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리데이 아르테 미스터리 15
T. M. 로건 지음, 천화영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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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추리소설 중에서는 가족이 얽힌 이야기가 꽤 많다. 삶에서 나와 가장 긴밀한 관계 속에 있는 존재들이 얽히는 순간, 그 어떤 문제도 단순해질 수가 없다. 애초에 단순하면 안 되는 추리물에 가족이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하는 이유는 그것일 테다.

하지만 어찌 보면 가족이 얽힘으로써 사건은 너무나 단순해져버리기도 한다. 왜냐면 우리는 그 어떤 비밀이라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양심, 도덕, 이성을 뒤로하고 지켜내 버리니까.

결국 가족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문제는, 다시 가족을 지키기 위해 다른 문제를 야기시킨다.

살인자와의 휴가

케이트는 20년 지기 친구 네 명과 그 가족들을 모두 동반해 마흔 살 기념 여행을 떠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그 가족들. 마냥 즐거울 줄 알았던 여행은, 남편 숀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의심과 상처의 도가니에 빠져든다. 남편 숀이 바람을, 그것도 20년 지기 친구 세 명 중 하나와 피우고 있다는 의심에 빠져든 케이트는 로언, 제니퍼, 이지를 차례대로 의심하며 슬픈 추리를 계속한다.

그런 와중에도 점점 벽을 쌓아 올리는 케이트의 딸 루시, 순진한 아들 대니얼과 이제 몸만 성인이 되어버린 제니퍼의 아들들 제이크와 이선, 뭐든지 막무가내인 로언의 딸 오데트. 네 가족의 자녀들 역시도 한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일으킨다.

그렇게 힘겨운 추리를 이어가던 중, 케이트는 어느 정도 확신을 갖게 되고, 진실을 밝히려 하는 때 제니퍼 가족이 제이크의 만취 사건을 원인으로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언한다. 하지만 바로 그날, 저택 숙소의 포도밭에서 큰 불이 발생하고, 아이들은 모두 구조했지만 숲의 끝 절벽에서 추락해 죽어있는 이지를 발견하는데...

남편의 외도에서 살인사건으로 변해버린 추리의 향방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정교한 추리물

주인공의 시선으로 추리를 계속 끌어간다. 가끔 대니얼의 시선이 등장하기는 하고, 루시의 일기 같은 내용이 삽입되어 있기는 하지만 1인친 시점에 가깝다.

이런 1인칭 시점에서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고, 작가는 독자보다 더 답답해할 수밖에 없다. 시점의 폭은 정보의 양을 통제하기 때문에, 1인칭 시점에서 작가는 독자에게 추리에 충분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대니얼의 시점과 중간중간 삽입된 루시의 일기장이 꽤 큰 역할을 한다. 추리물을 즐기시는 분들은 아마 초반부터 루시의 역할과 비중이 크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겠다. 관심이 없었던 분이라도, 중반을 넘어서면 이것이 단순히 배우자의 외도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이 엮여있는 사건의 이야기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꽤나 탄탄하게 잘 쌓아 올린 소설이다. 주인공이 의심을 거두지 못할 만큼 충분히 지속적으로 실마리를 줘서 독자 역시 따라가게 만들어줬고, 그렇다고 전면에 어떤 치명적 정보를 내세우지 않아 뻔해 보이지도 않았다.

다만, 범죄 분석가(수사관?)가 직업인 주인공이 하는 추리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허술한 부분이 많고, 전혀 상관이 없거나 혹은 필히 확인해야 할 것 같은 증거들도 굳이 확인하기보다는 일단 나중으로 미뤄두는 느낌이 있었다. 물론 배우자의 외도라는 부분에서, 직업적 이성이 쉬이 작동하긴 어렵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말미에 친구의 죽음을 보고 되찾은 이성이 어색하다.

(그리고, 개인적인 부분이지만, 초반에 몰입하기 힘들었던 것은, 우스꽝스럽게도, 친구 세 명이 모두 남편과 바람의 대상이라는 의심의 근거가, 한 명은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 한 명은 최고의 섹스 상대, 나머지 한 명은 자신과 연애하기 직전의 여자 친구였기 때문이라는, 그러고도 20년째 친구이며, 가족모임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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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
요아브 블룸 지음, 강동혁 옮김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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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베스트셀러 작가 요아브 블룸의 미스터리 판타지소설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우연 제작자들>로 알려진 작가이기도 한데, 이스라엘에서는 최고의 SF, 판타지 소설에 부여하는 레트로-게펜상 수상은 물론 자국에서 5만 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스라엘 작가의 책은 <우연 제작자들>에 이어 두번 째이다. 첫번째와 두번째가 같은 작가라는 점에서 이스라엘하면 이제 요아브 블룸이 생각날 것 같다.

