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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
다비드 디옵 지음, 목수정 옮김 / 희담 / 2022년 7월
평점 :
이 책의 저자 다비드 디옵은 66년생, 파리에서 태어나 세네갈에서 성장했다. 세네갈에서 청소년기를 거친 후 파리 수학과 18세기 불문학(프랑스어로 쓰인 문학) 전문가로 활약했고 현재 문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18년 출간한 <영혼의 형제>가 각종 국제 공쿠르 상을 휩쓸었으며, 영원의 형제를 원제로 우리나라에는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
"그는 내게 세 번에 걸쳐 자신을 죽여달라 부탁했고, 나는 세 번 모두 거절했다. 그때는 내가 모든 것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에게 허락하기 전이었다"-15p
<밤에는 모든 피가 검다>줄거리는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전쟁에서 친구(마뎀바)의 죽음을 방치한 자신을 후회하며 미쳐버린 세네갈 남자(알파)의 이야기다. 그 일이 있은 뒤 알파는 마뎀바의 고통을 계속 상기하면서 후회하고, 야만적이고 기괴하게 미쳐간다. 전쟁에 나갔다 돌아올 때마다 적들의 손을 잘라 돌아오는 알파를 보며 전우들 마저 기피하고 알파는 불가촉(인도의 신분제에도 들어가지 않는 불경한 존재=달리트)의 존재가 된다. 5부 중 1~3부까지가 위의 내용이고 4~5부는 그런 알파의 과거를 회상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내가 그들에게 가져온 일곱 개의 손들은, 마치 내가 조용한 곳에 전쟁터의 비명과 신음을 가져온 것과 같다는 사실을 나는 이해했다."-70p
"그 이상한 놈이 미친놈이 되었으며, 그 미친놈은 마침내 악마가 되어 있었다. 악마 군인"-50p
저자는 1차 세계대전 당시 프-독 전쟁에 참여한 세네갈의 청년들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실제 이 전쟁에 참여한 작가의 증조부가 남긴 편지에서 글의 소재를 얻었다고 한다. 저자 본인이 세네갈 출신의 혼혈이고 증조부의 영향으로 소설 곳곳에 인종차별(흑인을 나타내는 검은 눈과 백인을 뜻하는 푸른 눈으로 구별함, 프랑스 군대 소속인 아프리카의 군인들을 '초콜릿 군인들'이라 불림)에 대한 내용들이 언급되고 있다.
내장을 손으로 모아 넣는다는 둥, 적들의 잘린 손을 모아 말린 생선처럼 염지를 하는 둥 기괴하고 야만적 행동이 전쟁의 잔혹함 속 극한의 광기 어린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평범한 청년이 악마 군인으로 변모해가면서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모습이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청년 알파가 악마 군인이 되기까지, 사회가 원하는 데로 평범하게 행동했을 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후회와 회환임(생각하지 않는 것)을 깨닫고,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더 낮다고 판단하면서 복수심에 불타 스스로 악마 군인이 된 것이다.
알파는 말할 때마다 '신의 진실로 말하노니'를 붙여, 읽는 나까지 미치게 만들어 읽는데 힘들었다. 처음부터 중반까지 자극적이면서도 시적이고 문학적인 문장에 이끌려 흥미롭게 읽었는데 중후반 지나면서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이 반복되고 이야기에 진전이 없어 아쉬웠다. 인공지능이 다가오는 21세기에 1차 세계대전을 배경인데다가, 인종차별을 언급한다는 게 시대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사회 규범에 따라 성실하게 살아온 사람에게 돌아온 것은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상대적인 박탈감은 현시대에서도 충분히 공감할 슬픈 현실이다.
"내 전우들은, 백인이건 흑인이건, 그들을 죽음의 위험에 처하게 하는 건 전쟁이 아니라, 불길한 시선이라고 믿는 것이 필요했다. 그들은 적들이 쏘는 수천 발의 총알이 우연히 그들을 죽일 거라고는 믿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우연을 좋아하지 않았다. 우연은 너무도 부조리한 것이니까. 그들은 책임을 물을 대상을 원했다."-56p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