 없는데 이번 인연으로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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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있어 - 은모든 짧은 소설집
은모든 지음 / 열린책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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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을 좋아해서 열린책들 출판사를 좋아한다. 보통 책을 고를 땐 작가를 보고 고르거나 내용을 보거나, 요즘에는 표지가 예쁜지 안 예쁜지에 따라 고르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출판사를 보고 고른 책이다.

<선물이 있어>는 은모든작가의 열일곱 편의 짧은 소설집이다. 양장본인데다가 짧은 소설이라 가지고 다니면서 주로 이동 중에 조금씩 읽었다. 선물이 있어는 주로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일상을 세심하고 다정하게 담았다. 직장동료의 관계, 환자와 의사의 관계, 부부의 관계, 가족의 관계 등 독자들이 항상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이야기다. 단편집인 만큼 기억에 남는 거창한 줄거리는 없지만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대하고 생각해야 하고 또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어떤 식으로 해야 하고 나아가야 할지 한 문장 정도의 의미 있는 짧은 메시지들이 남는다. 필자는 '실패한 농담'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현실이 만족스럽지 않아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가지곤 하는데, '그때로 되돌아가고 싶다는 후회를 품은 채 과거에 머물러 봤지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현재에 충실하자'라는 마음을 먹고, 이따금 후회되는 일이 있으면 상자를 열고 전리품을 들여다본다는 내용이 무척 효율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충고 같아 마음에 들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의 짧은 단편들이 열일곱 편이나 들어있어서 그런지 시작하자마자 끝나는 느낌이 들어 섭섭한 단편집들이 많았다. 책을 읽은 것 같은데 읽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장편소설 같은 경우 초입 부분에 기본적인 정보와 떡밥이 많이 들어있는 편이라 정보를 꼭꼭 씹는다는 생각으로 수집하는데 단편소설이라 그런지 정보는 많은데 뒤에 아무런 영향이 없어 새삼 단편소설의 특징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한 편의 소설이 끝나고 후기를 전하는 에필로그가 특징이다.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등장인물들의 안부를 전하는 듯해 다정하게 다가왔다.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일상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다정하게 마무리하는 소설이라 작은 온기를 느끼고 싶은 크리스마스 겨울의 선물처럼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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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리보기 - 대기업이 궁금한 취준생들을 위한 솔루션 BOOK
공두 지음 / 푸른영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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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준비에 관한 정보는 네이버에 검색 단어 하나만 쳐도 많은 내용이 쏟아지는데, 정작 대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고 분위기는 어떤지, 무엇을 중점으로 생각하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내부 사정 면모를 다룬 정보는 흔치 않다. 취준생인데다가 특히 그게 대기업이라면 당연히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담은 책을 읽었다.

<대기업 미리 보기>에서는 대기업 입사의 첫 관문인 자소서 쓰기를 시작으로 대기업 복지 혜택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소개하고, 대기업의 많은 업무 중에 가장 많이 하게 되는 실무인 보고서 쓰는 노하우와 사내 자기 계발 교육은 물론 가장 궁금해할 대기업의 직장 생활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기업 직무역량 분야 프리랜서이자, 취준생과 직장인 대상 직무역량 교육 부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강사로서, 그동안 많은 취준생을 교육한 경험을 살려 책 속에 독자가 가장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을 노련하게 담았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 대기업의 직장 생활을 훔쳐보는 부분이었는데, 예를 들어 팀장에게 찍힌 불쌍한 동기 이야기와 주간 보고서, 야근을 왜 해야 하는지, 암묵적인 룰인 대기업 라인에 대한 내용 등 실제 대기업에 입사하고 경험하지 않으면 알 수 없고, 어느 책에서도 언급하지 않은 사내 분위기를 이야기하는 내용이라 마치 선배가 알려주는 내용처럼 흥미롭게 읽었다. 이 외에도 승진에 관한 부분이라던가 대기업 연봉은 어떻게 책정되는지 세밀하게 다루고 있어 유용하기까지 했다.

저자가 대기업 직원이 아니기 때문에 더 과감한 내용들로 구성되었지 않나 생각해 봤다. 실제 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강의를 많이 하던 사람이라서 그런지 진짜 궁금해할 만한 내용들이 많아 좋았고, 그렇게 때문에 몰랐던 내용도 많이 알게 된 책이다.

대기업이 궁금한 취준생이라면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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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주다 -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기록하다
우에마 요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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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우에마 요코는 교육학을 전공했고, 류큐대학 교육학부 연구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로 위기 청소년 문제를 연구하고 있으며 2017년에 오키나와의 성폭력에 대한 책을 낸 이후 어린 딸을 키우며 마주한 오키나와의 현실과 일상을 담담히 그린 <바다를 주다>를 출간했다.

<바다를 주다>는 오키나와를 배경으로 딸을 키우며 세상이 외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인터뷰식으로 기록한 책으로, 책은 푸르고 빛나는 바다를 표지로 한 책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전개된다. 친족 간의 성폭행으로 고통받는 아이들, 원조교제 시켜 돈을 뜯는 호스트, 오염된 물과 미혼모 그리고 전투기의 폭음, 단식투쟁 속에서 희망과 연대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키나와를 여행한 적이 있던 터라 자연스럽게 배경이 오버랩되면서 내가 느꼈던 오키나와 자연의 아름다운과 저자가 바라보고 겪은 오키나와의 또 다른 면모가 새롭게 느껴졌던 터라, 이후 오키나와를 가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으로 오키나와를 생각할 것 같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극적이지만 훈훈하면서도 때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다루고 내용은 우울했지만 다루고 있지만 주변에 나를 이해해 주는 친구들과 가족만 있다면 웬만한 것은 이겨낼 수 있고 충분히 위로받아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런 아픔들이 결국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하며, 이런 단단함이 서로에게 디딤돌이 되어 깊고 넓은 바다같이 연대할 수 있다.

오키나와의 또 다른 모습을 알게 된 책이기도 하고, 여성문제에 마음이 아팠지만 결국 이겨내는 희망을 담은 책이라 의미 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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