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작별 -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마주한 것들
김인숙 지음 / 지와수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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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병상에 눕고 돌아가시기까지 딸의 시선으로 본 1년 동안의 기록이다.

요 이틀 이 책과 함께한 시간 동안은 무언가 가슴을 누르고 있는 듯 우울하고 답답한 마음이 함께했다. 그렇다고 저자가 직면한 상황이 마냥 저자의 일만은 아니기에 외면할 수만은 없어 나 또한 남의 일 같지 않은 시선으로 책을 읽었다.

"아버지는 햇빛과 바람에 투명하게 물든 가을날 나뭇잎이 사그라들 듯 백지장 같은 얼굴빛으로 병상에 납작하게 누워있었다"

이 책은 미사여구가 많고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한다는 특징이 있다. 우울한 분위기의 책을 읽으면서 과도한 미사여구가 어울리지 않아 읽는데 거슬렸다. 그러는 반면, 자극적인 단어들을 사용하여 흡입력이 대단했다. 여러모로 감정이 많이 녹아들었고 과정이 지루하지 않고 스펙터클하다고 느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무슨 감정을 많이 느꼈을까.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저자가 지옥에서 사는 것 같아 보였다. 도뇨관 삽입 일로 죄책감이 많이 느껴지고 여유가 없어 보였다. 본인이 마음의 여유가 없어 예민해지고 병원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을 비난하며 힘들어 보였다. 자신과 같은 정성으로 아버지를 돌보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자신의 사정만을 생각하고 사회적인 시스템의 사정은 고려하지 않고 생각하는 부분은 이해하기 힘들었다.

"이번에도 요양원 담당자로부터 아버지의 병세와 퇴원 날짜를 확인하는 연락을 받았다.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전화가 아니라 입원 기간이 규정된 일수 보다 길어지니 퇴실 된다는 통보였다."-97p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도 아버지의 고통을 손 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무기력과 자책감이 더해졌다. (..) 아버지와 함께한 순간마다 기억 속에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었다. 앞으로 아버지에게 일어나는 무슨 일이든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다."-135p

아버지는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내가 아버지의 입장이라면 그런 식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자신이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존엄을 유지하면서 맞이하는 죽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이 수명이 많이 단축되는 상황이라도.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벌써 5년이 지났지만 저자의 글에선 아직도 눌어붙은 감정들이 살아있어서 놀랐다. 이제는 그 괴로운 마음에서 벗어나시길 바란다.

“이기심이 아닌 아버지를 위한 선택이었는지를 묻고 또 묻는다. 자신의 욕심을 내세워 상황을 더 힘들게 하지는 않는지, 무엇이 최선인지 혼란스럽기만 했다." 117p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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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의 밤
이서현 지음 / 카멜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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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실적인 지망생의 세상을 옮겨놓은 듯한 초단편 소설 17개가 수록된 작은 책이다.

17개 단편들 중에서 기억에 남는 건 '망생의 밤'이다. 망생의 밤이 뭘까, 죽은 망령(亡靈) 이런 분야 이야기인가?했지만 '지망생(志望生)'을 '망생(亡生)'이라고 표현한 언어유희(?)라는 것을 알고 축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 비관적이랄까.

망생의 밤의 줄거리는 시인 지망생인 화자가 '망생의밤' 모임에 참가하고 옛남자친구를 비롯해,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취업하지 못한 지망생으로서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과 남들과 자신의 삶을 비교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주인공이 망생의 밤에 참여할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더 해서 취업에 더 노력해볼 생각은 없는지? 한마디 해주고 싶었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중요한 것부터 챙길 수 없는 게 지망생, 은혜가 말한 패배자의 삶이었다."

그 외 각각의 이야기가 초단편인데도 불구하고 충분히 흡입력있고 재밌게 술술 잘 읽혔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희망의 여지가 없는 현실 그 자체를 담은 소설이라 응원을 받는 것도 아니고, 정확한 결말이 없어 뭘 이야기하고 싶은 건지, 어느 부분이 포인트인지 독자가 찾아보면서 읽어야하는 구조라 피곤했다.

저자가 생각하는 이 책의 타겟이 누구일까? 지망생이 읽으면 공감하겠지만, 망생의 밤에서 화자가 지망생들의 모임을 가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지 않을까? 은혜의 말을 빌려 '실패자들의 모임'에서 얻을게 뭐가 있나. 그래도 나는 저 사람보다는 낮다는 안도감? 뭔가 꼬일데로 꼬이고 안될 대로 안되는 지망생의 인생을 총망라한 소설책을 읽다보니 나까지 답답해지는 책이었다.

"인생이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란다. 떠나온 길을 다시 가자면 한참을 돌아가야 돼" <나잇값> 16p

"나는 그길로 피아노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극한 반대에 부딪힐 거라는 예상과 달리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 그제야 나는 나에게 전혀 재능이 없음을, 진즉에 가망 없음 딱지가 붙여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수 좋은 날>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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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양식을 주시옵고
이자혜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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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이다. 그냥 음식에 관한 책이겠거니 하고 골랐는데 펼쳐보고 만화책인 것을 알고 오히려 더 좋았다.

요즘은 집중해서 읽는 책보다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힐링하면서 읽을만한 책을 찾고 있었는데 이 책이 나의 욕구를 100% 충족시켜줬다.

내용은 흙수저 집안에서 궁상맞게 살아온 밀알(주인공이름임)이 무채색 음식만 먹다가 취업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사회 초년생으로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다. 주인공이 단순하고 욕구에 움직이는 게 너무 웃기고, 자꾸 회사 동료들을 보면서 '난 어른이다', '어른이 되고 싶다' 혼자 생각하는 게 귀엽고 독특해서 매력이 넘친다. 특히, 허무인(남자)이 임신했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정말 빵터졌다ㅎㅎ 어이가 없어서 웃기고, 그게 가능한거였냐 묻는 질문도 웃기고 암튼 다 웃겼다.(어떻게 너무 재미이썽...!)

