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종말주의자 고희망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97
김지숙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8월
평점 :
<종말주의자 고희망>은 종말을 꿈꾸는 중학생이 여러 가지 사건들을 계기로 삶의 의미를 깨닫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대상 성장소설이다.
저자는 직장 생활 중 쓴 단편소설 <스미스>로 2009년 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고, 이후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힘들던 시기 청소년기를 이야기하고 싶어 청소년 소설을 쓴다고 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지구의 종말이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 '고희망'을 중심으로 동성애 삼촌, 9살 때 교통사고로 동생을 잃은 아픔 그리고 이 책의 감초가 된 동네 친구 '도하'와의 로맨스를 담았다.
"아무리 소중해도, 어려도, 건강해도 한순간에 죽을 수 있잖아. 그런 얘길 하고 싶은 거야." - 158p
청소년인 주인공이 '왜 종말주의자일까' 라는 물음을 가지고 소설을 읽었는데, 이유가 명확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저 어렸을 적 잃었던 동생 때문에 그렇다고 스스로 유추해 볼 뿐이다. 결말엔 종말을 생각하는 것과 비례하여 삶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메시지가 공감 가고 와닿았다. "내일 지구에 종말이 와도 나는 오늘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라는 명언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조금은 무슨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책은 '종말주의자 고희망'이라는 모순적인 제목에 흥미를 느껴 읽은 책이다. 다소 무게감 있는 소재(#종말 #동성애 #환경주의자 #교통사고 )를 다룸에도 불구하고 읽으면 읽을수록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호쾌한 필치가 인상적이었다. 소설을 읽어주는 한 줌의 사람들을 한줌단이라고 부르는 것, "희망이가 절망에 대해서 쓰네. 그래도 희망은 남겨 놔야 하는 거 아니야?", "누가 오밤중에 희망을 찾아!" 와 같은 문장이 글에 리듬감이 살아있어 읽는 시간이 즐거웠다.
책 내용 중 인상적인 부분을 하나 더 이야기해 본다.
"인간이 아니라 고양이나 바퀴벌레가 새로운 희망이 될 수도 있는 거지." - 46p
인간이 아니라 다른 동식물들이 주인공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하게 된 문장이다. 인간이 항상 모든 상황에 있어서 주인공인 줄 알았다.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인간중심주의의 존재감을 느끼며 새삼 스스로 놀랐다.
항상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땐 의심이 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소설이지만 결국 어른이 '청소년은 이런 고민이 있겠지'하며 생각하며 쓴다는게 이상하다. 아득히 멀어진 나의 중학생 시절엔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순했고, 주관이 뚜렸하지 않아 잘 흔들렸는데, 고희망에게선 다소 어른스러운 모습이 보인다. 요즘 중학생에게 필요한 책인지 궁금하다.
이 책에선 오랜만에 '종말'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 종말이 세상의 종말이 아닌 인간의 종말을 이야기할 수 있음을, 그 공간에서 인간의 존재와 삶의 의미 그리고 다른 살아있는 모든 동식물들을 둘러볼 수 있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