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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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인간을 동물과 구분짓는 가장 큰 근거로 사는 것 중 하나인 영혼. 하지만 영혼의 실체에 대해 규명된 바는 전혀 없다. 하지만 영혼을 부존재하는 가상의 것으로 치부하기에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온갖 감정들, 사랑, 연민, 동정, 후회, 분노, 절망 등을 설명할 방도 역시 없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이런 영혼의 문제에 기초해서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등장하는 것은 사이코패스다. 그들이 타인의 감정과 공감하지 못하거나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지 못하는 것을 영혼이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상상.

 

소설에서 '겉을 감싼 껍질을 벗겨내면, 사실 똑같이 생긴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라는 문구가 헛된 희생자의 외침으로 보이는 것은 바로 그런 이유이지 않을까.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그런 모두가 가진 영혼을 가지지 못한 사이코패스는, 인류 역사상 가작 소외된 종자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사이코패스

 

 

강규호는 불의의 사고로 최근 2년 간의 기억을 잊는다. 회사로 복귀해 일상 생활을 이어가지만 집에서 숨겨진 금고와 누군지 모를 여자의 사진을 발견하고,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기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생활을 하면서 점점 자신이 그 무엇에도 분노하지 못한다는 이상한 느낌에 빠져든다. 그러던 중 회사에 들어온 차수림과 사랑에 빠지고, 차수림이 연애의 조건을 건 두 가지. 콜라 끊기와 화내지 않기를 지킨다.

 

행복한 어느 날, 갑자기 차수림이 시체로 발견된다. 실의에 빠진 것도 잠시, 더욱 자신의 기억을 찾기에 박차를 가한다.

 

자신이 보관하던 사진의 주인공 김미선. 그 김미선의 복수를 하겠다며 자신의 뒤를 밟다 사고로 죽은 김춘석. 금고. 자신을 관찰하는 듯한 비디오가게 사장과 정신과의사. 모든 힌트를 꿰어낸 강규호는 결국 금고의 문을 열고, 잊고 있던 진정한 자신을 찾아낸다.

 

결국 자신이 사이코패스이자, 사이코패스에게 딸이 살해당한 제약회사 회장의 불법적인 약물실험 대상이었음을 알게된 강규호는 관련자들을 하나 둘 처리하고, 선과 악의 대립점에서 선의 그림자, 악의 편에 서서 실험에 관계된 자들을 처치할 계획을 세운다.

 

 

 

정보서적은 아닌데

 

 

일단 전체적인 맥락은, 기억을 잃은 사이코패스와 사이코패스를 약물로 치료해서 세상의 악을 없애겠다는 비밀조직의 이야기다. 사이코패스인 주인공이 기억을 찾고 복수를 하는 스토리는 보통 흔히 '정의'에 편에 있는 주인공이 정의의 가면을 쓴 악의 집단에 맞서 기억을 찾아 싸우는 이야기다.

 

이 소설의 특장점이랄 것은, 주인공이 악인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악인에 맞서는 집단 역시도 최소한의 인권을 무시한 체(솔직히 그런 인간들에게 인권이 있어야하는 것인지는 개인적으로 부정적이지만.) 비윤리적 실험을 자행했다는 것이다. 결국 선과 악의 대립이 메인이 아니라는 것.

 

물론, 선과 악의 구분에 대해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는 소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시도는 접할 때마다 늘 새롭긴 하다. 하지만 이런 시도가 새로운 이유는 역으로 보면, 이런 시도가 재미도 반감되고, 독자들의 호감도 역시 낮기때문에, 흔히 하는 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 이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독자들에 어떤 카타르시스보다는 근본적이나 철학적인 고민을 던져주기 때문인데, 정말 간단하고 명료한 카타르시스를 얻고자 읽는 소설에서 이런 소재는 독자의 니즈에 적합하지 못하다.

 

게다가 작가가 특정 분야, CCTV기술이라든지 무술, 미술이나 여러 서적들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인지 전체 흐름과 크게 상관이 없는 부분임에도 과도하게 디테일한 설명을 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이 지지부진한 면이 있다. 거기에 스릴러적인 요소가 적고 역동적인 부분도 적어서(주인공의 성향 자체 때문에 드러나기 힘들었긴 했을 것 같다.) 소설을 읽는 동안 속도가 붙질 않아 지루함이 적지 않았다.

