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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치킨도 안 먹어요? ㅣ 걷는사람 에세이 15
이현우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6월
평점 :
불편하고, 자신 없어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고 싶은 채식과 동물권에 관한 내용을 담은 에세이 책이다.
정보서일 것 같지만 에세이라서 오히려 좋았다. 읽는데 수월했고, 저자와 비슷한 상황을 경험하기도 해서 공감도 잘 되었다. 위트도 있어서 긴장되는 주제인데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을 고를 때, 가장 궁금했던 것이 바로 채식을 어떻게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계기였다. 채식을 지향하고 있고, 당장 하루 이틀 안 먹는 것쯤이야 할 수 있겠지만 평생을 바라고 채식으로 산다는 것은 도저히 행복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 것을 모두 감안하고라도 채식을 하게 된 계기가 뭐였을까?
저자가 채식을 하게 된 이유는 어릴 때부터 키웠던 똘이를 개장수에게 보낸 사연을 이야기하면서 채식은 애도라고 이야기했다. 똘이의 이야기가 책 초반에 등장하는데 동물권을 이해하고, 채식을 시작하게 된 저자의 계기가 확실히 이해되었다. 나 또한 반려견을 키우는 상황인지라 똘이의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저자처럼 무기력하게 느껴졌다. 저자가 유추해 본 똘이의 마음이 어땠을지.. 너무 마음 아팠고, 똘이를 누군가가 먹었다는 게 너무 소름 끼친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이 등장한다."강아지와 고양이에게서 느꼈던 감정은 다른 동물에게로 확장되었다. 나는 분명히 다른 동물을 차별하고 있었다. 인간 역시 동물인데 단지 종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이가 차별의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어떤 동물을 인간과 가깝다는 이유로 죽음을 면하고 어떤 동물은 인간과 멀다는 이유로 고기가 된다."-38p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던 내용이었는데 글로 마주하니 양심에 찔렸다. 이 부분 이외에도 닭이 치킨이 되는 과정, 구제역으로 인한 무차별적 살처분, 우유가 만들어지는 과정 등. 읽는 내내 나 자신을 마주하면서 불편했고, 동물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더불어 비건이 된 저자의 일상을 이야기하는 부분도 흥미로웠다.
고기 없는 식탁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이런 상황에서 굳이 굳이 복날에도 고기 먹는 문화를 지속시키기보다는 복날 한 끼 만이라도 육식을 멈추고 명복을 비는 날로 하자는 아이디어는 무척 신선하고, 해볼 만한다라는 실현 가능성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나라도 실천할 수 있고, 내가 주변 사람들을 유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장님, 김밥에 햄, 달걀, 어묵, 맛살 빼고 다른 채소로 대체해 주실 수 있나요? 많이 바쁘시죠? 번거롭게 해 드려 죄송해요"
평소 가리는 음식 없이 먹던 내가 책으로나마 채식인 저자의 식단을 경험해 보니, 생각보다 정말 번거롭고 디테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안 그래도 야채 위주(?)인 김밥 속에서도 햄, 달걀, 어묵, 맛살을 빼고 먹다니...! 충격적이고 그럼 무슨 맛으로 먹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건강한 치킨, 고통 없는 치킨, 자유로운 치킨, 동물 복지 치킨은 없다. 치킨이 되기 위해, 닭가슴살이 되기 위해 태어나고 죽을 뿐이다. 병든 닭이든 건강한 닭이든 결국 치킨이 된다."-67p
채식과 동물권에 관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고 재미있게 읽은 건 정말 신선한 충격이다. 이럴 수도 있구나. 이렇게 풀어 내는구나. 자아성찰도 많이 하고 자괴감도 들고.. 온갖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동물이 고통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채식을 해볼까 하는 나와, 인간에 의해 가축화되어 도축되는 것 또한 자연의 일부라 애써 외면하는 나 사이에 혼란스러움이 계속되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당장 바뀌겠다는 다짐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권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좋은 기회였다. 채식주의자의 생활방식에 대해서도 비교적 잘 담았기 때문에 비건을 해볼까 생각 중인 사람들이 읽어봐도 도움 될 에세이다.
덧, 똘이의 희생으로 적어도 만 마리 이상의 동물을 살렸다고 생각된다. 산책을 자주 할 수 있는 행복한 곳에서 저자를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