평범해 보이는 술집 '바 없는 바'를 운영하고 있는 술집 주인에게 어느 날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제목을 가진 책 한 권과 술을 들고 벤 슈워츠먼이 찾아온다. 여기서 등장하는 책과 술은 이 소설을 관통하는 중요한 소재이다. 우연히 펼친 책에서 자신의 미래와 현재 그리고 과거를 보여주고 있다면 어떨까? 한편 세상에서 가장 지혜로운 노인이 남긴 두 병의 위스키 중 한 병이 나의 손에 들어온다면? 이 두가지 소품에 숨겨진 비밀, 그리고 그것을 노리는 누군가가 있다.

술과 책의 힘을 통해 신비로운 분위기가 나는 소설이다. 처음부터 중반까지는 사전정보가 없어 뭐지?뭐지?하면서 읽었는데 중간 이후부터는 모든 퍼즐이 맞춰지면서 매혹적은 전개로 흡입력이 높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가볍게읽을 판타지이면서도 용기를 주고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어 왜 제목이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인지 알 수 있었다. 나에게도 벤처럼 나의 미래를 알려주는 책이 생긴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많이 했는데, 그 중에서도 경험을 얻을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다.

<다가올 날들을 위한 안내서>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 찐 판타지 책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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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스테로이드
포리얼(김준영) 지음 / 마인드셋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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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로부터 시작해서 비즈니스로 가득한 저자 포리얼(김준영)가 9년간 무일푼으로 일했던 가난한 사업가가 단 1년 6개월 만에 경제적 자유를 얻은 경험을 바로 이 책에 담았다.

<비즈니스 스테로이드>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판매 방식을 제시하는 한편,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케팅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유도해 준다. 책 제목이 '스테로이드'인 이유가 재미있는데, 실제 이 책을 읽고 도움을 받는다는 의미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다'라는 느낌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감이 느껴지는 제목이다.

사업 성장에 돈보다 중요한 것은 신용과 평판, 시간, 그리고 경험임을 강조한다. 더 나아가 고객과의 거리를 좁히는 방법, 콘텐츠에 담아야 하는 핵심요소는 뭐가 있는지, 무엇이 필요한지 모르는 사람을 고객으로 만드는 방법, 고객의 연락처를 확보하는 방법 등 고객을 관리하는 비법을 알려주고 미래를 내다보며 가맹점 모집하는 방법과 사업 규모 확장하는 방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안에 대해 저자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핵심을 이해시키고, 상황에 따른 예시를 보여주면서 해결책까지 제공한다.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를 대고 설명하니 신뢰가 갔고, 사업가라면 염두 해야 할 만한 참고사항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성공한 저자의 개인적인 노하우까지 모두 담겨있어 현재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 또는 이미 사업을 하는 분이 이 책을 발견한 게 행운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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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인생, 조금 천천히 살기로 했다
김종태 외 지음 / 더로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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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마라톤'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가? 누가 이 문장을 처음 사용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유명한 문장이라 나 또한 인생에 여러 번 이 문장을 사용했었다. <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라는 책에서도 인생은 마라톤이라 말하고 있다. 인생은 100세 시대이니 페이스 조절해가며 중간중간 물도 마셔가면서 달려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면서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지금, 여기에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전한다.

이 책은 무려 10명의 저자가 참여하고 50여 편의 글이 모인 책이다. 50여 편의 모든 글이 '속도를 줄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천천히 생각하기, 천천히 읽기, 천천히 걷기, 천천히 사랑하기, 천천히 사는 것이라는 5개의 키워드를 두가 각자의 이야기를 한다.

기억에 남는 글은, 박소연님의 느린 독서의 미학을 이야기하는 부분 그리고 박수미님의 활력 비결 '만보걷기' 그리고 이은정님의 5분 명상에 대한 내용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은정님의 5분 명상이 와닿았는데, 아등바등 힘든 삶을 살고 있을 때 매일 아침 5분 외침, 매 순간 5분 호흡, 잠자기 전 5분 명상을 한 이후 삶이 바뀌었다는 경험담을 읽고 5분이라는 짧은 시간을 투자해서 삶이 다르게 바뀐다는 마법이 신기하고 또 해볼 만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천천히 사는 방법은 물론 천천히 살면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을 한데 모아놓았다. 자기계발에 도움이 되고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경험담들이 많이 있어 삶에 권태기를 느끼는 중년 여성이 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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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피부 - 나의 푸른 그림에 대하여
이현아 지음 / 푸른숲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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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라이터의 그림 에세이

그림을 잘 모르고, 보는 방법도 모르고, 봐도 큰 감흥이 없다. 에세이는 좋아하는데, 그렇다면 그림 에세이라면 내가 그림에 흥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읽은 책이 바로 <여름의 피부>이다.

