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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
봉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2년 8월
평점 :
그림과 글을 쓰는 집순이 프리랜서 에세이.
2년간 세계 여행 이후 프리랜서가 되어 지금까지 혼자서 일하고 있는 집순이 저자의 이야기다. <단정한 반복이 나를 살릴 거야>에서는 프리랜서 생활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소득수준, 마음가짐, 운전면허 시험 본 이야기, 자전거 처음 탔을 때 에피소드, 무지개다리를 건넌 고양이 여백이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좋아하는 잠옷과 슬리퍼를 포함한 일상을 이야기하면서, 매일의 반복이 가져다주는 단순한 기쁨과 인생의 균형에 대해 강조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변치 않고 좋아하려면 그만큼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 책임은 단순하다. '계속'하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든 어떤 과정이든 끝이 보이지 않아도 멈추지 않고 걸어가는 것(..)"
인상 깊었던 부분은 저자는 돈을 모아보자고 결심했고 그에 나는 내 일기처럼 동의했지만 1억 원이라는 목표에 놀라 '뜨악'했다. 그것도 1년 안에 1억 원이라니. 갑자기 저자와 약간의 거리감이 들고, 미래에 투자하기로 결심한 저자를 보면서 현재와 미래의 투자 사이, 나는 정확한 위치를 정하지 못하고 고민했다. 티끌 모아 태산일까 티끌 모아 티끌일까..? 저자가 1억을 모았는지, 그 과정은 어땠는지 궁금한데 후일담이 없어서 아쉽다. 아직 1억을 모으는 중인가 보다. 기회가 된다면 1억을 다 모은 저자의 이야기도 책을 통해 만나보고 싶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에세이지만, 흔한 에세이보다는 조금 더 가독성이 좋고 굳이 멋을 부려 '이건 오버인데'싶은 부분이 없어, 말 그대로 자신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 에세이라서 좋았다. 저자가 그 와중에도 전하고자 하는 일상의 반복의 중요성 또한 공감했고, 특히나 하루 종일 집에서 일하는 빈도가 높은 직군이나 저자가 계속해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을 잘 짚어 강조해 줬다는 것 또한 좋았다. 책 곳곳에 나의 마음과 감정을 대변해 주는 정리된 멋진 문장이 많아 남겨본다.
무언가를 처음 경험할 때, 익숙하던 순간이 특별하게 다가올 때, 미처 몰랐던 세상을 마주할 때, 낯선 감정을 느낄 때, 삶을 새로워진다. 지루하기 짝이 없던 삶이, 이젠 더 이상 새로운 것도 모르는 것도 없다고 단언하던 나를 비웃듯이, 신선한 생의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내게 들어온다. -69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낯선 침대에서 뒹굴고 싶었다. 이상한 액티비티 체험을 예약하고 처음 먹는 맛없는 음식에 몸서리치고 싶었다. 직접적이고 확실한 행복에 돈을 펑펑 쓰고 싶었다. 얼마를 지불하든 좋으니 새로운 장소의 공기와 햇살을 온몸에 두르고 싶었다. 좋은 옷과 좋은 가방 따위는 필요 없다. 내가 진짜 원하는 건, 힘들게 일해서 번 돈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소비하는 것. "이러려고 돈 버는 거지!" 외치며 신나게 돈을 쓰고 싶었다. 코로나19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여행 대신 디자인 가구, 독특한 찻잔, 예쁜 코트에 눈길을 주었다. 그럭저럭 잘 썼고 적당히 마음에 들었지만 왠지 허무했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고, 이보다 더 좋은 걸 아는데.... 내 몸과 시간을 바쳐 일하고 열심히 번 돈인데 너무 아까웠다. 애매하게 쓰지 말고 차라리 모아보자고 결심했다." 45p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