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의 섬 아르테 미스터리 8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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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사와무라 이치는 나와 구면이다. 일본 작가들의 특유의 느낌이 난다 싶었는데, 책을 읽는 도중에야 <시시리바의 집>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 작가를 만나본 적 있다는 것을 알았다. 시시리바의 집도 '시시리바'라는 유령을 화두로 하는 내용의 소설이었는데, 이번에도 역시 형태도 없는 '말의 저주'를 가지고 소설을 썼다. 전작에서 오는 기시감과 함께, 이번에는 어떻게 풀어냈을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읽었다.

이상하다, 기이하단 걸 알면서도 버릴 수 없는 말. 뿌리치고 싶어도 뿌리칠 수 없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 그게 바로 저주예요. - 313P

<예언의 섬>의 줄거리는 유명한 영능력자인 '우쓰기 유코'가 죽기 전 남긴 예언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유코는 죽기 전 '20년 후 무쿠이 섬에서 여섯 명이 죽는다'라고 했다. 20년 이후로 넘어가 섬에 놀러 가려는 친구들이 등장하고, 섬에 들어가는 배를 타기 직전 한 여인이 나타나 섬에 가지 말라고 하였고 섬에 도착해서는 여관에서는 원령이 내려온다며 숙박을 거절하는 등의 기묘한 일들이 벌어진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 날 아침 친구 중 한 명이 바다에 시신으로 떠오른다...!

섬에 들어가기 전부터 알지도 못한 사람이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라며 만류하고, 여관에서조차도 거절했다. 나 같으면 아무리 위로 여행이라고 한들 찝찝해서 다시 돌아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으니 답답하게 느껴졌다. 섬 여행을 떠난 친구들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흥미로웠고, 이면에 감춰있던 관계들이 퍼즐 같아 재미있게 다가왔다. 섬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해서 고립감과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게 저자의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20년 전 누군가 남긴 예언이 유효한 걸 보면 말이 가진 힘은 대단하지만, '언어'라는 소재가 약하다는 느낌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아 아쉬웠고, 음산한 분위기에 표지에 비하면 공포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배신,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는 여지가 많은 소설이다.

<시시리바의 집>에 이어 읽은 <예언의 섬>까지.. 사와무라 이치 작가의 두 작품을 읽어본 지금, 다음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기대된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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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 - 어둠 속의 포식자
맥스 브룩스 지음, 조은아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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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볼루션>은 미국 아마존 에디터 선정 베스트 SF소설, 로커스상의 최종 후보까지 올라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월드 워 Z' 작가 맥스브룩스의 SF 생존 스릴러 소설이다. 종전에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를 만든 만큼 이번 작품에서는 괴생명체 사스콰치가 등장한다.

처참한 대학살기를 담은 이 책은 그 표지부터 웅장함이 느껴진다. <데볼루션>의 줄거리는 화산 폭발로 온나라가 혼란스러울 때, 한 쪽에서 발생한 미스터리한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시간이 지나고 화산 잔해를 조사하던 중 누군가의 비밀스러운 일기가 발견되면서 살인 사건의 전말이 밝혀진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를 읽는 듯, 흡입력 있는 필치로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읽어버렸다. 늦은 밤에 읽어서 그런지 괴생명체의 존재가 더 공포스럽게 다가왔는데, 소설에서는 사스콰치(미국,캐나다의 록키 산맥 일대에서 목격된다는 미확인 동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초반에서부터 점점 접근해오며 영역을 넓히는 과정이 스릴 있어 좋았다. 필자는 괴생명체가 등장하는 영화는 대부분 아쉽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상상의 영역이 무한한 소설로서 마주하니 몰입이 잘 되었다. 더 나아가 괴생명체에 대한 내용에서 공동체 생활이면의 인간의 이기적인 인간성을 이야기한 부분이 다채롭게 느껴졌다.

사실적 묘사와 사회적 풍자로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그래서 더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알 수 없는 괴생명체를 다룬 장르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맥스부룩스의 <데볼루션>이 재미있게 읽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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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덜컥 집을 사버렸습니다 - 입사 6년 차 90년생의 좌충우돌 내 집 마련기
유환기 지음 / 애플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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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근무 중인 90년생 회사원. 자취생활 10년 차에 직장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경기도에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1부에서는 집을 사려고 했던 계기와, 청약, 발품 팔아 집을 찾아 헤매던 에피소드, 집 보면서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 등 집을 매매하기 전의 이야기를 담고 있고 2부에서는 매매한 첫 집에서의 소감과 일상을, 마지막 3부에서는 다양한 유형의 집들에 대해 에피소드를 풀어놓는다.

"사장님, 26평 그 집, 네고 한 번 해보시죠."

정리도 잘 되어있고 문단의 흐름도 좋아 읽기가 편하다. 기생충에서 나오는 유행어를 인용하기도 하고, 텍스트 이모티콘도 사용하고, 일상생활 단어를 많이 사용해 지인하고 이야기하듯 친근한 느낌이 드는 필치라서 가볍고 재미있게 읽었다. 청약, 임장, 남향, 네고, 인테리어, 주택대출, 증여세 면제기준 등 그저 재미로 읽기에는 꽤 쏠쏠한 정보들도 많이 들어있기 때문에 부린이가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임장'에 대해 알게 된 게 가장 큰 수확이었는데, 전문용어이고 거창해 보여 호기심만 가지고 있던 상황에서 저자의 임장에피소드를 따라 읽다 보니 임장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나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직 주택 담보대출금 상환이 28년 9개월 남았다는 저자의 말을 읽으면서, 이게 정말 맞는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의 30년 동안 반평생을 빚을 갚아야 하는데, 퇴직 이후에나 진정한 내 집이 생길 수 있다는 게 씁쓸하게 느껴졌다. 신혼집을 마련할 수 없어 결혼을 미루거나, 결혼을 포기한다는 말을 체감할 수 있었고, 한편으론 지방으로 내려가면 또 비교적 쉽게 집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결국 본인의 선택일지도 모른다는 양면의 생각이 들었다.

