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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개 이야기
마크 트웨인 지음, 차영지 옮김 / 내로라 / 2021년 8월
평점 :
오래된 고전을 옮겨놓은 듯한 양장본에 작은 책 이미지와 '개 이야기'라는 제목을 보고선, 개와 관련된 단란하고 행복한 그리고 따뜻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어느 개 이야기'의 줄거리는 어느 집에 살고 있는 어느 개의 시점으로 이야기로 시작된다. 단어를 수집하고, 다른 개들 앞에서 내뱉는 걸 좋아했던 엄마와의 추억, 엄마와 떨어져 다른 가정에 팔려가 새로운 주인들과의 만남. 아이를 낳아 기르던 와중 집에 불이나 주인 아이를 구한 일. 집 주인이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동물실험에 쓰인 자신의 아이를 뭍어주고 이어 자신도 떠난 어느 개의 일생을 담았다.
왼쪽은 모두 영어로된 원서가 있고 오른쪽이 한글로 번역된 내용으로 구성되어있다. 안그래도 작은 책인데 반절씩만 읽으면 돼서 아침 출근길에 전무 읽었다. 가볍게 읽으려 집어든 책인데 동물실험과 관련된 내용이라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애견가인 나로서는 동물실험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고 머나먼 이야기로 느껴졌는데 이렇게 뜬금없이 마주하니 인간이란 존재가 혐오스럽게 느껴졌다. 이 또한 산업이자 과학으로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해준 기반 중 하나라는 생각과 내가 그 땅 위에 서서 누리고 있다는 것 또한 외면하지 못해 답답했다. 나에게 동물실험이란 불편하지만 받아들이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래서 책 마지막에 있는 여러 참고 글 가운데서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인상깊어 요약해보았다.
● 유럽에서는 화장품 개발에서의 동물실험을 2013년 전면 금지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2015년 12월 31일부로 통과되었다.
● 기존의 방법은 화장품 독성을 실험하기 위하여 동물을 사용했다. 토끼를 움직이지 못하도록 상자에 넣어 고정하고 눈을 감지 못하도록 눈꺼풀을 접착한다. 그리고 제품에 들어가는 화학물질을 지속해서 주입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토끼가 죽거나 미쳤고, 실험을 이겨낸 토끼는 안전성을 문제로 안락사 당했다.
● 2007년부터 2011년까지 실험한 신약 후보 물질의 94%가 동물실험에는 독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임상실험 과정에서는 독성이 발견되어 탈락했다.
● 아직까지 의학, 생물학, 신약 개발 분야에서는 동물실험이 이뤄지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지구(OECD)의 대체 시험법(동물의 희생과 고통을 경감시키는 기준 '3R'을 준수한다. : 동물 사용을 피하는 방법으로 최대한 대체(Replace)하고, 피할 수 없다면 사용되는 동물의 숫자를 줄이며(Reduce), 실험을 위해서 동물이 느낄 고통을 최대한 완화(Refine)하라
● 동물실험 대체 방법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실험, 각막세포 배양, 컴퓨터를 이 용한 독성 예측, 유전적으로 유사한 인공 아바타 사용
동물실험과 인간의 윤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래도 개의 시점에서 소설이 흘러가다보니,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둔감하게 와닿았던 부분이 아쉬웠고, 단어를 수집하고 뽐내는 엄마개의 독특한 취미에 대해 다룬 저자의 의도는 무엇인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휴대성이 간편해서 들고다니면서 가독성 있게 읽기 좋은 장점이 있고, 짧지만 깊이감 있는 내용으로 생각을 정리하고 정의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책으로 '월간 내노라' 스리즈의 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