그렇다고 두부같이 마냥 건전한 책은 아닌 게, 비속어나 젠더와 관련된 단어도 많이 등장하고, 데이팅 앱에서 만난 남자랑 만나는 것도, 협력업체 대표랑 술 먹으러 간 것도 스펙터클 해서 자극적이고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음식뿐만 아니라 사회 초년생이 겪을법한 주식투자나 동료 직원을 따라 하는 차림새 등의 이야기가 담긴 것도 공감을 자아내 재미있었고, 결정적으로 웃겼던 건 맛있는 음식에만 색깔을 입혀놓은 그림들이다. 약간 병맛나는 그림체에 음식에만 정성(?)을 쏟은 저자를 상상하니, 밀알의 성격에 주인공의 자아가 녹아들었지 않나 싶다.

색갈이 입혀진 음식은 꼬치, 빵, 돈가스, 스시오마카세, 와인, 젤라또, 케이크 등이 등장했다. 음식도 음식이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엉뚱했던 주인공 밀알이 행동하고 생각하는 게 너무 유쾌하고 재미있어서 책이 끝이나 너무 아쉬웠다. 저자의 또 다른 작품이 궁금해 찾아봤는데 호불호가 있는 작품인 듯했다. 어쨌든 나는 분명한 '호감'이라 저자의 차기작, 밀알의 다음 여정이 기대된다.(만화책을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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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 없는 아이들
김희진 외 지음, 보편적출생신고네트워크 기획 / 틈새의시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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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아동인권센터, 이주민센터, 사단법인 두루에서 경험이 있었거나 현제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쓰고,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에서 기획한 <생일 없는 아이들>을 읽었다. 책을 기획한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는 한국에서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를 위해 2015년부터 연대하는 모임으로서 미혼모, 유니세프, 난민기구, 아동인권센터, 초록우산, 한 부모 등의 단체들과 함께 출생신고와 관련된 여러 가지 활동을 이어온 단체이다.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왜 출생등록이 중요한지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체성의 보존과 뿌리를 알 권리에 대해 다루고 2장에서는 출생신고의 의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야기한다. 3장과 4장에서는 출생기록과 부모를 알 권리에 대해 다루고 5장에서는 베이비박스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마지막 6장에서는 출생등록은 국가의 첫 번째 책무라 주장하면서 국가의 책임을 이야기한다.

해외입양 아동이었던 A의 이야기와 국내 입양 아동이었던 B의 이야기가 무척 충격적이었다. 현실적으로 대조적인 모습에 왜 국가의 책무를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생일 없는 아이들이라는 제목이 처음에는 무슨 뜻인가 했는데, 출생등록을 하지 않는 아이들이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상상해 본 적도 없었는데 현실에 존재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출생신고 없이는 교육을 받지도 못할뿐더러 명확한 보호자가 모호하기 때문에 갑자기 사라져도 아무도 모르는 존재라는 게 혼란스러웠다. 최소한의 인권이 바로 출생등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기점이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존재 유무가 자기의 의사 결정도 없이 흔들린다면 어떤 느낌일지 처참했다.

'모든 아동의 출생신고 아동인권의 시작입니다'라는 문구가 와닿아 읽는 내내 공감하면서 읽었다. 왠지 어른으로서 나는 사회적으로 무엇을 기여했나 뒤돌아보았다. 아동의 권리는 출생 직후 등록에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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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갈증 트리플 13
최미래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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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손에 들어오는 작은 양장본 책이다. 녹색갈증이라는 제목이 멋스럽고 적은 분량이지만 진한 여운을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읽은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포스팅 제목처럼 '문학이란 이런 건가' 생각하며 흡수하지 못하는 나의 수준을 탓하게 되는 소설이었다. 어려웠다.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일지 잘 모르겠다. 곱씹어 읽어도 보고 이해하지 못했지만 일단 읽다 보면 퍼즐처럼 맞춰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기도 했다.

처음에는 녹색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윤조는 누구길래 자꾸 언급되는 걸까,

"시차 없이 당도하는 불안에 대비하는 조용히 무너져가는 세계에 대한 상상" 이란 뭐지?

더듬거리며 읽다가, 어떤 상황에 대해 화자가 왜? 어느 부분에서? 그렇게 생각하고 선택했는지 기점을 찾지 못해 방황했다.

뭔가 현실감이 좀 떨어진 느낌.

찜찜하게 갑자기 첫 파트가 끝이 나 버리고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고 후반부에 와서야 방황했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는데 약간 희열을 느꼈다. 초반에는 윤조를 흠모하는 듯한 주인공의 말 때문에 동성애자를 다룬 내용인가? 윤조가 여자인지, 남자인지조차 가늠이 잘 안되었는데 나름 반전 아닌 반전이 있었다. 반전(?) 때문에 약간 중성처럼 보이려고 의도한 건가 싶기도 하고.

소설 끝엔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담겨있다. 그 글에 따르면 녹색 갈증은 '형태의 생명체와 연결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뜻한다고 한다. 결국 난 소설을 읽고 난 뒤에도 저자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해설에 따라 (그게 윤조라도) 누군가와 연결되고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욕구를 이야기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유추할 뿐이다. 아무래도 코로나로 인해 타인과 관계의 온도가 차가워진 요즘을 배경으로 해본다면 충분히 이야기해봄직한 내용인 것 같다.

문학평론가의 해설이 붙은 문학적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누군가에겐 인생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쉽지만 나는 아닌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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