 

엄밀히 이런 오락류 소설을 읽는 독자들의 니즈는, 다름이 아닌 오로지 흥미와 재미다. 솔직히 선과 악의 모호성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인 질문이나 사상의 표현은 어디까지나 작가 자유의 영역이므로 언급을 자제한다고 치더라도, 과도하게 특정 과학기술이나 상관없는 문학작품의 과도한 인용, 설명 등은 확실히 배제했어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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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 (반짝 에디션)
하야마 아마리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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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는 이미 10년 전 베스트셀러로 등극해 아직까지도 사랑받는 책 중 하나이다. 위즈덤하우스 출판사에서 반짝 에디션으로 재출간했고, 분홍색의 예쁜 양장본으로 탄생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스물아홉 생일, 1년 후 죽기로 결심했다의 줄거리는 스물아홉 살의 직장도 없고 못생기고 뚱뚱한 주인공이 생일날 스스로 1년 후 죽기로 결심하고 시한부 삶을 살기로 한고, 티브이에 나오는 라스베이거스의 풍경을 보며 막연하게 30살이 되기 전 라스베이거스로 떠나 자신이 꿈꾸던 인생을 살아보고 마무리해야겠다 결심한다.

처음에는 그냥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 시답지 않게 쓴 내용인 줄 알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베스트셀러답게 배울 점이 많았다. 자체적으로 정한 시한부 1년이라는 시간이 카운터 됨으로써 그 시간을 위해 여러 경험을 하며 배우는 과정들을 보면서 사람은 주변 환경도 중요하지만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있고 사회생활이 많이 줄어 있었던 찰나에 저자의 이야기는 한줄기 희망과 같은 따스함을 선사했다.

책 속 주인공이 스물아홉이기도 해서 그 시기에 있는 청년들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이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그만큼 저자의 이야기에 동기화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독자들이 많기 때문에 더 와닿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더 씁쓸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위로가 되기도 하다. 책 속에서 전하는 어떤 환경에서도 마음먹기 달렸다는 메시지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원동력이 될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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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똑똑한 동물들 - 과학으로 들여다본 동물들의 인지 능력 탐 그래픽노블 4
세바스티앵 모로 지음, 권지현 옮김, 최종욱 감수 / 탐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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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나 똑똑한 동물들>의 저자는 동물의 지능과 인지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과학 저술가인 세바스티앵 모로이다. 과학 저술가인 만큼 결코 내용이 가볍지 않고 배울 점이 많다. 동물들이 세상을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감정을 느끼는지, 동물들 간의 서로 소통하는지 등 동물들의 사회까지 동물행동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관점에서 동물들을 관찰한다.

대부분 돼지, 닭, 소, 염소, 양을 대상으로 행동을 관찰하는 내용이 많고, 동물행동학에 기초를 둔 책이라서 그런지 실험을 설명하는 자료가 많았다. 전부 만화로 되어 있는데, 그림이 귀엽고 상황을 이해하기 좋게 잘 설명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유쾌한 부위기로 풀어주는 썰렁한 농담들이 함께하고 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와준다.

동물 행동이 어디로부터 구현된 건지, 동물들의 세상은 어떤지 알고 싶어 읽은 책이지만 슬픈 부분도 있었다. 역시 이번에도 인간이 동물에게 상처를 주고 고통을 주고 있구나. 가축 영역에 속해있는 동물들은 마취를 하지 않고 닭 부리를 잘라버린다던가, 거세한다던가, 꼬리를 자른다거나 하는 무지한 행위들이 마음이 안 좋았던 부분이 있기도 했다. 책을 읽기 전에는 단순히 멍청한 닭, 많이 먹는 돼지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던 동물들이 구체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고 행동하는 하나의 개체로 보이니 친근함이 느껴졌다. 새롭게 알게 된 재미난 내용들도 있었는데 몇 가지 적어봤다.

● 돼지는 초콜릿을 좋아한다.

● 염소는 입맛이 무던해서 다른 동물이라면 절대 안 먹을 풀까지 먹는다

● 소의 눈에 흰자위가 많이 보인다면 부정적인 상황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소는 목을 긁어주는 것을 좋아한다.(가슴은 별로 효과가 없음)