90년 대생이 자가 집이 생기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고, 저자가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는 편이라 가볍게 읽기 좋다. 부동산에 관심 있는 90년 대생이 읽어도 좋고, 부동산에 대해 전혀 모르지만 내 집 마련을 준비 중인 사람이 읽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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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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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주의자 고희망>은 종말을 꿈꾸는 중학생이 여러 가지 사건들을 계기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대상 성장소설이다.

저자는 직장 생활 중 쓴 단편소설 <스미스>로 2009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기 청소년기를 이야기하고 싶어 청소년 소설을 쓴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구의 종말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 '고희망'을 중심으로 동성애 삼촌, 9살 때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은 아픔 그리고 이 책의 감초가 된 동네 친구 '도하'와의 로맨스를 담았다.

"아무리 소중해도, 어려도, 건강해도 한순간에 죽을 수 있잖아.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거야." - 158p

청소년인 주인공이 '왜 종말주의자일까' 라는 물음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는데, 이유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어렸을 적 잃었던 동생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 유추해 볼 뿐이다. 결말엔 종말을 생각하는 것과 비례하여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공감 가고 와닿았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명언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금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종말주의자 고희망'이라는 모순적인 제목에 흥미를 느껴 읽은 책이다. 다소 무게감 있는 소재(#종말 #동성애 #환경주의자 #교통사고 )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호쾌한 필치가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읽어주는 한 줌의 사람들을 한줌단이라고 부르는 것, "희망이가 절망에 대해서 쓰네. 그래도 희망은 남겨 놔야 하는 거 아니야?", "누가 오밤중에 희망을 찾아!" 와 같은 문장이 글에 리듬감이 살아있어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책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을 하나 더 이야기해 본다.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나 바퀴벌레가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지." - 46p

인간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하게 된 문장이다. 인간이 항상 모든 상황에 있어서 주인공인 줄 알았다.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인간중심주의의 존재감을 느끼며 새삼 스스로 놀랐다.

항상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땐 의심이 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결국 어른이 '청소년은 이런 고민이 있겠지'하며 생각하며 쓴다는게 이상하다. 아득히 멀어진 나의 중학생 시절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순했고, 주관이 뚜렸하지 않아 잘 흔들렸는데, 고희망에게선 다소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요즘 중학생에게 필요한 책인지 궁금하다.

이 책에선 오랜만에 '종말'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종말이 세상의 종말이 아닌 인간의 종말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그 공간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 그리고 다른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들을 둘러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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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 - 남들 앞에서 괜찮은 척 애쓰는 당신을 위한 위로
최대호 지음 / 떠오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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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무겁고 힘들 때는 책으로 위로를 받는다. 그냥 아무 조건 없이, 내가 무슨 하루를 보냈던지, 잘했던지 못했던지, '잘했다'고 말해주는 한 권의 책이있다. 카카오 프로필콘 연재중이고, 서울시청 꿈새김판 문안 선정위원인 작가 최대호님의 작품, 남들 앞에서 괜찮은 척 애쓰는 당신을 위한 위로에 관한 에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는 너에게>이다.

 

 

이 책 처럼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지만, 무조건적인 지지는 어려운 일이고 뭐든 남에게 말하는 것 조차 짐을 넘겨주는 일일 수 있기에 책으로서 위로를 받는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면서 의되가 되었든 안되었든 상처받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은 제목에서도 느껴지 듯 감성적이고 따뜻한 책이다.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로의 글로 가득하다. 남의 시선 따윈 신경쓰지말라고, 일단 시작만 하면 행운이 너를 따라갈 것이라고, 모든 걸 다하려고 하지말고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을 필요가 없다' 라고 말한다. 그저 단어만 보고도 눈물이 날 것 같고, 별 일 아닌 채로 꾹꾹 참아온 감정들이 폭발한다. 제목만 보고도 힘이나고, 좋은 에너지를 선사한다. 세상은 마음처럼 되지 않고 생각지도 못한 시련이 오기도 한다.

 

 

좋았던 문장을 끄적여본다.

 

"날이 갈수록 단단해지고 때로는 뻔뻔해지며 내 앞에 닥친 어려움을 이겨내려는 노력만으로도 우리는 행복이라는 최종 목적지로 잘 가고 있는게 아닐까. 당신은 주인공이라서 뭐든지 할 수 있다. 그리고 무조건 해피엔딩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할 필요는 없고, 필요한 부분을 골라 읽어도 좋고 아무대나 펴서 읽어도 좋다. 힘들었는지도 몰랐던 내 감정을 다시 돌보는 시간이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이게 삶에 나아가는 힘을 주는 에너지가 담긴 책이다. 그런 시기가 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삶의 낙이 없고 이유가 없을 때 이 책을 나에게 선물하고 싶다. 여전히 나의 행복이 의심스러울 때,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때, 불안할 때 읽으면 위로받을 수 있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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