저자가 좋아하고 끌려하는 '블루'라는 색을 주제로 한 그림에세이라서 파란 느낌이 드는 그림과 상황들을 담았다. 그래서 목차가 '새파랗게 어렸던, 덜 익은 사람을 담은 <유년>', '모든 것이 푸르게 물들어가는 계절 <여름>', '사람의 몸을 푸르게 변하는 순간 죽음, 병, 멍, 그리고 우울 <우울>', '비밀과 은둔의 침잠의 색 <고독>'로 나뉘는데, 특히 <우울>을 설명하는 문장이 마음에 들어 여러번 읽었다. 블루라는 색의 깊이를 짙게하고 더 나아가 일상 생활에서의 색갈들을 다시한번 생각하게 되는 특별한 문장으로 다가왔다.

"내게 유년기는 지나간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어떤 장소 같다. 내가 가본 적 있는 혹은 살았던 적 있는, 그러나 꿈처럼 기억은 희미한 곳."-60p

"그림 속 여자는 잠으로 낙하한다. 마치 빗방울처럼. 수면이라는 단어의 '수'라는 글자에는 졸음과 잠 외에도 꽃이 오므려지는 모양이라는 뜻이 있다. 자기 안으로 웅크리고, 동시에 자기를 내던져도 잠의 종착역은 안전하다. 웃기지 않는가. 추락해도 죽지 않는 절벽이라니. 세상에 그런 게 또 있을까? 오직 잠을 통해서만 도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닌가?"-120p

같은 것을 생각해도 다르게 보는 시각을 가진 저자의 시선을 경험하는 게 좋았다. 유년기 시간을 마치 가본 적 있는 어떤 장소같다는 표현이 멋지다고 생각했고, 나 또한 유년기 시절이 입체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잠을 자는 행위를 추락해도 죽지 않는 절벽이라 표현한 것도 좋았다. 언젠가 감정이 요동칠 때 생각날 것 같은 좋은 문장이라 적어놓았다.

"그렇게 단맛만 가득했던 날은 순식간에 상해버렸다. 내가 H와 더 이상 모험을 함께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갑자기 결정한 일이었지만 오래도록 생각한 일이기도 헀다. 나는 그의 곁에 있는 나를 좋아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점점 더 좋아졌고 나 자신은 점점 싫어졌다. 누군가를 너무 좋아하면 생기는 일이라고 치부하고 싶었지만 세상에는 그렇지 않은 관계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64p

친한 언니가 만나던 애인이 있었다. 잘 만나고 있었는데 언니는 상대방을 사랑해서 헤어진다고 했다. 사랑해서 두렵다면서 헤어짐을 이야기하는 언니가 당시엔 이해되지 않았는데, 저 문장을 보니 무슨 뜻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언니의 마음이 곧 저 문장과 닮아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에 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그는 한 마리 새처럼 보였다. 놀란 듯한 표정, 물에 몸을 담그기를 좋아하는 취향, 날개 달린 거서럼 사뿐사뿐한 거동..."-90p

아무생각 없이 보고 지나치던 그림을 아름답게 설명하고 또 보이지 않던 사소한 부분을 확대해서 스토리텔링을 해주니 그림이 다르게 보였다. 갤러리에서 사람들이 어째서 한 그림을 오랫동안 쳐다보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림 속 모순들이 보였고, 저자는 무슨 생각으로 이 그림을 그렸을지, 어딘가를 응시하는 피사체들은 왜 저런 표정을 짖고 왜 저곳을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림 너머의 공간을 상상하기도 하는 재미를 느꼈다. 그게 이 책을 보면서 내가 얻은 가장 큰 선물이었다. 20점 정도 되는 그림들이 이 책 속에 등장한다. 그 중에 인상적이 었던 그림은 '루시안 프로이드의 <자고 있는 애너벨>' 그리고 '에드워드 호퍼의 <빛 속의 여인>'이다. 루시안 프로이드는 책 초반에 등장하는 화가인데, 누드화로 유명하다고 한다. 무척 이기적인 남자로 보이는데 자식들까지도 아버지를 보려면 모델이 되어야 했다고 한다. 누드 모델을 주로 그리는 루시안 프로이드가 옷을 입고 자고 있는 딸의 그림을 그린 작품이 어쩐지 아버지의 감성이 비춰져 인상적이었다. 에드워드 호퍼의 빛 속의 여인은 그냥 평화로워 보이는 그림으로 보였는데, 저자의 설명을 읽고 보니 작품이 다르게 보여 신기해서 기억에 남는다.

저자의 글은 '의미심장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지 못한 구간이 많았지만 긴시간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 있어 끝까지 붙잡고 읽어나갈 수 있었다. 동의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기에 나와는 다른 감성을 지닌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여름의 피부는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을 멋지게 설명해주고, 그림을 보는 재미를 조금이나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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