무엇보다 과학의 관점에서 동물들의 인지능력을 관찰하고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신기했고, 동물들의 행동하는 모든 것이 이유가 있고 자연에 있어 가장 알맞은 모습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어떻게 보면 동물행동학이라는 어려운 주제를 다룬 책이지만 초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풀어냈으며 재미있게 구현했으며, 동물행동학에 대해 한걸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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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워리, 비 벨리 - 귀여운 관종 벨리곰의 햅삐한 일상 해시태그
벨리곰 지음 / 마시멜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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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워리, 비 벨리라는 이름의 이 책은 다이어리다. 귀여운 다이어리. 벨리 곰은 유튜버에서 꽤나 유명한 인플루언서이다. 유튜브를 자주 접하지 않은 나조차도 벨리 곰 관련 영상 짤을 몇 개나 봤을 정도로 유명한다. 큰 덩치와 눈에 띄는 핑크색의 벨리 곰은 유동인구가 있는 거리에서 가만히 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이 있을 때 갑자기 움직이면서 사람들을 놀래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는 곰이다. 어디서부터, 왜 시작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다이어리로 만나보니 느낌이 신선하기도 하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벨리 다이어리는 12개월 각각의 키워드를 부여하고 있다. 1월은 시작, 2월은 사랑, 3월은 설렘, 12월은 칭찬 식인데 중간중간마다 벨리 곰의 유튜브 활동사진이라던가 용기를 주는 좋은 문장들이 귀여운 벨리 곰과 함께 장식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기본적인 다이어리의 형식을 하고 있고, 날자란이 모두 빈란으로 되어있어 다가오는 2023년이나 2024년 혹은 그 이후에 다이어리를 사용해도 무관하다. 1년 계획표와 월 일정표 그리고 일주일 단위 계획을 적을 수 있는 공간과 한 페이지 빈 종이가 반복되는 구조이다.

전반적으로 핑크색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 벨리 곰의 귀여운 사진과 멋진 문장들이 어우러진 양장 다이어리라서 귀여운 것을 좋아하는 여성분들이 좋아할 것 같다. 당장 2023년 다이어리가 없어 새로 살까 고민이었는데 2023년 다이어리는 돈 워리 비 벨리와 함께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다이어리에서 가장 인상 깊었고 좋았던 문장을 적어본다.

"공부도, 일도, 노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용기도 없다면! 걱정 말고 일단 치킨을 먹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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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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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게 책을 하루 만에 다 읽어버린 지금까지도 나는 책 제목인 인버스가 뭔지도 모른다.(뭐 아마도 주식용어겠지) 주인공 이름도 모른다. 정운채와 강민우는 아는데 왜 주인공 이름을 모를까. 이 소설의 주인공은 20살 대학생이었다. 가난한 집은 아니지만 가난 근처에 있는 가정사가 지겹고, 스무 살 여자애에게 매겨지는 돈은 기껏해야 최저시급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첫 아르바이트 월급 110만원을 주식과 해외선물에 투자한다. 이상하게도, 이해는 되지 않지만 주인공이 고수익을 내고 전망을 보는 눈이 있다. 블로그에 해외선물에 관한 정망을 분석한 글을 올리면 많은 사람들이 조언을 구하고, 보내준 기프트콘으로 한 달은 거뜬히 먹을 수 있을 정도로 흐름을 잘 파악한다. <인버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대부분의 글이 해외선물이 올랐고 내렸고 이유를 설명하고, 주인공의 양심과 감정의 소용돌이가 몰아친다. 유가, 레버리지, ETN, 브렉시트... 뭔지도 모르는 용어들이 등장하고 벌고 또 잃는 과정이 계속된다. 근데 왜 재미있지? 잘 모르지만 재미있다. 거의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릴 정도로 흡입력이 엄청나다. 이런 게 마치 주식하는 그런 느낌인 건가? 인버스의 스물세 살 주인공이 내가 그동안 선택했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경로의 삶을 선택을 하는 캐릭터였다. 글로 하여금 주인공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는 여정은 신기했고 무모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결코 평상시엔 느끼지 어려웠을 감정들의 들쑥날쑥을 느꼈다.

주인공의 친구인 김민우가 제안한 것처럼, 굳이 좋지 않은 사업가 정운채에게 돈을 빌려서까지 해외선물을 했어야 했나. 수중에 있는 돈만으로도 충분했을 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강민우와 주인공이 대화하면서 이유를 설명해 주는 부분이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파인다이닝도, 람보르기니도 원하지 않으면서 위험한 줄타기를 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여전하다. 또 하나 의문인 게, 주인공이 해외선물의 동향을 파악하는 능력이 아주 뛰어나다. 감으로 하는 것도 있지만 세계정세를 파악하고 예감한다는 게 스물셋이 할 수 있는 일인가? 어렸을 때 공부도 못했다고 하던데 이 부분에서 간극을 많이 느꼈다.

돈을 다루는 소설이다. 좋고 나쁘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픽션이지만 무섭게 현실적이다. 주식이나 해외선물 같은 건 아예 관심도 없는 내가 재미있게 읽었던 이유는 그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자기성찰이 마음에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읽으면서 감정 소모가 심해 종국엔 심적으로 지칠 정도였는데, 결말이 생각과는 달라서 오히려 좋았던 것 같다. 주인공은 자신의 능력을 알고 어느 정도 자신도 있는데, 생각지 못한 에피소드가 생겼을 때 또다시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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