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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 유품정리
가키야 미우 지음, 강성욱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2월
평점 :
품절
재미있어 보여서 짚어든 책인데 익숙한 저자의 이름에 무척 반가웠고 더 기대되었다. 저자는 가키야 미우. 59년생 일본 작가이다. 이전에 <70세 사망법안, 가결>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마침 그녀의 이후 작품을 기다리고 있었었다. 노인과 결혼, 여성 등에 대한 키워드를 가지고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주제를 주로 다루는 작가인데, 이번 작품 <시어머니 유품정리>정리 역시, 며느리의 시선에서 돌아가신 시어머니의 맨션에서 유품정리하는 과정 그동안 몰랐던 시어머니에 대한 인간적인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고 이해하는 내용을 담은 소설이다.
소설 초반에는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돈 하나 없고, 자신의 끝을 정리하지 않은 채 집안에 쓸모없는 물건들이 가득한 시어머니를 원망하는 며느리 모토코의 모습이 보인다.
'아, 어머니 제발 적당히 하세요.'
'저기 어머니, 제 입장이 되어 보세요'
'시어머니, 듣고 계세요? 친어머니의 발끝만큼이나 마 닮길 바랐어요. 제 남동생 아내도 분명 제 어머니께 고마워할 거예요.'
'시어머니, 몇 번이나 말하지만 조금은 남은 사람을 배려하길 바랐어요.'
'시어머니, 몇 번이나 말해서 죄송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당신과 달라서 현명했어요.'
시어머니 유품을 정리하면서 돌아가신 시어머니에게 말하는 듯한 문장이 꽤 많은데 독특하게 다가왔다. 며느리 모토코는 죽음을 향한 준비를 게을리하지 않은 친어머니와 하나도 정리하지 않은 시어머니 사이에서, 친어머니처럼 살아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아무것도 남지 않은 친정어머니의 유품을 보면서 친정어머니가 어떤 사람이었고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음에 서글퍼한다.
뿐만 아니라 유품정리를 힘들어하는 며느리를 도와주겠다 나서는 시어머니의 이웃들은 시어머니에게 신세를 많이 졌다고 하면서 그동안 물건이 없어지거나, 고다츠의 따뜻함이나, 의문의 갈색 토끼에 대해 미스터리가 풀리고 시어머니의 또 다른 면모를 체감한다.
책을 읽으려 마음먹었을 때, 재미있겠다고 싶었던 부분은 아마도 유품정리하는 과정에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유품을 통해 흔적을 많이 남긴 시어머니와 흔적을 남기지 않은 친어머니의 반대되는 성향이 극적으로 보이면서 과연 유품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다. 어쩌면 유품은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그리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서, 간접적으로 나마 남겨진 사람들의 마음을 체감해 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자신과 남겨진 사람들을 위해 일기를 남겨두는 방법, 추억이 깃든 큰 유품들을 가지고 갈 수 없다면 사진으로 집안 곳곳을 찍어두는 것, 살아 있을 때 가족과 지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보는 방법들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것이다.
평소 관심 있던 주제는 아니었는데, <시어머니 유품정리>를 통해 생각지 못한 유품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내 주변 사람들을 대입하며 상상해 보고 또 이해해 볼 수 있었다. 드라마 장르이지만 갈색 토끼라던가, 의문의 베란다 구멍, 빈 집의 사람 흔적 등 미스터리 한 부분도 있어서 흥미롭고 유쾌하다. 가키야 미우라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 역시 재미있게 읽었고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