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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강사입니다 배민 합니다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ㅣ 걷는사람 에세이 16
이병철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8월
평점 :
박사 학위를 받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강사이자 시인이기도 한 저자의 또 다른 직업은 배달 기사이다. 본업인 시간강사와 글을 쓰는 것으로는 소득이 평탄치 않아 40만 원 주고 산 2006년식 중고 스쿠터를 타고 배달을 다닌다. 주수입이 배달인 것이다. '나이가 39세인데 소득이 일정하지 않아서 어쩌나' 하는 걱정 되는 마음과 동시에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편협한 시각을 자책하며 읽어나간 책이다.
묶음 배달과 단건 배달의 차이점과 실태, 오토바이 배달을 했을 때 시간당 15,000~20,000원 사이의 수입이 발생한다는 것 등 그동안 가까운 사람(?)이었지만 잘 모르는 배달기사님의 생활을 엿보는 게 흥미로웠다. 사실 묶음 배달이나, 신호위반, 아파트 도보 운행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동안 좋지 않은 시선으로 봐왔는데 조금은 입장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배달은 곧 시간과의 싸움이라 매사 초조해하고 긴박해하는 행동들이 보니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아쉬웠던 부분은 저자의 가족 이야기나 미래에 대한 내용이 있었는데, 그보다는 날씨에 따라 주문량이 증가하는 품목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어떻게 알고 들어가는지, 라이더들만이 통하는 수신호라던가 하는 배달 라이더의 삶을 조금 더 많이 다뤘으면 좋았을 것 같다.
"나는 지금 빌라 4층에 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거나 점검 중인 날에는 반드시 배달 음식을 1충에 내려가서 받아 올라온다. 비 오거나 눈 오는 날에는 아예 배달 음식을 주문하지 않는다. 더운 날에는 택배 기사님이나 집배원, 배달 라이더 들게 음료수 한 캔이라도 드리곤 한다. 내가 하기 힘든 일,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주는 고마운 분들 아닌가. 나도 누군가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준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모든 차단기들이 활짝 열렸으면 좋겠다."-128P
필자는 비가 오거나 눈이 올 때 음식 배달기사의 직업적 환경을 고려해 본 적이 없고, 음료수 한 캔을 드린 적도 없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해준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고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도 안 해봤다. 배달 기사를 떠나서, 모든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노동을 하고 합의된 대가를 받는 구조인데, 거기서 고마움을 왜 느껴야 하는지를 모르겠다. 그래도 배달기사 나름의 고충이나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억울한 일까지 당한 에피소드를 읽을 땐 인간적인 측은함이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는 가깝고도 낯선 사람, 배달의민족 배달기사님을 조금 더 인간적인 시선으로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